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4. 9. 선고 2025구합55229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인 D 그룹의 국내 계열회사로서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및 기타 제품의 판매업,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13. 11. 1.부터 참가인의 최고재무책임자(Chief Financial Officer)로서 업무를 수행하였고, 이후 참가인과 3년마다 계약을 갱신하였다.

나.

원고는 2024. 11. 10. 참가인으로부터 '부적절한 행위로 회사의 임원으로서 선관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여러 내부 정책 및 지침을 위반하였으므로, 최고재무책임자 직위에서 해고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다.

원고는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위 해고는 절차상 및 실체상 하자가 있어 부당하다'는 이유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5. 3. 4.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임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E). 원고가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도 2025. 7. 14.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3, 10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요지

이 사건 재심판정은 ① 원고는 2013. 11. 1. 참가인과 '최고재무책임자로서 특정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전무 직급으로 근무한 점, ② 원고에게 참가인의 정규직 사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적용되었다고 볼 여지가 없고, 다른 근로자들과는 달리 3년마다 계약을 갱신한 점, ③ 참가인은 직원의 출퇴근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두고 있지 않아 원고가 근무시간에 구속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고, 출장 및 연차 사용과 관련하여서도 다른 근로자들의 경우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고액계약의 경우 최고재무책임자로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25만 달러까지 비용 집행을 결정 · 승인할 권한이 있었으며, 미국 본사의 재무전략 등을 논의 · 결정하는 글로벌 파이낸스 리더십팀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여 주요 경영 사항에 관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등 참가인으로부터 업무상 상당한 지휘 · 감독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원고의 보수액이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의 경우와 상당한 차이가 나는데, 이는 주요 업무집행 및 의사결정에 관한 책임과 권한에 따라 책정된 금액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참조).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참조).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참조). 특히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 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참조).

2)

이 법원에 제출된 증거들 상당 부분은 모두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제출되었던 증거들과 동일하고, 원고의 주장 역시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제기하였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고가 이 법원에 추가로 제출한 증거들을 아울러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재심판정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충분히 합리적인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다. 나아가 앞서 든 증거, 갑 제5, 16, 17, 19~22호증, 을가 제2호증, 을나 제2~5, 8, 10~12, 26~29호증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법원에서 특히 강조하거나 새롭게 제기하는 주장들은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원고가 제출한 2013. 5.경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 갑 제5호증) 및 참가인이 제출한 2014. 9.경 직무기술서(을나 제2호증)에는, 최고재무책임자 직책의 책임 · 업무에 관하여 '참가인의 대차대조표, 자본 구조, 전반적인 재무보고 · 통제 절차를 관리하고, 통제, 세무, 재무, 회계, 기업재무보고 및 사업계획에 대한 광범위한 책임을 부담한다', '참가인의 경영진 및 재무부와 협력하여 매출 성장과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을 지원할 책임이 있고, 참가인의 재무 성과와 영업 결과에 대한 광범위한 책임이 있으며, 참가인의 연간 운영 및 장기 사업 계획의 전략을 수립하는 책임이 있다'는 등의 기재가 있다. 위 각 직무기술서에 따르면 원고는 참가인 임원진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특히 재무분야의 업무를 총괄하고 그에 관한 광범위한 책임을 부담하였다.

[원고는, 참가인이 제출한 직무기술서(을나 제2호증)가 허위로 작성되었다거나,2012년 이후 변경된 재무 관련 정책 내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는 원고의 실제 업무 내용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참가인 제출의 직무기술서가 허위로 작성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 및 참가인 제출의 각 직무기술서에 기재된 최고재무책임자의 권한 · 책임에 관한 주요 내용은 큰 차이가 없고, 아래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히려 원고는 앞서 본위 각 직무기술서 내용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일 뿐이다. 여기에 더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재무 관련 정책 변경 이후에도 직무기술서 내용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것은, 최고재무책임자의 실제 업무수행 내용이나 권한 자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방증이 될 수 있는 점, 원고도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직무기술서는 실제 존재하고, 원고 밑에 있는 부장들도 본인의 직무기술서에 따라 일하기 때문에 업무를 일일이 지시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나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가 위 각 직무기술서 내용과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원고는, 최종 결재권자인 참가인 대표이사의 승인 · 결재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중간 결재자에 불과하였고 대표이사에게 구체적인 업무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았으므로, 참가인의 지휘 · 감독하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어느 기업의 사실상 최종 결정권자는 통상 1인인데 그 1인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는 최종 결정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언제나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은 아니며, 일부 임원이 다른 임원보다 많은 권한을 갖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원고가 최종 결재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참가인으로부터 상당한 지휘 · 감독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②

