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5. 1. 9. 원고에게 한 평균임금 정정신청 불승인 및 보험급여 차액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B(C생)은 다음 표 기재와 같이 ㈜D(이하 'D'이라고만 한다) 등에서 근무하면서 분진에 노출되었다.
B은 2021. 2. 23. 만성폐쇄성폐질환(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2021. 7. 12.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2. 6. 15.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
B은 2022. 6. 2. 사망하였고(이하 '고인'이라 한다), 고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위 요양불승인처분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거쳐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다. 위 위원회는 2023. 3. 31.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위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재결을 하였다.
이후 피고는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고 원고에게 고인의 이 사건 상병에 관한 장해급여를 지급하면서, 고인의 최종 근무 사업장인 G을 평균임금 적용사업장으로 보아 장해급여를 산정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D을 평균임급 적용사업장으로 하여 보험급여를 재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평균임금정정 및 보험급여 차액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2025. 1. 9. 아래와 같은 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을 근거로 'D 퇴직 후 2008년부터 다수의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과정에서 유해요인에 추가 폭로 된 것으로 확인되어, 고인의 경우 유해사업장 중 하나의 사업장을 질병 발생의 주된 사업장으로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되므로, 마지막으로 유해요인에 폭로 된 G을 적용사업장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평균임금정정 불승인및 보험급여 차액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사업장은 고인이 가장 장기간 근무하였고, 유해물질 노출 정도가 심한 D이므로, D을 평균임금 적용사업장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이 사건 처분은 고인의 D 작업 경력을 바탕으로 이 사건 상병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의 재결의 기속력에 반한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진폐 등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퇴직일은, 원칙적으로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직업병 진단 확정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두60380 판결 참조).
진폐와 같이 유해 요소에 장기간 노출되어 발병하고 잠복기가 있는 직업병의 경우 질병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에서 퇴직한 후 비로소 질병을 진단받는 근로자가 적지 않고, 그 중 일부는 그 사이에 직업병과 관련이 없는 사업장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은 대체로 근로자가 장기간 근무하였던 곳이므로그 임금수준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진단 시점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받은 임금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도록 한다면, 동일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그 직업병 진단 직전에 근무한 사업장이 어디인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사업장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의 목적에 어긋난다.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의미하고(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이 된다.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는 제도는 제정 근로기준법에서 도입되어 산재보험법에 규정되기에 이르렀는데,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은 사용자가 사업장의 업무로 인하여 발생한 재해에 대하여 그 사업장에서 지급받은 평균임금을 기초로 보상하는 것이다.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와 평균임금 산정기준이 된 사업장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위와 같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내용과 연혁 등에 비추어 보면, 진폐 등 직업병에 대한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을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렇게 해석하여도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보호에 미흡함이 생긴다고 볼 수는 없다. 근로자가 직업병 진단일 훨씬 전에 직업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최종 사업장을 퇴직하였더라도 산재보험법 제36조 제3항의 평균임금 증감 규정에 따라 그 퇴직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평균임금에 동일 직종 근로자의 임금변동률을 직업병 진단일까지 적용하여 최종적인 평균임금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평균임금 산정 시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평균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을 경우에는 이를 그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 없으므로, 근로자가 직업병의 원인이 된 유해 요소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업무 능력이 저하되고 그 결과 마지막 사업장에서의 임금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임금액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가장 사실대로 반영하는 것은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최종 사업장에서 지급받은 임금액일 것이므로 이를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평균임금에 따라 보험급여를 산정하도록 한 산재보험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고인의 G에서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G을 평균임금 적용사업장으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이 사건 처분을 전부 취소하는 이상, 원고의 나머지 주장은 별도로 살펴보지 아니한다).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은 대체로 근로자가 장기간 근무하였던 곳일 가능성이 큰데, 고인은 D에서 28년 6개월에 이르는 장기간 근무하였고, 피고도고인이 위 기간 동안 분진 등 유해요인에 노출된 사실은 다투지 않는다. 반면, 고인은 D 퇴직 후에는 간헐적으로 일용직으로 근무하였을 뿐이고, 각 근무기간은 단 1일에 불과하여, G을 포함한 D 외의 사업장에서의 업무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유 의미한 기여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D 외의 사업장들에서의 업무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영향을 미쳤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제출된바 없다. 이 사건 상병 발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고인의 근무기간은 D에서의 근무기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종전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면서, '고인은 작업 특성상 약 20년 이상 누적 분진 노출 작업에 종사하였고, 당시 열악한 작업환경·보호장비 착용 미비 등으로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충분하여 고인의 이 사건 상병은 업무 관련성이 높다는 의학적 소견에 따라 이 사건 상병과 고인의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고인에 대한 업무관련성 전문조사 필요성 여부에 대한 자문회신서에는 '고인은 재직증명서, 고용보험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약 20년 이상 분진업무를 수행한 이력이 확인되므로, 누적 분진 노출 수준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고, 따라서 별도의 업무관련성 전문조사가 필요 없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 피고는 이를 근거로 고인의 직업력 전체가 이 사건 상병의 발생과 관련이 있어 한 사업장을 주된 사업장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의 판단 및 자문회신은 '고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볼 수 있을 뿐, '고인이 근무했던 유해 사업장 중 주된 사업장을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고는 고인이 근무한 각 사업장과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여부에 관한 별도의 평가나 심의 등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 사건 지침의 단서를 적용하여 고인이 마지막으로 유해요인에 폭로된 사업장인 G을 평균임금 적용사업장으로 보았는바, 이는 그 자체로 합리성과 타당성이 부족하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영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