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순천시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및 순천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에 따라 1∼2년 단위로 운영대행사<각주1>를 선정하여 I(이하 '이 사건 I'이라 한다)에 대한 시설 운영 및 관리를 위탁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I에서 매검표 업무를 담당해 온 사람들로, 이 사건 I의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변경된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2022년도 용역업체인 주식회사 J은 2022. 11. 28. 원고들에게 2022. 12. 31.자로 근로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된다고 통지하였다.
2023 K박람회(이하 '이 사건 K박람회'라 한다) 개최가 결정된 후, 2023 K박람회 지원 및 사후활용에 관한 특별법(이하 'L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었고, 이에 근거하여 이 사건 K박람회 준비를 위한 2023 M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원회'라 한다)가 새로 설립되면서 순천시가 아닌 조직위원회가 운영대행사에 이 사건 I에 대한 운영대행 용역을 맡기는 구조로 변경되었다.
조직위원회는 2022. 10.경 '2023 K박람회 박람회장 운영 대행 용역' 입찰(정정) 공고(이하 '이 사건 입찰공고'라 한다)를 하였는데, 과업내용은 '과업지시서 및 제안요청서 참조', 사업기간은 '계약일로부터 2023. 12. 31.까지', 기타 유의사항에는 '본 용역의 낙찰자(대행사)는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을 준수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를 하여야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제안요청서에 행사기간은 '2023. 4. 1.~2023. 10. 31.'(휴장기간: 2023. 1. 1.~2023. 3. 31., 2023. 11. 1.~2023. 12. 31.), 목적은 '박람회장 운영 전반에 대한 과업을 수행할 우수 대행사 선정(입·퇴장 관리, 관람객 서비스, 운영인력·물자관리 등)', 주요 과업분야는 '박람회장 운영 전반'으로 명시되어 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주식회사 N(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O, 이하 'O'라 한다)와 공동수급체<각주2>를 구성하여 이 사건 입찰공고에 응찰하면서, 제안요청서 내 과업수행 특별사항에 입찰참가 시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된 '근로조건 이행확약서'(이하 '이 사건 확약서'라 한다)를 2022. 11. 15. 조직위원회에 제출하였다. 이 사건 확약서 제3항에는 “이 사건 지침 등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를 하겠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참가인은 O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이 사건 K박람회의 운영대행사업자로 선정되었고, 조직위원회와 참가인, O는 2022. 12. 16. '2023 K박람회 박람회장 운영 대행용역 기본협약서'(이하 '기본협약서'라 한다)를 체결하였다. 기본협약서는 제19조 제2항에서 '주관대행사는 아래의 투입단계를 고려하여 박람회 분야별 적정한 운영인력을 운영·배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투입단계 및 투입시기에 관하여 '① 준비(휴장) 기간 2013. 1. 1.~2023. 3. 31., ② 박람회 운영기간 2023. 4. 1.∼2023. 10. 31., ③ 정비·정산기간 2023. 11. 1.~2023. 12. 31.'로 명시되어 있다. 참가인은 공동수급체의 대표계약자로서 2022. 12. 26. 조직위원회와 '2023 K박람회 박람회장 운영 대행 용역(협상에 의한 계약)계약서'를 체결하였다.
원고들은 2022. 11.경부터 일괄적인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을 해왔고, 2023. 1. 6. 순천시의회 사무실에서 공동수급체를 대표하여 O의 P 대표와 원고들이 참석한 노사간담회가 개최되었는데, 원고들은 휴장 기간 동안 휴업수당을 수령하는 휴업이나 무급휴직 등을 제안하면서 고용승계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였다.
참가인은 2023. 1. 30. 이 사건 K박람회 운영기간(2023. 4. 1.~2023. 10. 31)에 필요한 매검표 인력 등을 선발하기 위하여 공개채용 형식으로 기간제근로자 약 132명에 대한 채용공고(이하 '이 사건 채용공고'라 한다)를 하였으나, 원고들은 이에 응시하지 않았다. 기존 근무자들 중 이 사건 채용공고에 응시한 77명의 경우, 참가인은 서류심사에서 경력 가점을 일괄 부여하는 방식으로 모두 채용하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I에서 검표·안내·주차·의료·안전인력 등의 분야를, O는 미화(청소) 및 경비 분야의 운영대행 용역업무를 각 수행하면서 이 사건 K박람회를 운영하였다.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 11명은 2023. 3. 20. O를 상대로 '2023. 1. 1.자로 고용승계를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이하 '선행 구제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5. 23. 'O가 발주처로부터 매검표 업무에 대해서는 도급을 받지 않았으므로 매검표 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에게는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Q, 이하 '선행 초심판정'이라 한다).<각주3>
원고들은 2023. 5. 30. 참가인을 상대로 '2023. 4. 1.자로 고용승계를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이하 '이 사건 구제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7. 24. '이 사건 구제신청은 제척기간을 도과하지 않았고, 원고들에게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이 고용승계를 거절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R).
