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8. 28. 선고 2024구합86451 판결

부당대기발령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4. 9. 13.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 사이의 C, D(병합) 부당대기발령 및 부당견책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 중 부당대기발령 부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 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경위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13호증, 을가 제1, 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견책은 부당견책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 사건 대기발령은 부당대기발령에 해당한다’는 이 사건 재심판정에 관하여 원고만이 불복해 부당대기발령 부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 견책의 징계사유를 전제로 하는 이 사건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원ㆍ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대기발령이 그 업무상 필요성에 비해 참가인이 입는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게 커 부당대기발령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참가인이 이 사건 소송절차에서 제출한 의견서, 증인진술서는 실질적으로 이 사건 대기발령보다는 이 사건 견책이 부당징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보이고, 설령 이를 이 사건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 자체를 다투는 취지로 선해하더라도,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참가인의 업무능력 미흡 및 민원 응대 태도 불량 등을 지적하는 민원이 수차례 접수된 점, 원고가 이에 관하여 참가인에게 수차례 훈계, 전보, 주의 촉구 등의 조치를 취하였는데도 저조한 인사평가결과가 유지되는 등 별다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근무태도 개선 및 추가적인 민원 발생 방지 등을 위한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는 이 사건 재심판정의 판단은 충분히 합리적인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다).

나.

이 사건 재심판정의 요지

이 사건 재심판정은, ① 원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 기간 동안 참가인에게 기본 연봉의 50%만 지급하였고, 그런데도 참가인은 출근의무를 부여받고 평소처럼 출퇴근을 하면서 원고의 지휘ㆍ감독을 받았으므로, 근로기준법 제95조의 감급 제재 한도나 원고의 내부 규정상 ‘출근 정지 및 기본 연봉의 40%를 지급’하는 정직의 징계처분과 비교하여 보아도 경제적 불이익이 과도한 점, ② 대기발령이 잠정적인 조치인데도 이 사건 대기발령이 유지된 기간이 참가인의 대기발령 사유 해소를 위한 기간으로 짧아 보이지 않고 종료일도 특정되어 있지 않은 점, ③ 원고 인사관리지침 제20조에 따르더라도 대기발령 기간이 연장되어 향후 자의적으로 추가적인 불이익을 발생시킬 수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 감수하여야 할 수준을 현저히 벗어나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은 부당대기발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므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용자가 대기발령 근거규정에 의하여 일정한 대기발령 사유의 발생에 따라 근로자에게 대기발령을 한 것이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당해 대기발령 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대기발령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ㆍ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만일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대기발령 조치를 유지한 경우 등에 해당한다면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다93596 판결 참조).

2)

참가인이 2023. 12. 1.자로 이 사건 대기발령이 이루어진 이후 대기발령 상태로 기본 연봉의 50%만을 지급받다가, 2024. 11. 29.자로 원 직급(계장)에 복귀한 뒤(인사부 소속 직무미부여자로 기본 연봉의 80%를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2025. 1. 3.자로 원고 길동지점으로 발령되어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대기발령 종료시까지 약 1년, 직무가 다시 부여되기까지는 약 13개월에 걸쳐 참가인이 통상적인 원고 직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상당한 수준으로 감액된 급여만을 지급받았다는 점에서 이 사건 대기발령으로 참가인이 입은 경제적 불이익의 정도가 마냥 적다고 볼 수 없음은 분명하다.

