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화성시 B에서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0. 8.경 위 C 사무실에서, 피해자 주식회사 D에 전화하여 “판금 등 철판가공제품을 납품해 달라. 납품해 주면 2개월 뒤 말일 현금으로 결제하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이 운영한 C은 피해자 회사 외에도 다수의 업체로부터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등 부채는 약 204억 원이었음에도 자산은 약 198억 원 밖에 되지 않아 부채초과 상태에 있었고, 2020. 10.경 직원의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 회사에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2020. 8. 31.경부터 같은 해 12. 5.경까지 총 21,998,200원의 물품을 공급받았음에도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편취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재도1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편취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이러한 범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 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012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8432 판결 등 참조).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C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공소사실의 요지 기재와 같이 물품을 공급받고도 피해자 회사에 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실, 피고인이 2020. 12. 18. C에 대하여 이 법원 2020회합185호로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한 사실, 2020. 9. 30. 기준으로 C의 총 자산은 약 198억 원, 부채는 약 204억 원으로 채무초과 상태였던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앞서 본 법리와 기록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각 물품의 공급을 요청할 당시 각 물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C은 OLED, 반도체 자동화기계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2016년 매출액 약 91억 원. 영업이익 약 6억 4,000만 원, 2017년 매출액 약 161억 원, 영업이익 약 8억 3,000만 원, 2018년 매출액 약 142억 원, 영업이익 약 4억 5,000만 원, 2019년 매출액 약 138억 원, 영업이익 약 13억 원을 달성하는 등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였다. 이에 피고인은 향후 C의 매출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하여 2019. 5.경 제2공장 신축을 계획한 후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72억 원을 차용하여 2020. 8.경 제2공장을 준공하였고, C은 2020. 1.경부터 2020. 7.경까지 약 92억 원 상당을 수주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상당한 기간 동안 C의 매출 및 영업이익을 달성하였고, 이에 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하면서 위 회사를 운영하여 왔다. 그러나 C은 2020. 8.경 E 해외 공장 관련 수주 감소, 신규 마스크 사업 손실, 제2공장 신축 과정에서의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되었고, 이에 피고인은 C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게 되었다.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C의 총 자산과 부채는 2020. 9. 30. 기준(수원지방법원 2020회합185호 2021. 1. 14.자 결정에서 참조한 것)으로 한 것인데,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물품 납품을 요청한 2020. 8.경에는 C의 총 자산과 부채 등이 위와 같은 사정보다 경제적으로 좋은 상태였을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채무 초과 정도도 앞서 본 C의 영업 실적 등에 비추어 보면 C이 그 변제능력을 상실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C은 피해자 회사와 2015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간혹 거래를 하다가(당시 거래대금은 다 지급되었다), 2020. 8.경 물품 납기 준수를 위하여 그 물량을 더 확보해야 하는 사정 등이 발생하여 피해자 회사에 연락하여 거래를 하게 되었고, 당시 피해자 회사는 C과의 과거 거래 내역, C의 회사 규모 등을 근거로 C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였으며, 피고인 측에서 다른 외상거래와 마찬가지로 공급받은 2개월 뒤 말일에 물품대금을 지급하겠다고 이야기한 것 이외에 달리 피해자 회사의 담당 직원에게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여 적극적으로 기망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C이 피해자 회사에 위와 같은 회생절차개시신청 이후에는 새롭게 물품 발주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피해자 회사에 물품 납품을 요청할 당시 이미 회생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
검사는 공소장에 2020. 10.경 C이 직원의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기재하였으나, 2020. 8.경부터 2020. 10.경까지 피고인이 C의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피고인이 2021. 8.경 근로기준법위반으로 벌금 7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는 하수급인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4조에 따라 처벌받은 것이다).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는 아니한다.
판사 김정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