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1. 1. 선고 2024구합50513 판결

노동조합결의시정명령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78. 1. 25. 주식회사 C에 재직중인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나.

원고는 2023. 3. 15. 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D, E, F 3명을 회계감사로 선출하였고(이하 ‘회계감사 선출결의’라 한다), G, H, I, J 4명을 상급단체인 K단체 L노동조합(이하 ‘L노동조합’이라 한다) 파견대의원으로 선출하였으며(이하 ‘파견대의원 선출결의’라 하고, 위 대의원대회를 ‘이 사건 대의원대회’라 한다), 2023. 3. 16. 위 대의원대회 개최 결과를 공고하였다.

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2023. 8. 23. 이 사건 대의원대회 중 회계감사 선출결의와 파견대의원 선출결의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및 원고 규약에 위배되는지에 관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하였다.

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10. 20. 회계감사 선출결의는 노동조합법 제22조 및 원고 규약 제13조에 위배되고, 파견대의원 선출결의는 노동조합법 제17조 제2항, 제22조 및 원고 규약 제13조에 위배된다고 의결하였고, 피고는 위 의결에 따라 2023. 11. 20. 원고에게 회계감사 및 파견대의원을 재선출한 뒤 관련 자료를 2023. 12. 21.까지 제출하라는 시정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내지 7호증, 을 제1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회계감사 선출결의 부분

1)

원고 주장의 요지

노동조합 임원의 종류와 그 선출방식은 노동조합의 규약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바, 원고 규약 제32조 제4항은 회계감사의 선출에 관하여 ‘대의원회에서 직접, 비밀 및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회계감사 입후보 안내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회계감사를 선출할 예정이라는 공고를 한 뒤 원고가 적극적인 입후보 안내를 하지 아니한 것을 두고 그것이 회계감사 선출에 관한 피선거권 제한이라 보기는 어려우므로, 회계감사 선출결의가 노동조합법 제22조 및 원고 규약 제13조를 위배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2)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2,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회계감사 선출결의는 노동조합법 제22조 및 원고 규약 제13조를 위배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노동조합법 제22조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균등하게 그 노동조합의 모든 문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취지에서 원고 규약 제13조는 조합원의 권리에 관하여 ‘동등한 발언권, 결의권, 선거권, 피선거권, 지부의 모든 활동에 참여하는 권리, 균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나)

회계감사 선출결의 당시, 원고는 회계감사 후보를 선정함에 있어 조합원들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거나 지원을 받는 등 별도의 입후보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정기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 15명을 대상으로 서로를 추천하거나 지원자를 받는 방식으로 회계감사 후보자를 선정하였다. 이는 대의원이 아닌 다른 일반 조합원들로 하여금 회계감사직에 입후보할 수 있는 참여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 봄이 타당하다.

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23. 3. 6. 게시한 ‘정기 대의원대회 소집 공고문’에서 회계감사를 선출할 예정임을 널리 알렸고, 회계감사직을 수행하고 싶은 조합원은 원고에게 문의하여 입후보를 하는 방식이 충분히 열려 있으며, 이 사건 대의원대회 이전에는 위와 같은 관행에 따라 대의원 아닌 일반조합원이 입후보한 뒤 회계감사로 선출된 사실이 있으므로, 회계감사 선출결의가 노동조합법 제22조 및 원고 규약 제13조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라)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22조에서 정한 균등한 절차 참여권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모두 특정 문제에 관하여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절차가 보장되어야 함을 의미하고, 이는 조합원들이 그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 기회가 보장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위와 같은 실질적 기회가 보장되었는지 여부는 절차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모든 조합원들에게 균등하게 열려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고, 단지 노동조합 규약에서 정한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충족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마)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관행적으로 회계감사에 선출되기 위해 원고에게 문의하는 방식으로 입후보가 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 조합원들 개개인에 따라 그것이 관행인지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정보에 대한 접근가능성의 차이와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별도로 마련하지 아니한 채 개별적으로 문의하여 회계감사직에 입후보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조합원들의 절차 참여의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파견대의원 선출결의 부분

1)

원고 주장의 요지

노동조합법 제17조 제2항은 노동조합이 ‘단위노동조합’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규정인바, 원고의 상급단체이면서 연합단체 노동조합인 L노동조합에 파견 예정인 대의원의 선출에 있어서는 노동조합법 제17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원고 대의원회에서 L 노동조합에 파견할 파견대의원을 선출한 결의는 적법하다.

