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의 E에 대한 고용형태 변경의 경위, 업무지시 및 수행의 경위 등에 비추어 E의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다수의 근로자들간에 퇴직금 관련 분쟁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고인이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은 현재 다른 직원들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해 인천지방법원 2021고정1064호로 재판(이하 ‘별건 사건’이라고 한다)이 계속 중인데, 위 사건의 수사 및 공판기록을 살펴보면 당시 피고인은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시키는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발생시점인 2021. 10.경에는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당시 피고인에게는 퇴직금 청산의무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피고인이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 퇴직금 청산의무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인천 연수구 B건물, C호에 있는 ‘D’ 대표자로서 상시근로자 1명을 사용하여 장의자동차 운송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9. 6. 16.부터 2021. 10. 4.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근로하고 퇴직한 근로자 E의 퇴직금 4,513,401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과 E은 2019. 7. 1.경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급여를 퇴직금 포함하여 월 200만 원으로 약정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인이 E에게 급여를 지급한 점, ② E은 2019. 6. 16.부터 2019. 6. 30.까지 일용직 근로자로 근무하고 2019. 7. 1.부터 정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월급을 받으며 근무하다가 그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은 2020. 4. 30.경 피고인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2020. 5. 1.부터는 일용직으로 근무하며 일당을 지급받은 점, ③ E은 2021. 10. 4.경 퇴사하면서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을 요청하지도 아니한 점, ④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피고인이 운영하던 ‘D’이 영세한 장의 운송업체라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과 E 사이에 체결된 ‘매월 지급하는 급여에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포함시키기로 하는 약정’이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근로자가 미리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하더라도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고인이 그 무효를 쉽게 알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이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았을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E과 관련하여 퇴직금 청산의무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E이 피고인 회사의 상용근로자인지에 관하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의하면,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금 등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하나, 계속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4조 제1항). 원래 근로자가 반드시 월 평균 25일 이상 근무하여야만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지급의 전제가 되는 근로자의 상근성ㆍ계속성ㆍ종속성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고, 최소한 1개월에 4, 5일 내지 15일 정도 계속해서 근무하였다면 위 요건을 충족한다 할 것이며, 형식상으로는 비록 일용직근로자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일용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온 경우에는 상용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5. 7. 11. 선고 93다26168 전원합의체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위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에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E이 피고인의 회사에서 일용직 근로자의 형태로 상당기간 근무한 사실은 있으나 그 일용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었다고 인정되므로, E은 퇴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상용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의 회사는 특수여객자동차운송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E은 2019. 6. 16.부터 위 회사에서 일용직으로 근무를 시작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E에게 상용근로자로의 고용형태 전환을 제안하였고, 이를 받아들인 E은 2019. 7. 1.부터 2020. 4. 30.까지 피고인 회사에서 상용직으로 근무를 하였다.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면, E이 자신의 임의대로 이른바 노잣돈을 고객들에게 요구하는 바람에 관련 장례업체에서 항의가 종종 들어왔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피고인과 E 간의 다툼이 일어난 이후인 2020. 4. 30.경 E은 피고인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E은 2020. 5. 1.부터 2021. 7. 31.<1>까지 재차 피고인의 회사에 일용직으로, 2021. 8. 1.부터 2021. 10. 4.까지 피고인 회사의 상용직으로 근무를 한 뒤 퇴사를 한바, 위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회사와 E간의 일용관계는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E은 일정기간 형식적으로는 일용직 근로자의 형태로 피고인의 회사에 근무하기는 하였으나, 일용직으로 근무한 기간에 해당하는 2020. 5. 1.부터 2021. 7. 31.까지 약 1년 2개월 동안 피고인 운영의 회사에서 계속하여 일당 8만 원을 지급받고 버스 운행 업무를 담당하였고, 위 근무기간 동안 E의 근무일수는 1개월 기준 최소 12일 이상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증거기록 244면).
비록 E이 피고인 회사에 근무하면서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피고인 회사가 매월 지급하는 금원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당시 신용상태가 좋지 않았던 E의 제안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고(증거기록 276면), 실제 E은 2021. 6.경 피고인에게 임금을 지급받던 자신의 통장이 신용불량으로 인하여 압류되었으므로, 앞으로 임금을 모아서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피고인에게 질문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93면).