3)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4~45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대기발령이 위와 같이 장기간 유지된 것은 이 사건 견책의 징계사유와 같이 종전에 업무상 문제점이 다수 지적되었던 참가인에 대한 교육 등의 조치를 거쳐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과 태도를 구비하게 하려는 데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유지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이를 고려하면 이 사건 대기발령으로 참가인이 입는 생활상 불이익이 업무상 필요성에 비해 현저히 커 통상 감수하여야 할 수준을 벗어나는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대기발령은 원고가 가지는 상당한 인사재량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부당대기발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가)

참가인이 입사 이후 가양동지점에서 근무하는 동안 잘못된 안내 또는 미숙한 업무처리로 4회 이상의 민원이 접수되었고, 2021. 1.경부터 소속장으로부터 ‘보통’ 또는 ‘미흡’의 근무상황평가가 이루어짐과 함께 ‘민원 발생 소지, 업무 미숙 등으로 직원들의 피로감이 가중되었고, 영업점에서 근무하기 어려우니 IT전문인력으로 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에 원고가 참가인을 2021. 7. 9. IT전문 계열사인 ‘F’로 파견하였으나, 마찬가지로 수차례 민원 등이 접수된 끝에 1년도 지나기 전에 해당 회사로부터 ‘현업과의 마찰, 부서 부적응, 팀장 지시 불응, 업무 진척 없음’ 등의 사유로 참가인을 복귀시켜 달라는 요청이 이루어졌다. 원고는 2022. 7.경 훈계 조치와 함께 참가인을 다시 영업점인 G지점으로 복귀시켰으나, 참가인의 근무상황평가는 2022. 8.경 한 차례 ‘우수’ 등급으로 이루어진 것을 제외하면 2023. 11.경까지 ‘보통’ 또는 ‘미흡’ 등급으로 유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속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업무 미숙, 고객 응대 태도 불량, 직원들 사이의 융화 부족’에 관한 의견이 제시되었고, 끝내 2023년 하반기 근무기강 점검 결과 ‘불량’ 평가가 이루어졌다. 특히 원고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 사건 대기발령 이전까지 수차례 면담 및 징계에 이르지 않는 ‘훈계’, ‘주의 촉구’ 등의 조치를 취하였는데도 참가인에게는 별다른 개선의 정이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참가인의 직무교육, 민원 방지, 직원들의 피로감 해소 등을 위한 이 사건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대단히 컸음은 분명하고, 특히 이 사건 대기발령은 단순히 다른 직무를 부여하기 위한 일시적ㆍ잠정적인 조치로서가 아니라 참가인의 업무능력 및 근무태도 개선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확인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이루어질 필요성도 있었다.

나)

이러한 업무상 필요성에 근거하여, 이 사건 대기발령은 단순히 참가인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아무런 직무를 부여하지 않은 채로 장기간 방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원고가 운영하는 ‘I’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여 업무 관련 지식을 숙지하고 이를 평가함으로써 참가인의 업무능력 개선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고, 이를 비롯하여 참가인의 심리적 안정과 근무태도 개선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의 제공, 면담 등의 조치가 함께 이루어졌다. 위 연수 프로그램은 대기발령자와 같은 후선배치인력을 대상으로 하여 필수 직무역량 제고를 통한 현업 복귀 지원을 목적으로 이루어졌고, 은행의 업무수행과 관련된 필수적인 내용들을 분야별로 나누어 연수 내용으로 구성하였으며, 원칙적으로 10회에 걸쳐 이루어지는 1년 단위 프로그램의 이수 과정에서 진도율 100% 및 평가 60점 이상을 획득한 경우 수료 처리가 가능하였으므로, 해당 프로그램의 이수를 위해 자연스럽게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참가인에게 이루어진 수차례의 면담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대기발령 이후 약 10개월이 경과한 2024. 9.경까지도 참가인은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개선을 위한 노력을 미흡하게 하는 태도만을 유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업무능력 및 근무태도 개선을 위한 대기발령 기간이 장기화된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다)

물론 원고가 대기발령자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위와 같은 연수 프로그램, 심리상담, 면담 등의 조치가 표면상으로는 업무능력 및 근무태도 개선을 위한 것이지만 실상은 근무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사람들을 직무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원고가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대기발령 기간이 길어진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음은 분명하지만, 위 조치 등이 그러한 의도로 악용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별다른 자료가 제출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참가인이 이 사건 대기발령 기간 동안 영업 관련 자격증 상당수를 취득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실시하는 직무역량 평가시험에도 응시한 점, 연수 프로그램의 회차별 성적 역시 점진적으로 향상되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업무능력 및 근무태도 개선을 위해 실시한 원고의 조치들이 일정 부분 실제로 효과를 거두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라)

