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A에 대하여(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 B에 대하여(사실오인)
피고인이 대표인 주식회사 N는 2018. 5. 13.경 주식회사 L 철수 이후에 A(D)의 직상 수급인으로서 지위를 갖는다 할 것이고, N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므로, A과 연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 A에 대한 항소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므로,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의 변화가 없다. 원심이 설시한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정상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에 이른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가지 양형사유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 B에 대한 항소에 관한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화성시 M에 있는 주식회사 N 대표로서 주식회사 F으로부터 평택시 E에 있는 주식회사 F 공장 리모델링 공사(설비·배관·전기·계장·보온 등)를 도급받아 A에게 설비·배관·전기·보온공사를 하도급한 직상 수급인이다.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그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짐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평택시 E에 있는 주식회사 F 공장 리모델링 공사현장에서 2018. 5. 15.부터 2018. 6. 25.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G의 2018. 5. 임금 3,825,000원, 2018. 6. 임금 3,655,000원, 합계 7,480,000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하수급인인 A과 연대하여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37명의 퇴직 근로자에게 임금 합계 182,665,000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하수급인인 A과 연대하여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검사가 이 사건 공소사실로 기소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1>, 제44조<2> 위반의 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사업주인 A에 대한 관계에서 직상 수급인에 해당한다는 사실과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4조 각 호<3>에 정한 피고인의 귀책사유로 A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실이 모두 검사의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인정되어야 하는데, 아래와 같은 이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사실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이 직상 수급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전제사실 및 요증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이 2018. 1. 9. 피고인이 대표로 있는 N에 평택시 E에 있는 F 평택1공장 바이오디젤(BD) 생산 플랜트 설비에 대한 기계, 배관, 전기, 계장, 보온 등 공정 개선 및 보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하였고, N가 위 계약의 사전 교섭 단계에서 2017. 12. 15. L에 이 사건 공사 전부를 일괄하여 하도급한 사실, 이후 L가 2018. 1. 19. 무렵 D라는 상호의 공사업체를 운영하는 A에게 이 사건 공사 중 보온공사 부분을 재하도급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전제사실에 따르면, D 소속 근로자들의 사업주인 A에 대한 관계에서 직상 수급인은 원칙적으로 L라고 할 것인바,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직상 수급인의 지위가 인정되려면, 이후 L가 도급계약의 해제 등으로 직상 수급인의 지위를 상실하였고, N가 L를 대신하여 직상 수급인의 지위를 취득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판단
L의 대표인 I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F에서 N에 L에 대한 퇴출지시를 함에 따라 L는 2018. 5. 13.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철수하였고, 공사를 타절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여기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D 소속 근로자로 채용되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본부장 및 현장소장, 보온팀장 등으로 보온공사에 관여한 J, G 또한 수사기관에서 ‘2018. 5. 15.경 이후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L를 본 적이 없고, F이나 N 소속 직원이 현장에서 직접 근로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였다’는 취지로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으며, 특히 J은 검찰에서 ‘2018. 5. 10.경 이 사건 공사현장 L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F의 O 과장이 L의 P 부장에게 나가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점, ② 위 O 또한 검찰과의 전화통화에서 ‘F에서 추가 정산 문제로 인해 공사가 어느 정도 완공이 되었으니 L에 공사에서 빠지라고 이야기 하여 L가 철수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③ L의 직원 Q이 2018. 6. 11. D 직원 R에게 ‘5월 15일 L 철수 이후에 지속적으로 비계작업 도비팀<4>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으나, 현장에 관리인력이 모두 철수한 상황이라 출력 관리가 어려우니 보온공사 관련 공사일보에 위 도비팀의 출력 상황도 같이 정리하여 달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 점, ④ 피고인과 N 소속 직원인 S은 각 경찰에서 ‘L에 배관공사에 대하여만 철수할 것을 지시하였고 보온공사에 대해서는 철수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당시 배관공사는 이미 거의 완공단계였다는 것인데다가, 공사도급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는 것은 통상 계약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의 상실이 전제된다고 할 것임에도 전체 하도급한 공사 중에 일부 T에 대하여 계약을 해지한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고, 이 사건에서 달리 이를 합리화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⑤ 이 사건 공사는 당초 공사도급계약 및하도급계약의 체결 이후 공사의 진행 과정에서 공사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전체 공종에 관하여 기존 계약에 따른 공사항목 이외에 추가 공사가 병행하여 진행된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L가 추가 공사를 진행하면서 기성에 따른 물량을 산정하여 견적서를 작성한 후 N를 통해 F에 송부하는 방식으로 추가 공사대금에 대한 정산을 요구하면, F에서 검토 후 협의를 거쳐 그 공사대금을 확정하기로 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L가 최종적으로 견적서를 작성하여 N에 송부한 시기는 2018. 5. 23.로, 그 작성 소요기간을 고려하면 위 견적서는 2018. 5. 13. 무렵까지의 기성 물량을 기초로 하였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한 점 등을 모두 더하여 보면, N와 L 사이의 위 하도급계약은 2018. 5. 13. 무렵 당사자 사이의 합의 내지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권 행사에 따라 해제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원도급계약과 하도급계약이 전혀 별개의 계약인 이상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의 원도급계약이 해제되었다고 하여 당연히 도급인과 하수급인 사이에서 직접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과 같은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설령 L가 직상 수급인의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N가 A에 대한 관계에서 직상 수급인의 지위를 취득하는 효과로는 귀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직상 수급인의 지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N와 A 사이에서 직접 도급계약이 성립하였다는 사실이 여전히 검사의 증명책임으로 남는다.
