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D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② D이 작성한 '프리랜서 계약해지 통보서'는 부 제소합의 또는 민법상 화해계약이라고 볼 수 있으며, ③ 피고인과 D이 체결한 계약의 내용, 위 '프리랜서 계약해지 통보서'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판단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관련 법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또는 제43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같은 법 제109조, 제36조 또는 제43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4925 판결 등 취지 참조).
한편,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6556 판결, 대법원 2021. 2. 4. 선고 2020도11559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원심은, D이 근로자에 해당함을 인정할 수 있고, D이 작성한 '프리랜서 계약해지통보서'에 의하여 유효한 부제소합의나 민법상 화해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회사 측에서 D의 업무를 지휘, 감독하고 D의 근로에 상응하는 금원을 지급하여 온 이상 '프리랜서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효력이 인정될 수 없는 '프리랜서 계약해지 통보서'를 제출받았다는 점만으로 고의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설령 D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고, D이 작성한 '프리랜서 계약해지 통보서'에 의하여 유효한 부제소합의나 민법상 화해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보더라도, 피고인이 D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피고인이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에 관한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는바,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아래와 같이 헤어디자이너의 모집, 계약의 체결, 계약의 종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작성된 여러 문서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되는 고용계약이라는 인식을 갖고 D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계속 유지하다가 종료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 피고인은 헤어디자이너, 헤어파트너, 샵매니저(슈퍼바이저)로 직무를 구분하여 인력을 모집하고, 모집공고에 직무별 계약조건을 구분하여 기재하였다. 특히 D이 회사에 지원할 당시의 모집공고 내용에 의하면, 헤어파트너는 고정급여에 인센티브를 더한 급여를 지급받는 구조인 반면, 헤어디자이너는 정착지원금 등이 지급되기는 하나 급여의 기본 구조가 영업, 매출 등에 따른 인센티브로 이루어져 있어 상하한이 폭넓게 정해지는 구조임이 확인되는 등(증거기록 순번 19번 213쪽), 모집공고의 형식과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헤어디자이너가 성과에 따른 보수(용역비)를 지급받는 프리랜서임을 전제하고 헤어디자이너와는 '근로계약'이 아니라 '프리랜서(용역) 계약'을 체결할 것을 예정한 상태에서 모집공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 실제로 피고인은 헤어디자이너로 지원한 D과 '프리랜서(용역) 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계약서에는 협의하여 서비스 제공장소를 결정 및 이동할 수 있다는 내용, 매월 용역비에서 장소사용임대료를 공제한다는 내용, D은 사업장의 개장시간 안에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는 내용, D이 달성하는 매출액의 34%를 용역비로 지급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어(증거기록 순번 6번 15, 16쪽), 계약서의 문언상 D이 프리랜서로서 피고인에게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D은 위 계약서 작성과 동시에 '프리랜서(용역) 계약 확인서'를 별도로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는데, 그 확인서에는 '프리랜서(용역) 계약 시 계약기간 중 자유로운 영업시간의 보장, 용역 제공에 따른 용역비 지급 외에 퇴직금·휴게·휴무·휴직·해고·재해보상·4대 보험 등이 일체 적용되지 않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자발적인 판단으로 프리랜서(용역)계약을 하였음을 확인합니다.', '본인은 노동관계 법령을 적용받는 근로자의 지위가 아닌 위탁업무에 따른 자유직업소득자로서 매출 정산 방식을 스스로 판단하여 경제적 혜택을 얻고자 선택하였으며, 향후 이를 부인하거나 노동부 진정,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증거기록 순번 6번 17쪽).
㈐ 또한 D은 계약관계 종료 후 6일이 지난 2023. 4. 6. 피고인과 사이에,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을 용역비에 관한 정산을 하면서 '본인은 영업비 정산내역에 이의가 없고, 설혹 다른 채권이 있더라도 청구를 포기하며, 이후 민·형사상 또는 노동관계법령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합니다.'라고 기재된 '프리랜서 계약해지통보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증거기록 순번 6번 19쪽).
피고인은 D과의 계약관계 종료 후 2023. 5. 3.경부터 고용노동청의 조사를 받을 당시에도 D이 근로자와 아닌 프리랜서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순번 34번 332쪽). 또한 피고인은 '예전에 노무관리를 받았을 때 프리랜서에게 장소대여비를 받아야 한다고 자문을 받아 그렇게 한 것입니다.'라고 진술하는 등(증거기록 순번 34번 333쪽), 헤어디자이너와 사이에 고용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계약서를 마련하는 등의 과정에서 노무 전문가의 자문까지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피고인은 2013. 7. 1. 'N'을 개업하였는데, 그 후 약 10년 동안 헤어디자이너에 대한 퇴직금 지급에 관한 문제나 분쟁 없이 회사를 운영해온 것으로 보인다.
D은 2023. 3. 31. 계약관계 종료 후 2023. 4. 6. 피고인과 사이에 영업비에 관한 정산을 할 당시 퇴직금 지급 여부에 관하여 어떠한 문제제기도 제기하지 않았고,2023. 4. 7. 영업비 금액 정산에 대하여 이의가 있어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할 당시에도퇴직금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다가, 이후 고용노동청의 조사 과정에서 노무사의 조언 등을 들은 후 비로소 퇴직금 미지급을 문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D의 입장에서도 계약관계가 유지될 당시나 계약관계가 종료된 직후에는 피고인의 퇴직금 지급의무가 당연히 발생한다고 인식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정황이 된다.
D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고객관리, 근무시간, 근무장소, 보수 등 여러 측면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계약서 등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D은 피고인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지급의무가 성립한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사후적으로 피고인에게 이러한 민사상 지급의무가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공소사실
피고인은 경기 수원시 팔달구 B, 6층에 소재한 주식회사 C의 대표로서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프랜차이즈 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21. 11. 8.부터 2023. 3. 31.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D의 퇴직금 4,320,968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위 제2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정창근(재판장) 이헌숙 김종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