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사실의 인정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용인시 일대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일반택시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별지 A 재직기간 기재와 같이 피고에게 고용되어 택시운전근로자로서 근무하였다.
원고들의 근로형태 및 임금지급 방법
원고들은 격일제로 근무하면서 일정액의 운송수입금(사납금)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초과운송수입금)를 개인적인 수입으로 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피고는 2020년부터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면서 근무형태를 1일 2교대제로 변경하였다.
단체협약의 체결 등
2010년 단체협약
피고와 노동조합은 2010. 8. 13.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제24조(근로시간)<1>에 '1. 운전직 근로자의 재량근로에 따라 사업장 밖 근로시간은 1일 4.5시간, 격일 1근무 9시간(오전, 오후 연속배차 근무로 격일 1근무로 한다) 월 136.8시간으로 한다'로 하였다.
2015년 및 2018년 단체협약
2015년과 2018년에 단체협약이 체결되면서, 제24조(근로시간)에 '1. 운전직 근로자의 재량근로에 따라 사업장 밖 근로시간은 1일 3시간, 격일 1근무 6시간(오전, 오후 연속배차 근무로 격일 1근무로 한다) 월 90시간(단 2월 84시간)으로 한다'고 되었다.
최저임금법의 특례조항 신설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2>은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이하 '비교대상 임금')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는 조항(이하 '특례조항')을 신설하였다. 특례조항은 용인시에 2010. 7. 1.부터 시행되었다.
[근거]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21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4.5시간'으로 정한 2010년 단체협약을 적용하여 오다가, 2015년 단체협약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단축하였다. 이것은 원고들의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시킴으로써, 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 증액시키지 위해 형식적으로 정한 것일 뿐만 아니라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무효이다.
그러므로 최소한 2010년도 임금협정 상의 소정근로시간 1일 4.5시간을 간주근로시간으로 삼아 기본급을 산정하여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산정된 미지급 임금채권 및 미지급 퇴직금의 지급을 별지 청구금액표 기재와 같이 청구한다.
판단
관련 판결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2015년 단체협약의 소정근로시간이 무효인지 여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로는 2015년 단체협약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이거나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에서 정해진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고, 그렇게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가 그 근로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시간인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통상임금의 계산,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임금의 시간급 환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제도의 설정의무 존부 결정 등을 위한 도구개념으로 이용되고 있는 반면,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50조가 정한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즉 실근로시간을 말한다고 하고 있어, 소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은 개념상 구분되는 것으로, 양자가 양적으로 반드시 일치해야만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다.
택시근로자들이 택시를 운행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수익을 관리하고,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받은 일정액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택시근로자들이 갖는 방식으로 일하였다. 그 특성상 택시의 운행시간 중 피고가 택시근로자들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 · 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워,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고, 소정근로시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택시근로자들이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전액관리제가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 수입 총액이 감소한다는 이유 등으로 대부분의 택시근로자들이 정액사납금제를 선호하는 등으로 많은 택시회사들이 정액사납금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협의를 하게 된 것은 초과운송수입금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납금과 기본급의 상승을 원치 않는 택시근로자들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초과운송수입금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가능한 방편으로 삼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보인다. 택시근로자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려는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잠탈할 의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피고는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2010년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는데, 이것은 이전 단체협약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 격일 1근무 7시간 40분보다1시간 20분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10년 단체협약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그 후 매년 최저시급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2015년 단체협약 때까지 약 5년 동안 변경이 없었다. 2015년 단체협약을 통하여 1일 4.5시간에서 1일 3시간으로 단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도, 택시근로자들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별다른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는 것 외에 그러한 단축이 특례조항을 잠탈할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15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서에 따르면 피고 택시근로자들에게 지급된 급여 중 최저임금 미달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비교대상임금은 2010년 단체협약에 따른 월 소정근로시간에 2015년 적용되던 최저시급을 곱한 액수를 상회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13년의 택시요금 인상, 모바일 및 고객 연결시스템 등의 기술발전 등이 택시근로자들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단체협약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게 하는 사정들이 된다.
결론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이 최저임금 지급의 기준이 된다. 그와 다른 전제에서 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없다.
판사 김연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