또한 피고인과 E 간의 카카오톡 메시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E은 피고인 회사에 일용직으로 근로하는 기간에도 역시 피고인의 지시·감독 하에 버스 운행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이 넉넉히 인정된다. 따라서 E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은 E에게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다만, 피고인이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즉 피고인에게 E에 대한 퇴직금 청산의무의 위반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아래에서 살펴본다.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같은 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위와 같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4645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위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에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보태어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당시 피고인에게 E에 대한 퇴직금 청산의무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E은 피고인의 회사에 계속해서 상용직으로 근무하지 아니하였으며, 퇴직 후 일용직으로 근무하면서 타 사업장에서도 종종 일을 하였기 때문에 E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증거기록 249면), E의 위와 같은 근무형태는 퇴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계속근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증거기록 276면).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E이 2020. 5. 1.부터 2021. 7. 31.경까지 일용직으로 근무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증거기록 68~69면), 피고인이 2020. 5. 16. E에게 ‘내일 일 많이 없어요. 휴무입니다. 다른 데 잡으세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증거기록 83면), 2020. 7. 3.에는 ‘내일 배차 가능하지요 깜빡했네요’라는 피고인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E은 ‘연락이 없어 내일 약속 잡았는데요’라는 답장을 한 사실이 확인되는바(증거기록 86면), 이는 E의 고용형태가 2021. 5. 1.부터 2021. 7. 31.경까지 일용직에 해당한다는 피고인의 진술과 인식에 부합하는 정황이다.
E은 2020. 4. 30.경 피고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사직서를 작성하여 전송하였는데, 해당 메시지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이에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82면). 이와 관련하여 E은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퇴사를 종용하여 위 사직서를 전송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위 사직서의 제출이 E의 진의였는지 여부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름에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당시 다른 곳에서근무를 하기도 하였다는 E의 진술에 비추어, 피고인과 E 간의 위 퇴직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거나 피고인으로서는 E이 피고인 회사에서 상용직으로서는 퇴직을 한 뒤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믿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퇴직금을 임금에 포함하기로 하는 약정이 무효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증거기록 277면), 기록에 의하더라도 E이 퇴사 당시 피고인에게 퇴직금의 지급을 요구하였다거나 피고인의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피고인과 E간의 다툼이 있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안과 유사한 쟁점의 별건 사건으로 공판이 진행 중인데, 해당 사건의 수사 및 공판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E의 임금에 퇴직금을 포함시키는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검사가 증거로 제시한 위 별건 사건의 수사 및 공판기록을 살펴보면, 해당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과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들 간에 이루어진 퇴직금 중간정산합의의 효력 및 피고인이 위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금 청산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그러나 별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근로자들은 피고인 회사에 많게는 약 2년 11개월, 적게는 약 1년 6개월 동안 피고인의 회사에 상용직으로 근무하였는바, 일용직과 상용직을 번갈아가며 근무한 E의 계속근무가 쟁점이 되는 이 사안과는 그 전제에 있어 차이가 존재한다. 또한 피고인은 별건 사건에 대한 2020. 3. 11.경 수사과정에서, 해당 근로자들의 진정 취지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겠다고 진술하고 있고(2023노1637 사건에 대한 증거기록 108~109면), 별건 사건의 수사과정에서부터 공판단계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퇴직금 청산의무 위반의 고의가 없었음을 주장하고 있다(2023노1637 사건에 대한 증거기록 191면).
결국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보았을 때, 피고인이 E이 마지막 퇴사를 할 시점인 2021. 10. 4.경 이미 피고인이 위 사건에 대하여 기소가 되어 있었다거나 E의 퇴사 시점 이후에 별건 사건에서 종국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유죄가 선고되었다는 사정을 이 사안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를 추단케 하는 정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은교(재판장) 장준현 조순표
각주1) 수사과정에서, 해당 기간의 종료일에 대해 피고인은 2021. 7. 31.경으로, E은 2021. 6. 30.경으로 각 진술하고 있다(증거기록 68~69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