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0. 11. 27. 선고 2019가단78121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 중 2016. 1. 20.까지의 기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등

1)

피고는 택시 여객운수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와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라 2008. 9. 3.경부터 2011. 6. 10.까지, 2011. 8. 2.경부터 2016. 1. 20.경까지 택시 기사로 근무하다 퇴사하였다가 2016. 5. 2.경 재입사하여 2017. 4. 21.까지 근무한 사람이다.

2)

피고는 2009. 10. 30.경 원고가 가입한 C노동조합 D분회(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와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등으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이하 '이 사건 협약 등'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가, 2011. 1. 20.경 이 사건 노조와 근로시간을 1일 4시간 등으로 하는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종전 소송의 경과

1)

원고를 포함한 택시기사들은 2014. 1. 23.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2014가합20278호)에 피고를 상대로 '피고와 이 사건 노조는 2011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에서 근로시간을 1일 4시간으로 정하였으나, 실제로 원고들은 근로시간의 단축 없이 여전히 1일 12시간(휴게시간 4시간) 교대제로 근무하였다. 이는 2010. 7. 1.부터 택시업계에도 최저임금법이 적용됨에 따라 피고가 지급하는 임금 등이 최저임금법에 따른 기준액에 미치지 못하게 되자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정한 것으로, 위와 같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합의는 무효이므로, 피고는 실제 근로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정당한 임금과 야간근로수당, 그리고 이를 적용하여 산정한 퇴직금을, 이미 지급한 임금과 퇴직금이 있는 경우 그 차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이하 '이 사건 종전 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

2)

위 법원은 2015. 8. 20. '이 사건 협약 등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의 합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 등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법원(서울고등법원 2019나2036668호)은 2016. 1. 14. 원고 등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3)

원고는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았고, 원고에 대한 위 판결은 2016. 2.경 확정되었다.

다.

이 사건 합의의 체결

원고는 2016. 1. 20.경 퇴직하였는데, 2016. 3. 16. 피고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4, 15, 16, 25호증, 을 1 내지 4, 6, 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피고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이 사건 협약 등에 의하여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는 불법행위를 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는 근로기간(2011. 2. 1.부터 2017. 4. 21.까지) 동안 받아야 했던 정당한 임금 및 연차유급휴가수당과 실제로 지급된 임금의 차액, 정당한 임금을 전제로 산정된 퇴직금과 실제로 지급된 퇴직금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46,198,245원(= 임금 차액 40,898,496원 + 연차유급휴가수당 차액 1,213,800원 + 퇴직금 차액 4,085,94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장래 발생할 임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지만,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므로 근로자가 이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6317 판결 등 참조), 부제소 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그 합의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등 참조). 다만 근로관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 임금지급청구권의 포기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 경우에는 그 효력을 부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반증이 없는 이상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 의사표시의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피고의 택시기사로 근무하던 중 이 사건 협약 등이 최저임금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종전 소송을 제기하였던 점, ② 이 사건 종전 소송 중 원고의 청구 부분이 2016. 2. 무렵 패소로 확정되었고, 원고는 2016. 1. 20.경 피고에서 퇴직한 후 2016. 3. 16. 이 사건 합의를 한 점, ③ 이 사건 합의서의 문언에 표시된 대로 2016. 1. 20.까지의 근로관계가 종료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법률관계 특히, 임금 및 퇴직금 등 근로대가와 관련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한 것이거나 향후 이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합의를 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인 의사해석 방법인 점(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등 참조) 등 원고의 이 사건 종전 소송의 경위 및 그 결과, 이 사건 합의의 문언내용, 체결경위 및 그 작성시기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피고와 임금 및 퇴직금 등에 대한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위 합의에 반하여 제기한 이 사건 소 중 2016. 1. 20.까지의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합의는 피고의 강요에 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위 합의 당시 강요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종전 소송에서 이 사건 협약 등의 효력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었던 이상 원고가 위 협약 등의 효력에 관하여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법리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탈법행위로 무효이어서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사후적으로 사용자가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한 것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최저임금법 제6조 제1항, 제28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5도676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위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협약 등에 기초하여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한 피고에게 불법행위의 성립을 위한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1)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내용)이 2009. 7. 1.부터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일반택시운송사업자로서는 택시운전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고정급이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됨에 따라 고정급의 주요 재원이 되는 사납금을 증액하려는 유인이 커지게 된 반면, 정액사납금제 택시운전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고정급이 어느 정도 인상되더라도 사납금이 증액되는 경우 초과운송수입금의 감소로 이어지게 되어 반드시 총수입이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2)

이에 사납금 증액 여부를 둘러싼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일반택시운송사업자로서는 사납금을 증액하지 않으면서 최저임금법 저촉 문제를 피하고, 택시운전근로자로서도 사납금 증액을 피하면서 초과운송수입금을 종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3)

그 결과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이 사건 협약 등이 체결된 것으로 보이고, 그와 달리 피고가 자신의 일방적 이익만을 위하여 이 사건 협약 등 체결을 강행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2016. 1. 20.까지의 기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동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