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15. 8. 17.자 가해자의 재교육 프로그램 이수조치와 2015. 8. 27.자 해촉처분은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 피고는 원고에게 20,032,219원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C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원고는 피고와 2005년 2학기부터 2019년 여름 계절학기까지 매학기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C대학교에서 'D' 등의 과목을 강의했다(다만, 뒤에서 보는 것처럼 원고는 2015년 2학기에는 피고와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갑 제12호증, 을 제2, 12호증).
이 사건 발언
원고는 2015학년도 C대학교 여름 계절학기 동안 'D' 과목 강의(이하 '이 사건 강의'라고 한다)를 진행했다. 원고는 2015. 7. 10. 이 사건 강의 도중 별지1에 적힌 것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발언(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고 한다)을 했다(을 제10, 11호증).
이 사건 조치처분
이 사건 강의 수강생 중 한 사람(여학생이다. 이하 '신고인'이라고 한다)은 2015. 7. 10.자 강의가 끝난 직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를 C대학교 성폭력상담센터에 신고했다(을 제10호증).
C대학교 성폭력상담센터 운영위원회는 2015. 8. 4. 다음과 같은 이유로 C대학교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칙 제16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원고에게 가해자의 재교육 프로그램 이수조치(이하 '이 사건 조치'라고 한다)를 했다(을 제4호증).
원고는 C대학교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칙 제16조의2 제1항에 따라 C대학교 성폭력상담센터 운영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조치에 대한 재심을 요청했다. 위 운영위원회는 2015. 9. 21. 이 사건 조치가 적법하다고 결정했다(을 제6호증).
이 사건 해촉처분
원고는 2015년 2학기에도 피고와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C대학교에서 'E' 과목을 강의할 예정이었다(을 제9호증). 그러나 피고는 2015. 8. 27. 원고에게 '2015년 2학기에는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이하 '이 사건 해촉'이라고 하고, 이 사건 조치와 이 사건 해촉을 한꺼번에 말할 때에는 이 사건 각 처분이라고 한다).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 종료
원고는 2016년 1학기부터 2019년 여름 계절학기까지는 피고와 매학기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D' 등의 과목을 강의했다. 그런데 원고는 2019년 2학기부터 피고와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관계규정
피고 또는 C대학교의 각종 규정들 중에서 이 사건과 관계있는 내용은 별지2에 적힌 것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12호증, 을 제2, 4, 6, 9, 10, 11호증,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이 사건 각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
피고는 이 사건 발언을 근거로 원고에게 이 사건 조치를 했고, 이 사건 해촉을 했다. 그러나 이 사건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는 이 사건 수업 도중에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와 이 사건 해촉은 그 사유가 없어 무효이다.
미지급 임금 지급청구
원고는 무효인 이 사건 해촉 때문에 2015년 2학기에 피고와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가 그 계약을 체결했더라면 원고에게 지급했을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퇴직금 지급청구
2019년 여름 계절학기를 끝으로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C대학교에서 강의한 2005년 2학기부터 2019년 여름 계절학기까지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확인의 이익 부존재
이 사건 조치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법률관계가 아닌 사실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
2019년 여름 계절학기를 끝으로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하여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이다.
원고는 2015년 1학기를 근로계약기간으로 정해서 피고와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했고,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는 2015년 1학기를 끝으로 당연히 끝났다. 따라서 이 사건 해촉이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를 끝내는 별도의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원고가 2015년 2학기에 피고와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게 당연히 예정돼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각 처분은 적법, 유효함
이 사건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발언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조치는 적법, 유효하다.
해촉은 사립학교법이나 피고의 정관에 징계의 종류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피고는 관계규정과 원고의 경력 등을 고려하여 2015년 2학기에 원고와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 사건 해촉을 한 것이다. 시간강사와의 근로계약 체결은 피고의 재량사항으로서 피고에게 원고와 2015년 2학기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해촉이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킨다고 하더라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미지급 임금 지급청구에 대하여
원고가 2015년 2학기에 피고와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위 기간에 대한 원고의 임금 지급청구권은 2015년 2학기가 끝나는 2015. 12. 17.에 마지막으로 발생했다. 그런데 원고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에 위 기간에 대한 임금지급을 청구했다. 따라서 위 기간에 대한 원고의 미지급 임금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했다.
퇴직금 지급청구에 대하여
원고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항 단서에 규정된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퇴직금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판단
이 사건의 쟁점
제1항에서 본 사실관계와 제2항에서 본 당사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② 이 사건 조치와 관련하여 이 사건 발언을 포함해 원고가 이 사건 강의 도중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는지, ③ 이 사건 해촉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④ 원고에게 2015년 2학기 시간강사 고용계약과 관련하여 임금지급 청구권이 존재하는지, ⑤ 원고의 퇴직금 지급청구와 관련하여 원고가 퇴직급여법 제4조 제1항 단서에 규정된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아래에서는 쟁점에 대해 하나씩 판단하기로 한다.
