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등
피고 주식회사 B(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D, 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상시 5,000여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의 가맹점인 F에 제빵 및 카페 기사 등의 인력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는 E의 자회사이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근로자를 가입대상으로 하여 2017. 12. 8. 설립된 G단체산하 기업별 노동조합이다.
피고 C노동조합(이하 '피고 C노조'라 한다)은 전국의 화학·섬유·식품 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를 가입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H단체 산하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이다.
2022. 10. 12. 기준으로 피고 회사 근로자 중 4,415명이 원고에, 210명이 피고 C노조 I지회에 소속되어 있다.
2018. 1. 11.자 사회적 합의
E은 2017. 9.경 근로자파견사업을 허가받지 아니한 협력업체들로부터 F 가맹점 운영과 관련한 제빵기사 등을 파견받은 것이 문제되자, 2018. 1. 11. J 노동조합, 피고 C노조, K위원회, L단체, M정당 을지로위원회, N정당 O 의원과 사이에 E이 아닌 그 자회사인 피고 회사가 제빵기사 등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고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합의(이하 '이 사건 사회적 합의'라 한다)를 하였다.
<생략>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제빵기사 등을 고용하였다.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단체협약 체결
원고와 피고 회사는 2021. 3. 1. 유효기간을 2021. 2. 1.부터 2022. 10. 31.까지로 정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이 사건 단체협약에서의 '노동조합'은 원고를 의미한다).
<생략>
각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및 과반수 노동조합 공고
피고 회사는 2022. 10. 4. 원고로부터, 2022. 10. 7. 피고 C노조 I지회로부터 교섭요구를 받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시행령 제14조의5 제1항 규정에 따라 2022. 10. 12. 원고와 피고 C노조 I지회를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고,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명칭, 그 교섭을 요구한 날, 현재의 종사근로자인 조합원 수 등을 공고하였다.
원고는 2022. 11. 1. 피고 회사에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7 제2항에 따라 원고가 과반수 노동조합임을 통지하였고, 피고 회사는 같은 날 원고가 피고 회사의 과반수 노동조합이고 2022. 11. 1.부터 2022. 11. 7.까지의 기간 내에 과반수 여부에 대한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 이의신청 기간만료일에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된다고 공고하였다.
피고 회사는 2022. 11. 1. 원고와 정기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른 주휴일은 반드시 매주 1회 사용(부여)됨을 원칙으로 하고, 보건휴가, 연차휴가 및 정기휴가는 본인의 신청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하되,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른 주휴는 반드시 보장하며, 이를 2022. 11. 1.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하였고, 2022. 11. 4. 위 노사협의회 내용을 공지하였다.
피고 회사와 피고 C노조 사이의 이 사건 협약 체결
피고 회사는 2022. 11. 3. 피고 C노조와 사이에 이 사건 사회적 합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피고 회사와 피고 C노조 간의 상생문화 조성을 위하여 노사 협약 및 부속 협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
이 사건 협약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생략>
교섭대표노동조합 확정 공고 및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 1차 회의 진행
피고 회사는 2022. 11. 8. 원고가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7 제4항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었다고 공고하였다.
피고 회사는 2022. 11. 17. 피고 C노조와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 1차 회의를 진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 12, 14호증, 을가 제1 내지 3, 5, 6, 9호증, 을나 제1 내지 7, 32 내지 3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본안전 항변의 요지
확인의 이익 부존재
이 사건 협약과 무관하게 원고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피고 회사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고 피고 C노조는 피고 회사와 단체교섭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협약으로 인하여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협약의 조항들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불안·위험 요소가 되지 않는다. 이 사건 협약 조항들은 대부분 이미 이행되었거나, 소급하여 무효로 돌릴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노사 간담회 등이 단체교섭이기 때문에 원고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라면, 단체교섭의 금지를 구하는 이행의 소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협약의 무효를 구하는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
소권남용
원고는 피고 회사와 공모하여 피고 C노조를 와해하려 하였고, 피고 회사와 피고 C노조 사이의 수년에 걸친 분쟁의 종결을 주된 목적으로 체결된 이 사건 협약을 무효로 만들어 다시금 피고 회사와 피고 C노조가 분쟁에 휩싸이도록 할 목적으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제기는 소권남용에 해당한다.