그 결과 원고는 대기발령 기간이 약 1년에 이른 2024. 11. 26.경 참가인의 면담 결과 일부 태도 개선을 확인하고 참가인을 원 직급에 복직시켰고, 정기인사 시점인 2025. 1. 초경에 참가인을 새로운 영업점으로 인사발령하여 직무를 부여하였다고 보인다. 복직시까지의 기간은 원칙적인 대기발령 기간을 1년 이내로 한정하는 원고 인사관리지침 제20조 제2항의 제한 내에 있고, 비록 직무가 부여되기까지는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대기발령 기간은 위 규정 단서조항에 따라 전결권자의 판단에 따라 6개월 단위로 연장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근무지에서의 적응, 동료들과의 화합 등을 위해 정기인사 시점에 맞추어 참가인에 대한 인사발령을 하였다는 이유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는 위와 같이 원고 내부 규정상 대기발령 기간의 한계가 설정되지 않아 사용자 측이 부당하게 대기발령 기간을 장기화하는 방식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였으나, 앞서 본 사정들을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원고가 규정을 악용하여 참가인에 대한 대기발령 기간을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부당하게 유지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원용한 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5다3991 판결은 근로자가 3년 이상 지속된 대기발령의 무효확인을 청구하였던 사안에서 대기발령 후 약 1년 10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대기발령사유가 일응 해소되었다고 보이는데도 장기간 대기발령조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이므로, 사안을 달리하는 이 사건에 원용하기는 적절하지 않다.

마)

비록 참가인이 이 사건 대기발령 기간 동안 기본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지급받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성과급, 복지카드이용액, 복리후생비 등을 감안하면 참가인은 평균적으로 매월 세전 4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지급받았던 것으로 보이므로(갑 제40호증), 참가인에게 최소한 생활에 필요한 수준의 급여는 지급되었다고 볼 수 있어 그 급여상 불이익이 극심한 수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바)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는 근로기준법 제95조의 감급 제재 한도나 원고가 부과하는 정직처분의 경제적 불이익과 비교하여 보아도 이 사건 대기발령으로 인한 급여삭감의 불이익이 과도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감급 제재(원고의 취업규칙상 징계처분의 일종인 감봉처분이 이에 해당한다)나 정직처분은 과거의 비위행위에 대한 징벌적 제재로 이루어지는 조치인 반면, 대기발령은 인사관리상의 필요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조치이다. 뿐만 아니라, 원고의 취업규칙에 의하면 감봉처분의 경우 근로자가 징계기간에 통상적인 근로를 제공하면서 월급 10% 삭감의 불이익과 징계기간 이후에도 12개월간 승진ㆍ승급 제한의 불이익을 받는 것이고, 정직처분은 근로자가 징계기간에 출근이 정지되어 통상적인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월급 40% 삭감의 불이익과 징계기간 이후에도 18개월간 승진ㆍ승급 제한의 불이익을 받는 것인 반면, 대기발령은 근로자에게 출근의무는 있으나 통상적인 근로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이 적고 교육ㆍ개선의 기회를 주는 연수ㆍ상담 등을 받게 하면서 월급 50% 삭감의 불이익을 받되 대기발령기간 이후에는 승진ㆍ승급 제한이 별도로 없다. 이처럼 감봉ㆍ정직처분과 대기발령은 그 목적과 성질이 다르고, 근로자에게 부과되는 출근ㆍ근로의무의 내용ㆍ정도가 다르며 부수적인 승진ㆍ승급 제한의 정도가 다르므로, 양자의 조치에 따른 경제적 불이익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대기발령이 부당대기발령에 해당한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참가인이, 나머지는 패소한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재판장) 오민관 방민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