2)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1,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파견대의원 선출결의는 노동조합법 제17조 제2항, 제22조 및 원고 규약 제13조를 위배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노동조합법 제22조, 원고 규약 제13조가 조합원들의 균등한 참여권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고, 노동조합법 제17조 제2항은 “대의원은 조합원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하여 선출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원고는 2023. 3. 15.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파견대의원을 선출하였는바, 이는 노동조합법 제17조 제2항에서 정한 ‘조합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의 방식을 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위 조항을 위배한 것임은 분명하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의 상급단체이자 연합단체 노동조합인 L노동조합의 파견대의원 선출에 있어서는 노동조합법 제17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L노동조합은 K단체을 소속 연합단체로 하는 산업별 단위 노동조합으로 설립신고하였고, 피고로부터 그와 같이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점, ② L노동조합 규약 제8조는 “본 조합은 노련의 선언, 강령, 규약, 지부 규약을 찬동하는 고속버스 운송 사업 또는 이와 관련된 부대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구성한다.”라고 규정하여 그 구성원을 ‘노동조합’이 아닌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고, 나아가 위 규약 제9조는 L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가입원서를 ‘지부를 경유하여 조합에 제출’하거나 혹은 ‘지부가 결성되지 아니한 사업장은 근로자가 조합에 직접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③ 반면, K단체은 규약에서 “전국의 자동차운송사업과 자동차제조사업 및 자동차정비와 건설중장비 그리고 이에 관련되는 부대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으로 구성한다”(K단체 규약 제8조)고 규정하여 그 구성원에 노동조합을 포함하고 있는 “전국적 규모의 산업별 연합단체인 노동조합”으로서(K단체 규약 제10조), 산하조직 중 하나로 “업종별 노동조합”을 규정하고 있는 점(K단체 규약 제14조 제1항) 등을 종합하여 보면, L노동조합은 산업별 단위 노동조합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달리 L노동조합이 연합단체 노동조합에 해당함을 전제로 노동조합법 제17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한편, 원고 규약 제19조는 “조합 연맹 파견 대의원의 선출방법은 조합 연맹 규약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L노동조합 규약 제25조는 “대의원회는 각 지부별 조합원회에서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된 대의원(이하 ‘선출직 대의원’이라 함)과 당연직 대의원으로 구성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서 ‘각 지부별 조합원회’는 그 문언상 조합원들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조합원들의 총회’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 규약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파견대의원을 선출함에 있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하여 선출해야 한다. 따라서 L노동조합이 연합단체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원고가 대의원대회에서 파견대의원을 선출한 것은 노동조합법 제22조와 원고 규약 제19조에 반한다.

다.

노동조합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는 것이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에 위배되는지 여부

원고는 노동조합에 대한 시정명령을 명할 수 있는 노동조합법 제21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자치 원칙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제87호(이하 ’결사의 자유 협약‘이라 한다)’ 제3조에 위배되는 것으로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 제1항은 “노동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그들의 규약과 규칙을 작성하고, 완전히 자유롭게 대표자를 선출하며,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하고, 사업을 수립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은 “공공기관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가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협약의 내용은 규약 작성 및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고, 노동자 등이 규약을 자주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공공기관은 이와 같은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하여야 한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규정한 것이다.

때로는 노동조합의 규약이나 행동이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특히 노동조합 스스로가 노동조합법을 위반하는 경우 행정청이 그로 인해 권리를 침해받은 근로자들을 위하여 노동조합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이는 행정청의 사전심사가 아닌 사후적인 통제수단이다. 시정명령을 받은 노동조합은 법원에 시정명령의 취소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고, 법원은 행정청의 시정명령이 위법한지에 대하여 실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의 불복수단 역시 마련되어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 제21조 제1항의 규정 자체가 노동조합의 규약 작성권, 대표자 선출권, 관리 및 활동 조직권 등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이와 같은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간섭으로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를 위반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준영(재판장) 김민아 김성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