판단
확인의 이익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확인의 소에서 오로지 당사자 사이의 권리관계만이 확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 일방과 제3자 사이의 권리관계 또는 제3자 사이의 권리관계에 관해서도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어서 당사자 일방의 권리관계에 불안이나 위험이 초래되고 있고, 다른 일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법률관계를 확정시키는 것이 당사자의 권리관계에 대한 불안이나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는 경우에는 당사자 일방과 제3자 사이의 권리관계 또는 제3자 사이의 권리관계에 관해서도 확인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2021. 5. 7. 선고 2021다201320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협약이 단체협약에 해당하거나 이 사건 단체협약을 침해, 변경하는 내용이라면 이는 원고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체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협약의 내용 및 효력에 따라 법률상 보호되는 원고의 이익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협약은 노사 간담회 등의 개최 외에도 다른 여러 규정을 두고 있고, 원고가 다른 규정들 또한 원고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체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노사 간담회 등의 금지를 구하는 이행의 소만으로 원고의 법률상 이익에 대한 위험이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는 원고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체결권에 관한 불안이나 위험을 유효·적절하게 제거하기 위해 이 사건 협약에 대하여 무효 확인을 구할 수 있다. 피고들의 이 부분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소권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재판청구권의 행사도 상대방의 보호 및 사법기능의 확보를 위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미 법원에서 분명한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앞서 배척되어 법률상 받아들여질 수 없음이 명백한 이유를 들어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의 소송을 거듭 제기하는 것은 상대방을 괴롭히는 결과가 되고, 사법자원을 불필요하게 소모시키는 결과도 되므로, 그러한 제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소권을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9. 5. 28. 선고 98재다275 판결,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4수22 판결 등의 취지 참조).
제출된 각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서 알 수 있는 당사자 사이의 분쟁 과정, 양상, 관련 소송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소 제기가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정할 정도로 소권을 남용한 정도에 이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이 부분 본안전 항변도 받아들일 수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협약은 명칭과 달리 실질적으로 단체협약에 해당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된 원고가 아닌 피고 C노조가 피고 회사와 개별교섭을 하여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였으므로 무효이다.
이 사건 협약은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단체협약을 침해하거나 변경하는 것으로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협약의 무효 확인 및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 회의와 노사 간담회 개최의 금지를 구한다.
피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협약은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단체협약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협약 내용도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며, 당사자들 사이에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도 없었다. 이 사건 협약은 단체협약이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피고 C노조와의 노사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피고 회사와 피고 C노조 사이의 개별 계약에 불과하므로 원고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체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이 사건 협약의 내용은 이 사건 사회적 합의의 이행과 피고들 사이의 오랜 분쟁을 종결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고, 그 외에는 이 사건 단체협약을 따르는 것이거나 당연히 허용되는 것 내지 법령에 따라 요구되는 사항들이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을 침해하거나 변경하지 않는다.
판단
관련 법리
교섭창구 단일화 및 공정대표의무에 관련된 법령 규정의 문언,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와 목적,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 및 그 조합원의 노동3권보장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가지는 대표권은 법령에서 특별히 권한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이상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보충교섭이나 보충협약 체결을 포함한다)과 체결된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만 미치는 것이고, 이와 무관하게 노사관계 전반에까지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37772 판결 참조).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가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 관한 합의가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서 성립되었더라도, 당사자 쌍방이 이를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로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의 대표자가 각 노동조합과 사용자를 대표하여 서명날인하는 등으로 단체협약의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이는 단체협약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협약이 단체협약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본 증거들, 갑 제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협약이 실질적인 단체협약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합의를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로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한 당사자인 피고들은 모두 이 사건 협약을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단서는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사용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기한 내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한 경우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지 아니하여도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 회사가 피고 C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면 위 조항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하여 피고 C노조와 교섭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 회사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부하지 않고 이 사건 협약 체결 이틀 전인 2022. 11. 1. 원고가 과반수 노동조합이고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된다고 공고하였다.
이 사건 협약 체결 전 2022. 10. 31. 작성된 피고들 사이의 노사협약서 및 부속협약서에는 피고 회사와 피고 C노조가 '노사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내용과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실무교섭시 피고 C노조 2인을 참여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 협약에서는 '노사협의체'가 '노사간담회'로 변경되었고,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실무교섭시 피고 C노조 2인을 참여시킨다는 내용은 삭제되었다. 피고들은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과 충돌할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협약의 내용에서 제외하였다.
이 사건 협약은 서두에서 이 사건 사회적 합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피고들 사이의 상생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협약을 체결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 사건 협약의 주된 내용 역시 이 사건 사회적 합의의 이행과 관련된 피고들 사이의 오랜 분쟁을 종결하기 위한 내용이다.