이에 참가인이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는데(H),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12. 1. '이 사건 구제신청은 제척기간을 도과하지 않았고, 원고들에게는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되나, 그 기대권을 배제할 특별한 사정 또한 존재하며, 원고들이 이 사건 채용공고에 응시하지 않아서 참가인이 채용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므로 참가인의 고용승계 거절은 정당하다'는 이유로 위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10호증, 을가 제1 내지 10호증, 을나 제1, 2, 5,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증인 S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들
참가인은 고용승계를 거부할 특별한 사정에 대한 합리적·객관적 기준을 마련하여 원고들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였고, 그럼에도 실질적인 선발절차에 해당하는 공개채용 방식의 이 사건 채용공고를 하여 원고들이 이에 응할 수 없었던 것뿐이며, 참가인은 원고들을 포함한 기존 근무자들의 명단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별도로 입사지원서 제출을 권유하는 등 고용승계를 약속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참가인이 원고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절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참가인<각주4>
참가인이 용역업무를 개시한 2023. 1. 1. 또는 늦어도 채용공고 마감일 다음날인 2023. 2. 18.에 고용승계의 거절이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구제신청은 제척기간을 도과하였다.
참가인이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당연히 원고들의 고용을 승계하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참가인의 이 사건 채용공고에 응시하지 않아 참가인이 제시한 근로조건을 승낙하는 의사표시를 한 바 없으므로 참가인은 원고들의 고용승계를 거절한 사실도 없다. 설령 참가인이 고용승계를 거절하였다고 보더라도, 그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구제신청기간 도과 여부
사용자가 근로자를 부당하게 해고한 경우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데, 위 구제신청은 부당해고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8조 제1항, 제2항).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그 효력을 발생하는 경우에는 위 기간은 그 효력 발생일부터 기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두11076 판결 참조).
이 사건 K박람회 행사 준비(휴장) 기간인 2023. 1. 1.∼2023. 3. 31.에는 방문객이 오지 않아서 매검표 업무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참가인은 2023. 1. 30. 이 사건 K박람회 운영기간(2023. 4. 1.∼2023. 10. 31.)에 근무할 매검표원 등 기간제근로자 약 132명에 대한 이 사건 채용공고를 한 후 근로자들을 채용하여 이 사건 K박람회를 운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원고들 역시 이 사건 구제신청 당시 '조직위원회와 참가인은 원고들이 담당했던 매검표 업무를 2023. 4. 1.부터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날부터 원고들에 대한 고용승계의무가 발생한다'고 진술한 바 있다. 따라서 참가인이 실제로 매검표 업무의 수행을 시작한 2023. 4. 1.자로 원고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음으로써 원고들에 대한 해고가 효력을 발생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3개월의 제척기간은 해고의 효력 발생일인 2023. 4. 1.부터 기산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고들은 그로부터 3개월 이내인 2023. 5. 30. 이 사건 구제신청을 하였으므로, 제척기간을 준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설령 원고들이 선행 구제신청 당시 주장한 바에 따라 고용승계 거절일을 2023. 1. 1.로 보더라도, 이 사건 구제신청은 여전히 제척기간을 도과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부당해고 등 구제절차에서 최초 구제신청의 대상이 된 불이익처분을 다투는 범위에서 피신청인의 추가·변경이 허용되고, 이때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의 제척기간 준수 여부는 최초 구제신청이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두3297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① 부당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행정적 구제절차는 민사소송을 통한 통상적인 권리 구제방법에 따른 소송절차의 번잡성, 절차의 지연, 과다한 비용부담 등의 폐해를 지양하고 신속·간이하며 경제적이고 탄력적인 권리구제를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 ② 현대의 고용형태는 점차 다변화되고 있는바, 근로자로서는 자신의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처음부터 정확하게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그러한 경우일수록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를 이용할 필요성이 더욱 큰 점, ③ 근로자의 구제신청 이후 노동위원회의 직권조사나 심문과정 등에서 실질적인 사용자가 밝혀진 경우 등에 제척기간이 이미 도과하였다는 이유로 구제를 거부한다면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를 둔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법리는 근로자들이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는 여러 용역업체 중에 어느 한 업체를 상대로 고용승계 거절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사실은 해당 근로자들이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는 공동수급체 중 다른 업체가 담당하므로 구제신청의 상대방인 피신청인을 잘못 지정하였음이 초심판정을 통해 비로소 밝혀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살피건대, ① 참가인은 O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이 사건 K박람회의 운영대행사업자로 선정된 사실, ② 2023. 1. 6. 개최된 노사간담회에는 공동수급체를 대표하여 O 측이 참석한 사실, ③ 원고들은 2023. 3. 20. O를 상대로 선행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5. 23. 'O가 매검표 업무에 대해서는 도급을 받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에게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사실, ④ 원고들은 다시 참가인을 상대로 2023. 5. 30. 이 사건 구제신청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처럼 원고들은 참가인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용역업체인 O를 상대로 2023. 1. 1.로부터 3개월 이내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그렇다면 원고들이 담당하던 매검표 등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가 O가 아니라 참가인이었음이 선행 초심판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명확하게 밝혀진 이상, 참가인을 상대로 한 이 사건 구제신청이 위 2023. 1. 1.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에 이루어졌더라도 제척기간을 준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구제신청이 제척기간을 도과하였다는 취지의 참가인 주장은 이유 없다.