그러므로 보건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내용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의사가 합치되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으면 충분하다고 할 것이지만(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5다3443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하고 있는 모든 증거들을 면밀히 살펴보아도, L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철수한 2018. 5. 13. 무렵 이후에 N 소속 직원이 공사현장에서 D 소속 근로자들을 상대로 직접 보온공사에 관한 업무지시를 하고, 안전교육을 하며, N에서 자체적으로 D 소속 근로자들에게 안전보호장구를 제공한 정도의 정황만이 확인될 뿐, 나아가 N와 A 사이에서 L가 철수한 2018. 5. 13. 이후의 보온공사 잔여분에 관하여 공사대금 및 지급기한, 혹은 사후 정산기준이나 방법, 시기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계약조건의 합의 내지 교섭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정황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J, G이 각 검찰에서 L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철수한 이후 A이 ‘자신이 직접 F이나 N와 공사를 체결할 것이니 믿고 일을 계속 하라’고 이야기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는바, 당시 A은 N나 F과 사이의 별다른 합의나 교섭 없이 단지 장래에 정식의 도급계약 체결을 기대한 채 보온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여기에 A이 검찰에서 ‘L가 철수한다고 하였고 일단 보온공사를 마무리해야 했기에 본인의 직원들이 2018. 7. 1.까지 남아서 일을 하였으나 이후 현장에서 나가라고 하여 부당해고로 농성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더하여 본다면,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N와 A 사이에서 직접 이 사건 공사 중 보온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의 귀책사유로 A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는지 여부
가사 피고인에게 직상 수급인의 지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 하여금 A과 연대하여 D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인정하려면, A의 임금 미지급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위 시행령에서 정한 귀책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공소사실 기재에서 A이 근로자들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과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위 시행령 제24조 각 호에 정한 귀책사유 중 어떠한 귀책사유가 있는지 전혀 특정되지도 않거니와, 앞서 본 바와 같이 N와 A 사이에서 공사금액과 그 지급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데다가, 설령 A이 공사를 먼저 진행한 후 물량에 따라 공사대금을 사후 정산하기로 당사자 사이에 구두로 약정하였을 경우를 전제로 놓고 보더라도,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A이 보온공사를 완공하였다는 2018. 6. 중순 내지 하순경 이후에 N를 상대로 공사대금의 정산 및 지급을 요구하였고, 그럼에도 N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불응하였다는 등의 정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위 시행령 제24조 제1호에 정한 귀책사유가 있음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면밀히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A에게 공급하기로 약정한 원자재의 공급을 미이행 내지 지연하였다거나, 도급계약에서 정한 어떠한 조건을 불이행하여 A이 공사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하였다는 구체적인 사정 또한 발견할 수가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위 시행령 제24조 제2호 내지 제3호에 정한 귀책사유가 있음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당심의 판단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을 이 사건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검사가 제출하고 있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A에 대한 관계에서 직상수급인에 해당한다는 사실, 나아가 피고인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아 A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 모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검사는 항소이유에서 N와 A 사이에 구체적인 계약의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공사의 완성과 그 대금의 지급이라는 도급계약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에 관한 묵시적 합의는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평균(재판장) 엄기표 박정우
각주1) 근로기준법(2020. 3. 31. 법률 제171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벌칙) ① 제36조, 제43조, 제44조,(중략)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각주2) 제44조(도급 사업에 대한 임금 지급) ①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그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다만,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그 상위 수급인의귀책사유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그 상위 수급인도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 제1항의 귀책사유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각주3) 근로기준법 제24조(수급인의 귀책사유) 법 제44조 제2항에 따른 귀책사유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도급 금액 지급일에 도급 금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2. 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원자재 공급을 늦게 하거나 공급을 하지 아니한 경우 3. 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의 조건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하수급인이 도급사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경우
각주4) 비계 철거 작업인력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