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13. 5. 9.경 조리 반찬류 소매업장인 ‘C’[광명시 D, E호, 이하 ‘이 사건 반찬가게’라고 한다]을 운영하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조리원으로 근무하다가 2018. 11. 21. 퇴직하였다.
이 사건 반찬가게는 2012. 12. 27.부터 2014. 12. 8.까지 피고 명의로, 2014. 12. 1.부터 2016. 12. 31.까지 피고의 조카인 F 명의로 사업자 등록되어 있었고, 2017. 1. 1. G이 이 사건 반찬가게를 양수하여 운영하였다.
원고가 근무를 시작한 2013. 5. 9.부터 이 사건 반찬가게가 G에게 양도되기 전인 2016. 12. 31.까지의 퇴직금은 6,979,552원[일 평균임금 63,752.17원 × 30일 × {3 +(237/365)}]이고, 미사용 연차수당은 2015년 5월 688,696원, 2016년 5월 660,880원, 2016년 12월 793,056원, 합계 2,142,632원이다.
피고는, ‘원고에게 미사용 연차수당 2,142,632원, 퇴직금 6,448,735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항소심 법원(대전지방법원 2020노3354호)은 2022. 5. 19. 피고에게 퇴직금 및 미사용 연차수당 지급의무는 존재하나, 피고에게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에 대한 고의가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2022. 8. 25. 상고심 법원(대법원 2022도6782호)은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그 무렵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갑 제1호증의 2, 3, 제4, 9, 10, 31호증, 을 제1, 2,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이 사건 반찬가게에서 근무하다 퇴직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반찬가게를 양도하기 전인 2016. 12. 31.까지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에게 연차수당 및 퇴직금 합계 8,930,690원(= 퇴직금 6,788,058원<1>, 미지급 연차수당 2,142,632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원고의 퇴사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연차수당 및 퇴직금 합계 8,930,69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요지
원고와 피고는 2016. 12. 29. 부제소합의를 하였는데 원고가 이를 위반한 채 제기한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피고는 원고에게 매월 월급을 지급하면서 퇴직금 200,000원을 분할 지급하였고, 매년 1회 500,000원을 퇴직금으로 지급하였으며, 2016. 12. 29. 원고와 피고는 2016. 12. 31.까지의 임금과 퇴직금 합계 1,749,000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으므로, 원고의 퇴직금 청구는 이유 없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반찬가게를 2014. 12. 8.까지 운영하였고, 원고는 2019. 12. 21.과 같은 달 27.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의 퇴직금 및 연차수당 청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이유 없다.
부제소합의에 관하여
관련 법리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권리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간에서의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게 된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판단
갑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합의금 1,749,000원을 수령하면서 ‘위 금액은 퇴직금을 포함한 일체의 채무에 대해 상호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으로서, 퇴직금 기타 근로관계 관련 민ㆍ형사상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임을 확약함’이라는 내용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는 합의서에 서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10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위 합의금 1,749,000원은 2016. 12. 월급의 일할 계산액 1,300,000원과 원고가 피고에게 매년 1회씩 지급하던 500,000원을 2016년 근무기간에 비례해 계산한 449,000원을 합한 금액인 점, ② 위 합의금에 비추어 볼 때 당시 당사자들은 원고의 3년 237일 간의 근무에 대한 퇴직금을 계산하여 정산한 적도 없었으므로,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퇴직금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포기할 진정한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위 합의서는 피고가 2016. 12. 31.자로 G에게 이 사건 반찬가게를 양도하면서 당시 근무하던 근로자들에게 피고가 미리 작성한 양식으로 일괄 징구한 문서에 불과한 점, ④ 원고는 피고가 퇴직금 등을 미지급하였다는 이유로 고용노동청에 신고하고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바, 위 합의서 작성 당시 당사자들이 퇴직금 등 미지급에 강행법규 위반 소지가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 상태에서 위 합의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과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게 퇴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갑 제9, 10, 23, 24호증, 을 제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G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사업장을 양수하고 피고에게 양수대금 150,000,000원을 지급하였을 뿐, 당시 명의상 사업주인 F과는 양수 관련 논의를 하지 않은 점, ② 이 사건 사업장 양도 당시 G 및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피고를 사업주로 알고 있었던 점, ③ 관련 형사사건에서 이 사건 사업장을 양도하기 전 실질적 사업주는 피고라고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2013. 5. 9.부터 2016. 12. 31.까지 이 사건 반찬가게의 실질적 사업주는 피고인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직금 6,979,552원과 미사용 연차수당 2,142,632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퇴직금 분할지급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전문에서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임금 지급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해당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하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 내용이 종전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갑 제4, 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를 특정하였다거나, 1년에 500,000원씩 지급한 금액 등으로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겠다는 합의가 존재하는 등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약정이 존재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퇴직금 200,000원 분할 지급 및 매년 500,000원씩 퇴직금을 선지급하였다는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의 시효소멸 주장 등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의 퇴직금 채권 및 미사용 연차수당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임금채권 및 퇴직금 채권은 근로기준법 제49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0조에 의하여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할 것이고, 이 사건 소는 2019. 12. 21., 같은 달 27일에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미사용 연차수당 중 2019. 12. 21.로부터 3년 전인 2016. 12. 21. 이전에 변제기가 도래한 부분, 즉 2015. 5., 2016. 5.분미사용 연차수당은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할 것이어서 피고의 항변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소결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6,979,552원과 2016년 12월 발생분 연차수당 793,056원을 합한 7,772,608원에서 위 합의서 작성 당시 지급된 449,000원을 뺀 7,323,608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 이후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7. 1.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그 나머지는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일부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류창성(재판장) 염혜수 홍미옥
각주1) 원고가 주장하는 미지급 퇴직금은 6,984,793원이나, 피고가 합의서 작성 당시 지급한 돈을 빼면 기존 청구금액 내이므로, 원고는 위 퇴직금 주장을 변경하지 않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