참가인이 원고들의 고용승계를 거절하였는지 여부
도급업체가 사업장 내 업무의 일부를 기간을 정하여 다른 업체(이하 '용역업체'라 한다)에 위탁하고, 용역업체가 위탁받은 용역업무의 수행을 위해 해당 용역계약의 종료 시점까지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여 왔는데, 해당 용역업체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도급업체와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한 경우,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여 새로운 근로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게는 그에 따라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가 고용승계를 원하였는데도 새로운 용역업체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6두57045 판결 등 참조).
참가인은 원고들이 2023. 1. 30. 이루어진 이 사건 채용공고에 응시하지 않는 등, 원고들이 고용승계를 원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으므로 고용승계를 거절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이 사건 입찰공고에는 '본 용역의 낙찰자(대행사)는 이 사건 지침을 준수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를 하여야 함'이 명시되어 있고, 제안요청서 내 과업수행 특별사항에 '대행사는 공고일 현재 이 사건 I에 근무 중인 근로자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 및 고용을 유지해야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② 참가인은 이 사건 입찰공고에 응찰하면서 '이 사건 지침 등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를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제출하였고, 이 사건 K박람회 운영대행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기본협약서로 정한 참가인의 용역업무 내용은 '박람회장 운영 전반(행사대행업)'이었던 점, ③ 원고들은 일괄적인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을 해왔고, 2023. 1. 6. 공동수급체를 대표하는 O 측이 참가하여 개최된 노사간담회에서도 원고들은 근무조건을 어느 정도 타협하면서까지 고용승계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참가인은 이 사건 채용공고에 응시한 기존 근무자들의 경우 경력 가점을 일괄 부여하는 방식으로 모두 채용한바, 기존 근무자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원고들과 같이 일부 응시하지 않은 기존 근무자도 존재함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원고들이 이 사건 채용공고에 응시하지 않았더라도 참가인은 원고들이 고용승계를 원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그럼에도 고용승계를 거절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참가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참가인의 고용승계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
판단의 기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근로자가 고용승계를 원하였는데도 새로운 용역업체가 고용승계를 거절하였을 때 그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1. 6. 3. 선고 2020두45308 판결 등 참조).
다만, 종전 용역업체와의 기간제 근로계약 종료 이후 새로운 용역업체의 고용승계 거절은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와는 구별되는 것이고, 근로관계의 지속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나 기대 역시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두45114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근로자에 대하여 계약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근로자를 계약기간 중에 해고하는 경우에 갖추어야 할 '정당한 이유'(근로기준법 제23조)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6 내지 9호증, 을나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이 원고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절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입찰공고, 제안요청서 내 과업수행 특별사항, 그리고 이 사건 확약서 등에는 참가인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를 하여야 함이 명시되어 있다. 한편 위 특별사항에는 주관대행사가 '특별한 사정에 대한 합리적·객관적 세부기준을 마련해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에 반영·시행하여야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조직위원회에서 고용승계 등의 방식에 대하여 별도의 조건을 붙이거나 제한을 가한 것은 없었다. 기본협약서 역시 '주관대행사는 투입단계(준비기간, 운영기간, 정비·정산기간)를 고려하여 박람회 분야별 적정한 운영인력을 운영·배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조직위원회와 참가인은 용역업체 변경으로 인해 이 사건 I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의 원칙을 정하되, 구체적인 인력의 운영 및 배치에 관하여는 참가인에게 폭넓은 재량을 부여하기로 합의하였다.
따라서 참가인이 부담하는 고용승계의무의 범위는, 예컨대 영업양도가 이루어져 근로관계가 양수하는 기업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경우 등과 달리, 조직위원회와 체결한 계약의 내용에 따라 적정한 운영인력의 운영·배치를 고려하여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세부기준을 마련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에 그친다 할 것이다.