이 사건 협약 내용 중 일부는 보건휴가 등 근로조건과 관련된 내용이긴 하나, 법령상 당연히 요구되는 내용을 확인하는 원칙적·선언적 내용이 대부분이다. 일부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 내용을 정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이 사건 합의의 경위 및 취지를 고려하면, 일부 조항만으로 이 사건 협약 전체가 단체협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협약 이후 원고는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피고 회사와 사이에 정상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였고 단체협약도 체결하였다. 이 사건 협약으로 인하여 원고의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체결에 내용적인 면이나 절차적인 면에서 제약이 발생하거나 어려움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이 사건 협약의 내용이 이 사건 단체협약 및 원고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체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앞서 본 증거들, 을나 제9 내지 52, 57 내지 6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협약의 내용이 이 사건 단체협약을 침해한다거나 원고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체결권을 침해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단체교섭이란 노동조합과 사용자간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교섭이고, 그러한 단체교섭으로 근로조건 등에 대하여 이루어진 합의가 곧 단체협약이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과 체결된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 인정되는 것이지, 이와 무관하게 노사관계 전반에까지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이유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이 회사와 노사관계에 관하여 협의하는 것 자체가 항상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 회사와 피고 C노조 사이에 이 사건 사회적 합의 이후 이 사건 사회적 합의의 이행 여부와 피고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등에 관하여 분쟁이 발생하였고, 천막시위, 고소, 고발, 진정, 소제기 등이 계속되어 왔다.
이 사건 협약을 통하여 피고들 사이의 이와 같은 계속된 분쟁을 종결하기로 하면서, 사회적 합의의 이행을 확인하고 이 사건 협약에서 합의가 완료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 협의하기 위하여 피고들이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를 개최하는 것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이 미치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 또는 체결된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이행 과정으로 볼 수 없다.
원고는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것이라면 원고도 포함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는 별다른 다툼이 없었고, 피고들 사이에서만 분쟁이 계속되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원고를 포함시키지 않고 피고들 사이에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협약에 정한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가 이 사건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노동조합법령에 노동조합과 회사 간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단순 교섭 내지 의견청취마저 금지하고 있는 규정은 없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이더라도 회사와 위 노동조합 사이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이 아닌 고충처리 및 의견청취는 허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협약 제2조에서 피고들 사이에 노사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이나 원고의 단체교섭권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종업원은 입사와 동시에 회사 종업원의 2/3 이상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고, 회사는 종업권이 위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고용조건으로 한다는 유니온 숍 규정(제5조)을 두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33조 제1항, 제11조 제1항, 제32조 제1항 전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5조 본문, 제81조 제2호,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등 관련 법령의 문언과 취지 등을 함께 고려하면, 근로자에게는 단결권 행사를 위해 가입할 노동조합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고, 나아가 근로자가 지배적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거나 그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사용자로 하여금 그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도록 하는 내용의 유니온 숍 협정이 체결되었더라도 지배적 노동조합이 가진 단결권과 마찬가지로 유니온 숍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다른 노동조합의 단결권도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 유니온 숍 협정이 가진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더라도, 지배적 노동조합이 체결한 유니온 숍 협정은 사용자를 매개로 한 해고의 위협을 통해 지배적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허용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근로자의 노동조합 선택의 자유 및 지배적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의 단결권이 침해되는 경우에까지 지배적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체결한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고,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은 근로자의 노동조합 선택의 자유 및 지배적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의 단결권이 영향을 받지 아니하는 근로자, 즉 어느 노동조합에도 가입하지 아니한 근로자에게만 미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두47377 판결 참조).
즉, 유니온 숍 규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노동조합 선택의 자유 및 지배적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의 단결권이 침해되는 경우에까지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다. 노동조합 가입행위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청약과 조합의 승낙이라는 의사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하는 계약이므로 유니온 숍 규정이 있더라도 신입사원이 곧바로 지배적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는 것이 아니고,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 협약 중 미리 신입 채용 일정을 각 노동조합에 알리고 신입사원 입사 당시 모든 노동조합에게 동등한 설명 기회를 부여하도록 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자의 노동조합 선택의 자유 및 지배적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의 단결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다.
이 사건 단체협약 이전에 체결된 2019년 단체협약에서 신입사원 채용시 노동조합 소개시간을 부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존재하였다가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삭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이 신입사원 채용시 각 노동조합의 설명 기회 제공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협약 중 무급 전임 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한 부분(이 사건 협약 제5조)은 근로시간면제자라고 기재되어 있어서 이 사건 단체협약 제12조의 근로시간면제자와 충돌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협약의 당사자인 피고들이 모두 위 규정은 유급을 전제로 한 근로시간면제자가 아닌 무급의 노조전임자를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 사건 협약에도 '무급'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위 규정에 따른 전임자가 피고 회사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았다고 볼 증거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은 무급의 노조전임자에 대한 것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제12조과 상충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 외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과, 부당노동행위자에 대한 징계, 부당노동행위 재발방지 및 승진평가 차별금지, 고소 및 고발의 취하 부분(이 사건 협약 제3, 4, 6, 11조)은 피고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내용일 뿐 단체협약으로 정해져야 할 근로조건 등에 해당하지 않고, 보건휴가과 연차휴가, 점심시간 보장 부분(이 사건 협약 제9, 10조)은 당연히 법령상 요구되는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이나 원고의 단체교섭권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송인권(재판장) 김영일 이형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