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3. 6. 22. 선고 2021가단579357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D은 동생인 E 명의로 ‘F’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건설기계 도급 및 대여업을 하여 왔고, 2018. 4.경 E 명의로 굴삭기(차량번호 1 생략), 이하 ‘이 사건 굴삭기’라 한다) 소유권이전등록을 마쳤다.

나.

피고는 전남 완도군 G에 있는 유자밭(이하 ‘이 사건 유자밭’이라 한다)의 소유자이고, 2020.말 내지 2021.초경 D을 알게 되었다.

다.

피고는 2021. 3.말경 D에게 이 사건 유자밭 평탄화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을 의뢰하고(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2021. 3. 31. 그 대금으로 500만 원을 지급하였다.

라.

D은 2021. 4. 30.경부터 이 사건 굴삭기를 이용하여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였고, 2021. 5. 3. 작업 종료가 예정되어 있었다.

마.

2021. 5. 3. 오후 D은 홀로 이 사건 굴삭기로 이 사건 유자밭에서 작업을 하였는데, 불상의 이유로 이 사건 굴삭기가 비탈길 아래로 좌전도 되면서 신체가 굴삭기에 깔렸고, 그로 인한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이하 D을 가리켜 ‘망인’이라 한다).

바.

원고들은 망인의 자녀로서 상속인이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6호증, 제7호증의 2, 제10 내지 13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계약은 고용계약에 해당하고, 망인은 그에 기한 노무 제공 중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였다. 피고는 고용계약상 부수의무로서 망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의무를 부담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 의해서도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피고는 망인으로 하여금 홀로 이 사건 작업을 하도록 지시한 후 사고예방을 위한 조치 등 없이 현장을 떠남으로써, 안전배려의무를 불이행하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행하였다.

2)

설사 이 사건 계약의 성질이 도급계약이라고 하더라도, 피고가 망인에게 작업장소 등을 제공하였으므로, 피고는 망인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경사 있는 작업 현장에서의 작업을 지시한 후 펜스 설치나 유도자 배치 등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나.

피고의 주장

1)

망인은 이 사건 계약에 의한 작업 종료 후 자신의 필요에 의해 목재를 채취하는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2)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의 대가로 500만 원을 지급하였고, 망인은 공사 일정, 출퇴근 여부, 굴삭기 운영에 관한 사항, 유류비, 식대 등 공사에 관한 직・간접적인 모든 것을 단독으로 결정・진행하였는바, 이 사건 계약은 고용계약이 아니라 도급계약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망인의 사용자로서 안전배려의무 등을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참조).

2)

어떠한 계약이 고용계약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6다277538 판결 등 참고).

3)

도급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으나,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26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① 피고는 망인에게 이 사건 작업을 의뢰하면서, 망인이 작업을 시작하기 전 그 대가로서 정액인 500만 원을 지급하였는바, 위 금원의 지급시기, 액수 등에 비추어 위 돈은 ‘노무 제공에 대한 보수’라기 보다는 ‘일의 완성에 대한 보수’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② 이 사건 작업에 사용된 이 사건 굴착기는 피고가 제공한 것이 아니라 망인이 소유 또는 관리하고 있던 것인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작업에 관하여 망인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 하였다는 정황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을 가리켜 망인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기로 하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이라거나, 피고가 작업에 관한 구체적 지시・감독권을 행사하는 (노무)도급계약이라 보기 어렵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4호는 ‘사업주라 함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호에서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제38조에서는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와 망인의 관계가 사업주와 근로자의 관계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가 위 법규에 의하여 망인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가 망인에 대하여 위와 같은 계약관계 또는 법령에 기한 안전배려의무, 보호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