이 사건 지침은 고용승계를 하지 않을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란 '사회통념상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역시 고용승계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원고들 주장과 달리 사용자인 참가인 측의 사정에 해당하는 박람회 운영의 주체·방식·기간의 변경 등이 '특별한 사정'으로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I은 기존에는 연중 상시 운영을 하였으나, 2023년에는 이 사건 K박람회 정부지원실무위원회에서 2023. 4. 1.부터 2023. 10. 31.까지 7개월간만 운영하기로 의결하였고, 이를 주무관청인 산림청에서 2022. 8. 승인함으로써 그 운영계획이 최종 확정되었다. 이에 조직위원회는 휴장 기간과 운영기간을 나누어 용역대행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으로 계획한 후 각 기간별 인력 운용 계획에 따라 용역비 예산을 편성하였다. 참가인은 이러한 전제 하에 이 사건 입찰공고에 응찰하여 이 사건 K박람회의 운영대행사업자로 선정되었다.
당초 운영계획과 달리 휴장 기간 중에 필요한 인력을 초과하여 채용함으로써 임금 등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예산 항목 및 지출에 변동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데, L법 제16조는 '조직위원회는 다음 연도의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를 작성하여 다음 회계연도 개시 1개월 전까지 산림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조직위원회가 별도의 승인을 받아 예산을 변경하지 않는 한 용역업체에 불과한 참가인이 계약 내용에 따른 기간별 인력 규모 등을 임의로 변경하여 운용할 수 없었다.
매검표 업무가 용역업체 변경과 관계없이 계속적·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I의 휴장 기간에 매검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원고들이 휴장 기간에 다른 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다는 객관적인 자료 역시 제출되어 있지 않다(원고들은 휴장 기간에 무급휴직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근로관계 자체를 유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였다고 주장하나, 무급휴직의 경우에도 4대 보험이 유지되고 퇴직금 산정의 대상이 되는 등 인력 예산이 소요된다).
따라서 참가인이 원고들과 같은 매검표 업무 담당자의 고용을 일괄하여 승계하지 못한 것은 조직위원회와 체결한 계약의 내용에 따라 고용승계의 예외 사유로 정한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비록 참가인이 이 사건 K박람회 운영기간에 근무할 매검표원 등에 대하여 이 사건 채용공고를 할 당시 공개채용의 형식을 취하기는 하였으나,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은 이 사건 I의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 여러 차례 형식적으로나마 변경된 용역업체의 공개채용 절차를 걸쳐 고용이 승계되었고, 특히 전년도인 2022년에는 이 사건 채용공고와 마찬가지로 면접심사 점수 고득점 순으로 선발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므로, 참가인이 취한 채용 방식이 특별히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K박람회의 운영인원은 이 사건 I의 전년도 운영인원보다 증원되어 더 많은 인원의 채용이 필요하였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은 이 사건 채용공고에 응시한 기존 근무자들에게 경력 가점을 일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우대하여 모두 채용하였으므로(이처럼 기존 근무자들이 모두 최종합격한 이상, 가점이 면접심사가 아니라 서류심사 당시에만 부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근무자들이 충분히 우대받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다), 참가인이 기존 근무자들의 고용을 승계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인원을 일부 충원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개채용 방식을 선택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럼에도 참가인이 원고들의 고용승계를 하지 못한 이유는 원고들이 이 사건 채용공고에 응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일 뿐이므로, 그 사유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들이 2023. 1. 1.부터의 고용승계를 주장하거나 공개채용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등 이 사건 채용공고에 응시하지 않을 만한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사정에 따른 자발적인 근로관계 단절 내지 휴식 기간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참가인에게 채용공고에 응시하지 않은 원고들에게까지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여 원고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고용승계를 하여 줄 의무까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소결론
이 사건 구제신청은 제척기간을 도과하지 않았고, 원고들에게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되나, 참가인이 고용승계를 거절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에는 어떠한 위법이 없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각주1) '운영대행'이라 함은 K박람회 등의 운영 인력·물자관리, 검표, 경비, 청소, 주차관리 등 운영 전반 및 대행사의 자체 추진 사업 등을 포함한 제반 사업의 이행업무 등을 총칭한다.
각주2) 구체적인 담당 사업내용 및 참여 지분율을 보면, 참가인은 검표 및 박람회장 운영 전반(행사대행업)을 담당하며 지분율 80%, O는 박람회장 시설 및 경비분야를 담당하며 지분율 20%였다.
각주3)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I에서 운영업무(미화, 경비 등) 등을 담당해 오던 근로자들 5명의 O에 대한 구제신청은 인용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9. 5.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위 근로자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으며(T), 이에 위 근로자들이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이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계속 중이다(서울행정법원 2023구합84137).
각주4) 이 사건 재심판정 중 '원고들에게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부분은 다투지 않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