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구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2005. 1. 27. 법률 제73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같은 법 시행령,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 및 B고속도로(이하 ‘이 사건 고속도로’라고 한다) 민자유치시설사업 기본계획에 따라 B고속도로민간투자시설 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C 주식회사 등 9개 민간기업의 출자로 1999. 12. 8. 설립된 법인이다.
피고는 2019. 1. 8.부터 2019. 12. 10.까지 원고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한 후, 2019. 12. 11. 원고에게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 제7조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근로자파견사업을 허가받지 아니한 자로부터 근로자파견 역무를 제공받아 사용할 수 없음에도 원고는 무허가 파견사업주 D 주식회사 등 4개사로부터 220명의 역무를 제공받아 파견근로자로 사용하였으므로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해당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2020. 1. 17.까지 증빙자료를 제출할 것을 지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정지시’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9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의 본안 전 항변
이 사건 시정지시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행정지도에 불과한 것으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이 사건 시정지시의 법적성격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21조 제1항 본문, 별표3에 의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시정지시는 행정청이 일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사인 등 상대방에게 지도·권고·조언의 방법으로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비권력적 사실행위로 그 자체로 일정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다만 상대방의 임의적인 협력을 통하여 사실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절차법상 행정지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근로기준법이나 파견법 등 관계 법령 어디에도 근로감독관과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파견법 제7조 제3항, 제6조의2 제1항을 위반한 사용사업주에 대한 범죄인지나 과태료 부과에 앞서 우선적으로 시정지시를 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은 찾아 볼 수 없다. 사용사업주에게 스스로 위법사항을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사용사업주 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행정규칙인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21조 제1항 본문, 별표3에 사용사업주에 대한 범죄인지나 과태료 부과에 앞서 사용사업주 스스로 위법사항을 시정할 수 있도록 사용사업주에게 시정지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사용사업주의 임의적인 협력을 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행정절차법 상 행정지도는 상대방의 임의적인 협력을 구하는데 있으므로, 상대방이 임의적인 협력을 거절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제재를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 상대방이 임의적인 협력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 사실상 상대방에게 그에 따를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계 법령 어디에도 원고가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규정은 찾아 볼 수 없다. 파견법 제43조 제2호에 의한 형사처벌과 파견법 제46조 제2항에 의한 과태료 부과는 파견법 제7조 제3항, 제6조의2 제1항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일 뿐,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원고는 이 사건 시정지시는 파견법 제38조 제1항의 보고명령에 해당하고, 원고가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피고는 파견법 제46조 제5항 제2호에 따라 원고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시정지시는 행정지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파견법 제38조 제1항은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이 원활하게 행정조사를 할 수 있도록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행정조사와 관련하여 필요한 사항’의 보고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시정지시는 행정조사의 성격을 가지는 사업장 근로감독이 종료된 이후 그 결과에 따라 범죄인지나 과태료 부과를 하기에 앞서 원고에게 스스로 위법사항을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일 뿐, 새로운 행정조사를 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파견법 제38조 제1항의 보고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이 사건 시정지시서 말미에는 시정결과에 대한 증빙자료를 2020. 1. 17.까지 제출하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사용사업주가 스스로 위법사항을 시정하였음에도 근로감독관과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범죄인지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로 나아감을 방지하지 위해 사용사업주에게 시정결과를 사전에 통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에 불과하다).
이 사건 시정지시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 당해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과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행정청 내부에서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의 통지 등과 같이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4두43974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정지시는 행정지도에 해당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킨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는 파견법 제7조 제3항, 제6조의2 제1항에 의하여 곧바로 발생하는 것일 뿐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21조 제1항 본문, 별표3에 근거한 이 사건 시정지시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시정지시로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어떠한 변동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일정한 불이익조치가 예정되어 있다면 그에 따를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위 시정지시의 처분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겠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에게 어떠한 불이익조치도 예정되어 있지 않다. 파견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는 파견법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부과되는 것이지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부과되는 것이 아니다.
원고는, 피고가 재량준칙인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21조 제1항 본문, 별표3이 정한 바에 따라 파견법 제7조 제3항, 제6조의2 제1항을 위반한 사용사업주에 대한 범죄인지나 과태료 부과에 앞서 시정지시를 해왔다면 피고는 자기구속의 원칙에 따라 시정지시를 생략하고 범죄인지나 과태료 부과를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시정지시의 처분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정청이 자기구속의 원칙에 따라 재량준칙을 준수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과 재량준칙에 따른 행위의 처분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는 논의의 평면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행정청이 자기구속의 원칙에 따라 재량준칙을 준수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재량준칙에 따른 행위의 처분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21조 제1항 후문 제4호는 ‘고의 또는 중과실로 주요 근로조건을 위반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즉시 범죄인지 또는 과태료 부과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즉시 범죄인지 또는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가 이 사건과 같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주요 근로조건을 위반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볼 여지가 있는 사건에 관하여도 범죄인지나 과태료 부과에 앞서 시정지시를 하여야 하는 재량준칙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원고는 원고에 대한 범죄인지나 과태료 부과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 사건 시정지시의 처분성을 인정하여 행정소송을 통해 불법파견 여부에 관한 판단을 받는 것이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21조 제1항 후문 제4호에 따라 시정지시를 하지 않고 즉시 범죄인지 또는 과태료부과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원고의 영업소 등에서 근무하는 외주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이 사건과 관계없이 민사법원에 원고를 상대로 고용의사표시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이미 이 사건 고속도로 입·출구의 요금소(톨게이트)에 설치된 원고의 영업소에서 통행료 수납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은 원고를 상대로 고용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8가합56124).] 따라서 이 사건 시정지시의 처분성을 인정하여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도록 하더라도 분쟁이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된다고 볼 수도 없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시정지시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소는 그 대상적격을 흠결하여 부적법하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우(재판장) 조현선 황인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