원고는 참가인의 전자계약서 작성 · 검토 단계에서 그 내용을 검토 · 확정 및 최종 결재하는 권한을 보유 · 행사하였는데, 재무 업무와 관련된 계약뿐만 아니라 이벤트 행사, 인테리어 공사, IT 서비스 등 참가인이 체결하는 계약 전반에 관하여 결재권을 행사하였다. 원고가 전자계약서 작성 · 검토 단계에서 최종 결재권을 행사하면, 이후 구매승인요청 단계에서 참가인 대표이사의 결재를 거쳐 최종적으로 구매가 결정되는 구조였다는 점에서 위 전자계약서 작성 · 검토 단계는 전체적인 구매 절차에서 핵심적인 부분이었다고 보인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는 참가인의 계약 체결 과정에서 단순히 실무자로서 중간결재를 한 것이 아니라, 최고재무책임자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③

원고가 D 본사 측과 주고받은 다수의 업무 이메일에 따르면, 원고는 참가인의 재무성과 목표 등에 관하여 의견을 적극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매번 참가인 대표이사의 사전 승인이나 개별 지시를 받았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 오히려 원고는 참가인 대표이사를 수신인이나 참조인으로 포함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사 측과 다수의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심지어 본사 측에 참가인 대표이사 견해와는 다른 독자적인 의견을 밝힌 정황들도 확인되며, D 지역본부 사장은 2024. 3.경 원고에게 특정 상품의 재출시 문제와 관련하여 '원고는 참가인의 최고재무책임자로서 본 프로젝트가 참가인에 끼칠 재정적 부담을 고려하여 사업 진행을 중단할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였다. 이처럼 원고가 D 본사 측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보더라도, 원고가 참가인의 최고재무책임자로서 독립적인 권한 · 책임하에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④

원고는 2023년 연중 본인평가에서 '참가인 대표이사(SJ)와 파트너 관계에서 2024년 재무 계획(FYY24)을 개발하는 것'을 주요 우선순위로 기재하였다. 이에 의하면 원고 스스로도 참가인 대표이사와 수평적 관계에 있다고 인식하였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⑤

수임인도 위임인에게 위임사무의 처리상황과 전말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민법 제683조). 따라서 설령 원고가 참가인 대표이사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근로자의 지위에서 참가인의 업무 감독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갑 제17, 19~22호증을 포함한 원고가 제출한 증거를 살펴보더라도, 원고가 참가인 대표이사와 특정 현안에 관하여 공유 · 논의하였다는 것 이상으로, 참가인대표이사로부터 업무에 관한 개별 · 구체적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다)

원고는, 참가인을 포함한 각국 법인의 재무성과 목표 등은 D 본사가 직접 결정하였고 원고와 참가인은 그에 관여할 권한이 없었다는 점에서, 원고가 참가인의 재무관련 업무를 총괄하거나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다국적기업은 국적이 다르고 법적으로 분리된 여러 기업으로 구성된 기업집단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게 되는데, 기업집단으로서의 다국적기업은 지배기업인 모기업이 다국적기업에 관한 모든 사항을 총괄해서 결정하고, 종속기업은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어 지배기업인 모기업과 종속기업 사이에 지배 ·종속관계가 존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대표이사 등 임원들과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 사이에도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지배 · 종속관계가 투영되어 일정한 수준의 지휘 · 감독관계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하나의 기업 내에서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지배 · 종속관계와 유사한 면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지배기업과 종속기업 사이의 기업 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지배 · 종속관계라는 점에서 구별되어야 하고, 따라서 비록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과 모기업 임원들 사이에 일정한 지휘 · 감독관계가 존재한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종속기업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을 종속기업의 근로자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3. 3. 28.자 2013다2368 심리불속행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2. 12.21. 선고 2012나52795 판결 참조).

결국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참가인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D 본사 측에 참가인의 의견을 단순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서 재무성과 목표나 사업계획 등에 관하여 자신의 의견을 적극 제시하는 등 독립적인 지위에서 참가인의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에서도,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라)

원고는 참가인 소속 다른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근무장소와 근로시간의 구속을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서'와 원고에게 적용된 임원보수규정, 임원복리후생규정에는 근무장소나 근무시간에 관하여 별다른 정함이 없다. 또한 원고에게 참가인의 정규직 사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고, 실제로 참가인이 원고의 근태를 관리하는 등 근로시간이나 근무장소의 제약을 가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도 없다.

마)

원고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해고 이후 실업급여를 수령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았는지 등의 사정은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음을 이유로 또는 반대로 임원을 포함한 직원의 복리후생을 위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적지 않으므로(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의 취지 참조), 원고가 주장하는 위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바)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의 명칭이 '근로계약서'라고 되어 있고, 참가인이 원고에게 '해고' 통지를 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사정 및 이 사건 재심판정이 적절히 설시한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담당한 업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에 비추어 원고는 참가인의 재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임원에 해당하고, 종속적인 관계에서 참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패소한 원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재판장) 방민우 박소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