시간강사의 근로자성
대학의 시간강사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 즉, 대학의 시간강사는 총장 등에 의하여 위촉되어 학교 측이 개설한 교과목의 강의를 담당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학사관리업무를 수행하고, 그와 같은 업무수행의 대가로 강사료를 보수로 지급받는데, 다른 교원들과 같이 정해진 기본급이나 고정급 또는 제반 수당 등을 지급받지 않고, 근로제공관계가 단속적인 경우가 많으며, 특정 사용자에게 전속되어 있지도 않는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는 시간강사뿐만 아니라 시간제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러한 사정을 들어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시간강사 고용계약은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에 해당하고, 피고가 제정한 시간강사 관리규칙 및 시간강사에게도 적용이 되는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칙 중 근로계약과 관련이 있는 부분은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이 사건 조치 관련
법리
확인의 소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허용된다. 그러나 과거의 법률관계도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확인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제1항에서 본 사실과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가)항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치는 단지 사실행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원고의 근로관계에 실질적 불이익이 되는 징계에 해당하고 원고로서는 이에 대한 무효확인 판결을 받음으로써 유효·적절하게 자신의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해촉으로 2015년 2학기에는 피고와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었는데, 이 사건 해촉은 이 사건 조치가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C대학교 시간강사 관리규칙은 성희롱 관련 징계 또는 처벌을 받은 자는 시간강사로 위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조 제5호). 한편, C대학교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성폭력상담센터 운영위원회는 가해자에게 이 사건 조치를 포함한 각종 조치를 내릴 수 있고, 필요할 경우 의결을 거쳐 총장에게 가해자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데(제16조), 학칙상 시간강사에 대한 징계규정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피고의 2019년 2학기 C대학교 시간강사 초빙공고는 '성폭력 등 사건 당사자로서 처분 권고를 받은 사람'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갑 제10호증),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조치 때문에 향후 피고와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이 사건 해촉 관련
법리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 문언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와 사용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기간이 끝나면 그 근로관계는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당연히 종료된다. 그렇지만,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예를 들어 단기의 근로계약이 오랜 기간 동안 반복하여 갱신됨으로써 그 근로계약기간이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 등 근로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 채용 당시 계속근로의사 등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근무기간의 전체 길이와 단기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횟수, 동종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노동관계법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근로계약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근로계약서 문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는 것을 거절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5339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제1항에서 본 것처럼 원고는 2005년 2학기부터 2019년 여름 계절학기까지 피고와 학기마다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했다. C대학교의 시간강사관리규칙은 시간강사를 통산 6학기 이내에서 위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제5조 제2항). 원고와 피고가 2015년 1학기에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원고의 임용기간은 2015. 3. 2.부터 2015. 8. 31.까지이고, 그 임용기간이 끝나면 원고는 자동으로 해촉된다'고 적혀있다(을 제2호증).
그러나 제1항에서 본 사실과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1)항에서 본 사정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가 2015년 1학기를 끝으로 당연히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해촉은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를 종료시기는 별도의 처분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원고는 처분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해촉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다.
원고는 2015년 2학기를 빼고 2005년 2학기부터 2019년 여름 계절학기까지 계속해서 C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원고와 피고가 2005년 2학기부터 2019년 여름 계절학기까지 학기마다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고와 피고가 일정한 형식이 인쇄되어 있는 계약서의 빈칸을 채우는 것을 넘어 근로조건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협의했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는 기록상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가 2015년 1학기에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근로계약서에 적혀있는 '원고의 임용기간은 2015. 3. 2.부터 2015. 8. 31.까지이고, 그 임용기간이 끝나면 원고는 자동으로 해촉된다'는 문구는 형식에 불과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원고가 C대학교에서 한 강의업무는 대학교를 운영하는 피고의 필수적인 업무이다. 원고가 C대학교에서 강의한 기간 동안 원고 대신 원고가 강의한 과목을 강의할 수 있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는 사정은 기록상 보이지 않는다. C대학교의 시간강사관리규칙은 시간강사를 통산 6학기 이내에서 위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학문의 특성상 특별히 필요한 경우에는 위 통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5조 제3항).
원고는 고등교육법 제14조 제2항에 규정된 '강사'에 해당한다. 그런데 고등교육법 제14조의2 1항 본문은 강사의 임용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가 이 사건 강의 도중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는지(=이 사건 조치의 효력)
성희롱의 뜻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성희롱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과 입증정도
성희롱을 이유로 한 징계처분이 적법한지를 다투는 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징계권자 또는 사용자에게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어떤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등 참조).
한편,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래서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구체적 판단
제1항에서 본 사실과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1) 나)항에서 본 법리를 고려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강의 도중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강의 도중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조치는 그 사유가 없어 무효이다.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이 사건 발언은 이 사건 강의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또 이 사건 발언 대부분은 이 사건 강의 내용과 전혀 관계없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강의 내용 중 극히 일부분이다. 이 사건 발언 내용을 읽어보거나 발언이 녹음된 녹음파일(을 제11호증)을 들어 보면, 문맥과 어조상 이 사건 발언 당시 원고에게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신고자가 이 사건 발언에 대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 발언이 공개된 강의실에서 불특정 다수의 수강생들을 상대로 이루어졌음에도 신고자를 제외한 다른 수강생들이 이 사건 발언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는 사정은 기록상 드러나 있지 않다. 오히려 이 사건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 중 상당수는 이 사건 강의 도중 성희롱이라고 볼 수 있는 발언이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했고(갑 제11호증), 이 사건 발언 자체에 대해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며(갑 제6호증), 수강생들의 이 사건 강의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갑 제8호증).
