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1. 10. 21. 선고 2020노116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유

1.

소송의 경과

가.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으로 공소를 제기하였고,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사업주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검사는 원심판결에 대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환송 전 당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검사가 환송 전 당심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실질적인 고용주로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23조의 재해방지의무를 지는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큰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환송 전 당심판결에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위 판결을 파기하여 환송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H, I의 각 진술 및 제반 정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작업과 관련하여 피해자의 사업주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3.

판단

가.

환송판결의 기속력과 확정력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후문도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은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는 상고심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또는 제384조에 따라 사실인정에 관한 원심판결의 당부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리상 상고심 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기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1)

환송판결 판시 법리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위반죄는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재해방지의무를 전제로 하므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실질적인 고용관계’ 유무는 고용계약이나 도급계약 등 근로계약의 형식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고, 정식으로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그는 근로기준법 제2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하여 사업주의 재해방지의무의 보호대상이 된다.

2)

피고인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의 사업주인지 여부

환송 후 이 법원에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환송판결의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긴 바 없다.

이 사건 기록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은 F 주식회사(이하 ‘F’이라 한다)와 상차지에 보관 중이던 신형 소각기를 하차지로 운송하는 작업을 하고 대가로 7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1회적 급부 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작업을 위하여 피해자를 일당 30만 원으로 정하여 보조(도비공) 일용근로자로 고용하였다. 위 작업은 2015. 6. 6. 14:00부터 수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이하 ‘오후 작업’이라 한다).

②

피고인은 위 작업예정일 전날 피해자 등과 함께 상차지 및 하차지의 작업 현장을 방문하였고, 하차지 작업 현장에서 F의 이사 H으로부터 구형 소각기의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2015. 6. 6. 오전에 수행하여 줄 것을 추가로 요청받았다(이하 ‘오전 작업’이라 한다).

③

그와 함께 피고인은 F의 총무 I과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하였고, 오전 작업 및 오후 작업의 각 대가를 합한 금액인 850만 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 추가된 금액 150만 원은 크레인 사용료 80만 원, 보조(도비공) 일용근로자 2명 노임 60만 원(일당 30만 원) 및 식대 10만 원을 합하여 산정되었다. 또한 피고인은 크레인 업체에 오후 작업에 투입이 예정되어 있던 크레인을 오전 작업에도 투입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크레인 기사 및 피해자 등에게 오전 작업 개시시간을 통지하였다.

④

다음날인 2015. 6. 6. 07:00경 피해자는 피고인의 아들 T와 함께 하차지 작업 현장에 도착하여 오전 작업을 개시하였고, 약 1시간 후 피고인이 또 다른 보조근로자(도비공)인 U과 함께 위 작업 현장에 도착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 및 T 등과 함께 크레인에 중량물인 작업발판 등을 결속하여 옮기는 작업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작업발판 위에서 고정되지 않은 증기분배관이 추락하여 피해자가 사망하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로부터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 당초 F으로부터 오전 작업에 관한 청약을 받고 그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교섭한 사람은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인 점, ㉡ 오전 작업을 위한 크레인과 보조근로자 등의 투입 및 선정 또한 피고인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이에 피해자가 관여하였다는 사정은 발견하기 어려운 점, ㉢ 사고 당일 오후 작업이 상차지 현장에서 14:00부터 예정되어 있음에도 피고인이 08:00경 하차지 작업 현장에 도착하여 피해자와 함께 오전 작업을 수행한 점, ㉣ 피해자는 평소에도 일용직으로 크레인에 중량물을 결속하여 주는 등의 보조근로자 일을 해왔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크레인 등을 이용하여 부품을 옮겨주는 작업을 단독으로 수급하는 것과 성격을 달리하고, 피해자가 오전 작업을 수행하면서 실질적으로 크레인 작업을 관리·감독하였다고 볼 사정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오전 작업에 관하여 피해자와 실질적인 고용관계에 있어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재해방지의무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