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근로자 B에 대한 공소사실인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기각하고, 근로자 E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피고인과 검사가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만 항소하여 위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ㆍ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피고인이 아닌 F가 근로자 E을 고용하였고, 피고인은 2020. 4. 25.부터 성남시 분당구 C 지하 1층 M호에 위치한 I 사우나(이하 ‘이 사건 사우나’라고 한다)의 운영에 관여하였으므로 2020. 4. 25.부터 2020. 4. 30.까지의 체불 임금 319,548원에 한하여 책임이 있다. 이 사건 사우나는 2020. 4. 25. 재개장을 한 이후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적자가 계속 누적되었으므로, 피고인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근로자 E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근로자 E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검사
원심의 형(벌금 500,000원의 선고유예)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근로자 E에 대한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는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이 사용자의 범위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않고 확대한 취지는 노동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의 개별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3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퇴직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사용자 측에게 그 청산에 소요되는 기간을 유예하여 주고 있으므로, 임금 등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는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고, 따라서 사업주가 법인일 경우에는 위 14일이 경과할 당시에 임금 등의 지급권한을 갖는 대표자가 그 체불로 인한 죄책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도147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근로자 E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봄이 타당하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형수인 L은 성남시 분당구 C 지하 1층 M호(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2016. 8. 1.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였다. 주식회사 D(대표이사 K)의 실질적 운영자인 F(대표이사 K의 동생)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건물에서 사우나를 운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주식회사 D는 피고인의 소개로 2016. 7. 4. L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였다.
주식회사 D는 2016. 8. 23. ‘I’라는 상호로 목욕장업 영업신고를 하였고, 2019. 6.경 대환대출을 위해 건물 소유자가 이 사건 사우나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같은 외관을 형성하려고 영업신고서상 운영자의 명의를 L으로 변경하였으나 명의변경 당시에도 이 사건 사우나의 실질적 운영자는 F였다.
증인 E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과 F가 친구 사이고, 피고인이 사우나 관련해서 세무업무를 도와주었으며, 증인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피고인이 F와 동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진술하였다. 증인 B는 원심 법정에서 ‘자신이 피고인과 몇 차례 얘기를 하였는데 2020. 4.경 이전에도 피고인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은 적이 있었고, 이 사건 사우나의 사장들을 N사장님, O사장님, P이 Q사장님이라고 불렀는데 피고인이 그 중 N사장님이었으며, (위 사우나의 관리자로부터) 예전 그대로 밀고 나가 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들었다.’라고 진술하였다. 증인 G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사우나의 체납 공과금을 모두 납부하였고, 2020. 4. 25.부터 상호를 그대로 유지하고 기존 근로자들을 그대로 고용하여 이 사건 사우나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2020. 3.경 코로나19 사태의 발생으로 일시적으로 사우나 영업이 중단된 이후인 2020. 4. 25.에는 F로부터 사업장 시설, 비품 등을 모두 넘겨받아 이전과 같은 장소에서 이 사건 사우나를 재개장하여 운영하였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은 2018. 3. 31.부터 주식회사 D의 감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 1. 8. 근로자 E에게 체당금을 지급한 다음 2021. 1. 15. 소액체당금지급금 납부요청 및 대위행사예정통보서를 발송하였는데, 위 통보서에는 근로자 E의 소속 사업장이 ‘주식회사 D’로, 피고인은 G과 함께 위 회사의 대표자로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사우나 소속 근로자들은 피고인의 재개장 이후에도 이 사건 사우나에서 계속 근무하였고, 피고인이 이 사건 사우나를 운영할 당시 피고인과 F 사이에 근로관계 일부를 승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특약은 없었다. 피고인이 근로자 E을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사우나의 실질적 경영자임을 자처하면서 이 사건 사우나의 영업 전면에 나서고 직원들의 임금 지급을 지시하였던 2020. 4. 25.부터는 근로자 E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등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리고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이 사건 사우나 소속 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이 사건 사우나를 재개장하였고, 사우나 재개장 이후에도 계속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으며, 근로자 E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 주체와 그 범위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었으므로 불가피한 사정으로 근로자 E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사우나의 재정 상황이 악화된 상태임을 알면서도 사업장시설, 비품 등을 모두 넘겨받았고, 이 사건 사우나를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로 퇴직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을 청산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변제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퇴직근로자에게 장래의 변제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거나 이와 관련하여 퇴직근로자와 성실한 협의를 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근로자 E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1>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이 이 사건 사우나를 운영한 경위, 피고인이 근로자 E에게 지급하지 못한 임금 및 퇴직금의 액수, 근로자 E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체당금으로 합계 4,577,130원을 지급받은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도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너무 가볍다고 볼 수는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득관(재판장) 김현미 양순주
각주1)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 원심이 책임조각사유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고 하여 그 자체로 파기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고, 피고인의 책임조각사유에 관한 주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한하여 파기사유가 된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04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책임조각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이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지는 않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