이 사건 발언 외에 원고가 이 사건 강의 도중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는지
C대학교 성폭력상담센터 운영위원회는 '원고가 이 사건 강의 중 지속적으로 수강생들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었고, 왜곡된 성인식에 근거한 발언을 했으며, 여자 수강생들에게 사적인 질문을 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조치를 했다. 그러나 신고자가 C대학교 성폭력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한 발언의 녹취록 말고는 위와 같은 사실을 뒷받침할 다른 자료가 없다. 위 운영위원회가 이 사건과 관련하여 2015. 8. 4.과 2015. 9. 21. 두 차례에 걸쳐서 회의를 연 것은 사실이지만, 위 각 회의에서 어떤 자료가 제시되었는지, 위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어떤 근거로 발언하고 의견을 밝혔는지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 C대학교 성폭력상담센터나 위 운영위원회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신고자, 원고, 이 사건 강의의 다른 수강생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조사활동을 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강의 도중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해촉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위 나. 2)항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해촉은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별도의 처분이다. 즉, 이 사건 해촉은 근로자인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인 피고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3조에 규정된 해고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 사건 해촉을 했다면 이는 무효가 된다.
피고는 이 사건 조치의 처분사유 말고는 이 사건 해촉의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피고는 이 사건 해촉 당시에도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위 라.항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조치의 처분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발언이 원고와 피고가 근로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정당한 이유 있는 해고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며, 달리 정당한 해고사유가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
결국, 이 사건 해촉은 무효이다.
미지급 임금 지급청구에 대하여
원고의 미지급 임금 지급청구권 발생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여 그 해고가 무효라면, 근로자는 부당해고기간 동안에 정상적으로 일을 계속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모두 지급받을 수 있다.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무를 하지는 않았더라도 해고가 무효인 이상 그동안 사용자와의 근로관계는 계속되고, 근로자는 사용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해고기간 동안 근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1다9551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는 원칙적으로 피고를 상대로 2015년 2학기 기간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사실관계
원고와 피고가 2015년 1학기에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위 고용계약에 따른 급여는 4달 동안 지급되는데, 매 학기 첫 달의 급여는 월말에, 나머지 3달 동안의 급여는 매달 17일에 각각 지급된다'고 적혀있다(을 제2호증).
원고와 피고는 피고가 2015년 2학기에 원고가 아닌 다른 시간강사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피고 또는 C대학교의 각종 규정들 중 시간강사에 대한 급여지급일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없다.
판단
위 가)항에서 본 사실관계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가 2015년 2학기에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그 고용계약에 따른 급여는 4달 동안 지급되는데, 매학기 첫 달의 급여는 월말에, 나머지 3달 동안의 급여는 매달 17일에 각각 지급되었을 것이다. 위 나. 2)항에서 본 것처럼 원고와 피고는 근로관계가 계속되는 동안 일정한 형식이 인쇄되어 있는 계약서의 빈칸을 채우는 방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2015년 2학기에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가 2015년 2학기에 시간강사 고용계약을 체결했다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2015. 9. 31., 2015. 10. 17., 2015. 11. 17., 2015. 12. 17. 각각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2015년 2학기의 미지급 임금 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 각 날짜부터 진행한다. 그런데 원고는 위 각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난 2019. 1. 28.에야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위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청구했다. 따라서 원고의 위 미지급 임금 지급청구권은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원고는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에 대하여 별다른 주장을 하지도 않았다).
소결론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퇴직금 지급청구에 대하여(= 원고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지)
법리
퇴직급여보장법 제4조 제1항은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 다만,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르면, 피고는 4주간을 평균하여 계산한 원고의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일 경우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구체적 판단
원고는 2005년 2학기부터 2019년 여름 계절학기까지 C대학교에서 강의했는데, 주로 학기별로 주당 3시간 또는 6시간을 강의했고, 2012년 1, 2학기, 2013년 1, 2학기, 2014년 1, 2학기, 2015년 1학기, 2016년 1학기, 2017년 1, 2학기, 2018년 1학기에만 주당 9시간을 강의했으며, 특히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가 끝나기 1년 전인 2018년 2학기부터 2019년 여름 계절학기까지는 주당 3시간 또는 6시간을 강의했다(갑 제12호증). 그렇다면, 원고가 강의시간 말고도 강의준비, 평가, 학사행정업무 등을 처리하는 데 시간을 썼을 것이라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4주간을 평균하여 계산한 원고의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원고는 '원고가 퇴직급여법 제4조 제1항 단서에 규정된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별다른 반박을 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소결론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청구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헌영(재판장) 박병곤 최현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