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7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현장의 안전관리자에 불과하므로, 관련법령상 수급인 근로자의 사고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당시 해당 작업을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지도 않았으며, 실제로도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안전조치를 수행할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하지 않았다. 설령 피고인이 이러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를 소홀히 한 바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현장의 안전관리자에 불과하므로, 사업주인 D 주식회사의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1조 소정의 ‘행위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업무상과실치사 부분)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제67조, 제67조의2 또는 제68조부터 제70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정하고 있고, 위 법 제66조의2는 ‘제23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또는 제24조 제1항을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위 법 제23조는 제2항에서 ‘사업주는 굴착, 채석, 하역, 벌목, 운송,조작, 운반, 해체,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4항에서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상의 조치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위 법의 위임에 따라 안전상의 조치 사항 등을 규정한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9. 12. 26. 고용노동부령 제273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고 한다) 제38조 제1항 제11호, 제2항, 제39조 제1항은 ’사업주가 중량물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 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후 그 내용을 해당 근로자에게 알려야 하며, 그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하고, 위와 같이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경우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여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지휘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 제1항은 ‘사업주는 사업장에 안전관리자를 두어 위 법 제13조 제1항 각 호의 사항 중 안전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에 관하여 사업주 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위 법 제13조 제1항은 ‘사업주는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두어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총괄관리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제9호에 ‘그 밖에 근로자의 유해·위험 예방조치에 관한 사항으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9. 12. 26. 고용노동부령 제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조는 ‘위 법 제13조 제1항 제9호에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란 위 법 제41조의2에 따른 위험성평가의 실시에 관한 사항과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근로자의 위험 또는 건강장해의 방지에 관한 사항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취지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비추어 보면, 안전관리자인 피고인으로서는 작업계획서에 따라 해당 작업이 수행되도록 지휘․감독하는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A가 2019. 7. 30. 작성하고, 2019. 7. 31. 피고인이 검토한 후 C가 승인한 안전작업계획서(증거기록 제1권, 제139면 이하 참조)에는 ’양중 작업시 규정에 맞는 로프를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굴삭기를 이용한 중량물 취급 작업 시 작업지휘자가 ’AD‘으로, 신호수(유도자)가 ’AE‘로, 굴삭기 조종원이 ’AF, AC‘으로, 관련 근로자가 ’E, 피해자, AE‘로 각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사건 당시에는 굴삭기 조종원 AC과 관련 근로자인 E 및 피해자만 작업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위 안전작업계획서에 지정된 작업지휘자 AD과 신호수 AE는 작업에 배치되지 않았으며, 위 작업계획서에서 정한 규격에 맞는 로프 즉, 이 사건의 경우 ’슬링벨트‘가 사용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A가 E을 작업지휘자로 지정하였다고 주장하는데, A, 피고인, C가 작성한 2019. 10. 19.자 건설기계 작업계획서(증거기록 제1권 제237면 참조)에 E이 작업지휘자 및 신호수로 지정되어 있으나, 이 사건 현장에서 직접 중량물 취급 작업을 수행한 E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작업지휘자가 될 수 없고(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1602 판결 등 참조), 무엇보다 E은 자신이 작업지휘자 및 신호수로 지정된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였으므로, 당시 A를 비롯하여 그 누구도 E에게 본인이 작업지휘자 등으로 지정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내용의 작업계획서가 작성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등이 당시 위 안전보건규칙에 따른 안전상의 조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사업주인 D 주식회사로부터 안전관리자로 지정된 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에 관하여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들에게 지도․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는데, 안전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은 위와 같이 안전보건규칙에서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 사항들 중 기술적인 부분에 관한 것으로, 규격에 맞는 로프를 사용하도록 정한 작업계획서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 해당 중량물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로프가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업무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현장의 업무분장표(증거기록 제1권 제101면 이하 참조)에 의하더라도 피 고인은 안전관리자로서 이 사건 현장 순회 점검․지도 및 조치의 건의, 법 등에서 정한 안전에 관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보좌 및 조언․지도 등을 그 업무 내용으로 삼고 있으므로, 이 사건 현장의 안전을 보장하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작성된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이 수행되고 있는지를 살펴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에 관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피고인은 스스로도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현장의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안전관리자로서 현장 내 근로자들의 안전에 대한 계획 수립, 점검, 교육 등에 대한 조언, 지도 사업장 순회 점검, 지도 및 조치, 건의 등 소속 근로자 및 수급인 근로자들의 안전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고, 하도급업체인 AO주식회사 소속 현장소장인 A, 당시 토목 공정 관리감독자인 AP 과장 등과 함께 수시로 작업 현장을 다니면서 안전수칙 및 규정된 장비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등과 같은 안전에 관한 사항을 직접 확인하여 왔다‘고 진술하였고, 위 A 역시 수사기관에서 ’작업 진행시 안전수칙 및 규정된 장비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여부는 해당 작업자가 기본적으로 확인을 하고, 그 외 해당 작업자가 소속되어 있는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원 도급업체 안전관리자가 작업 현장을 다니면서 확인해야 한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C를 보좌하여 사실상 이 사건 현장의 안전에 관한 사항을 직접적으로 총괄하여 관리․감독해 왔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피고인과 같이 안전관리자로 지정된 K(이 사건 당시에는 휴가 중으로 부재하였다)이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인 2019. 10. 11.경 슬링벨트가 아닌 PE 로프를 사용하여 맨홀인입작업을 수행하던 E에게 슬링벨트를 사용하여 작업을 수행할 것을 직접 지시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해 보더라도, 안전관리자인 피고인은 규격에 맞는 장비를 사용하는 등 작업이 작업계획서에 따라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감독하거나, 적어도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이 안전하게 수행되도록 이를 객관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는 사람을 대신 배치하도록 하는 등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이 사건 현장의 규모나 근로자들의 인원수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안전관리자로서 개별작업에 대해 일일이 지시․감독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하위 관리자들을 통해 작업계획서에 따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작업계획서에 지정된 작업지휘자를 배치하여 이를 지휘하도록 하는 등의 주의의무는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단순히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다른 근로자들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하던 중이어서 해당 작업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한 것이라거나 피고인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행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각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부분)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1 내지 3항 소정의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은 ‘사업주’임이 그 규정 자체에 의하여 명백하나, 같은 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제67조, 제67조의2 또는 제68조부터 제70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칙규정을 적용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각 본조의 위반행위를 사업주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행위자와 사업주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주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주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이 되는 것이며(대법원 1995. 5. 26. 선고 95도23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구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그 행위자도 처벌된다. 한편,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행위자’는 사고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사고의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자를 가리킨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1074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본 피고인이 이 사건 현장에서 안전관리자로서 실제 수행한 업무 내용, 역할 및 피고인의 지위를 비롯하여 피고인이 위반한 주의의무 내용과 위반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를 비롯한 근로자의 안전에 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업무상 의무가 있는 자로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소정의 ‘행위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고, 그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바도 없다. 그러나 한편,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원인에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위반뿐만 아니라 슬링벨트가 아닌 PE로프를 사용하여 해당 작업을 수행하였던 E과 그 하부에 자리 잡고 있었던 피해자, 해당 작업을 직접 지시하였던 현장소장 등의 과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유족에게는 장의비와 요양급여비, 산업재해보상연금이 지급되었으며, 추가로 근로자재해보험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이사건 범행의 경위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되는 모든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