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반소원고)는 원고(반소피고)에게 1,276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1. 3.부터 2024. 9. 5.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본소청구 및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본소와 반소를 함께 본다.
기초사실
원고는 2020. 11. 2. 피고로부터 ‘D 건립사업 중 연소가스 처리설비 제작, 납품공사’(이하 ‘이 사건 본공사’라 한다)를 3억 6,000만 원에 도급받았다.
이 사건 본공사는 울산광역시가 I 주식회사(이하 ‘I’이라 한다)에 발주한 것으로, I은 J 주식회사(이하 ‘J’라 한다)에게, J는 피고에게,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는 주식회사 F(이하 ‘F’라 한다)에게, F는 H에게 각 일부 공사를 순차적으로 하도급 주었는데, H의 실사업주인 G는 H 소속 근로자들에게 F로부터 받은 노무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2021. 2. 15. 발주자인 울산광역시의 주재 하에 민원 관련 회의가 개최되었고, 그 회의 결과 ‘환경부 및 낙동강 환경청에도 민원 전화가 접수되어 조속한 해결이 필요한데, J가 제시한 소액체당금 신청은 조속한 민원 해결방안이 될 수 없으니, J가 체불노임 직불 후 회수하는 방향으로 진행바람’이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 다음날인 2021. 2. 16. J와 피고의 담당자들은 위 미지급 노무비의 해결방법에 대하여 협의하였는데, J는 ‘F가 G를 검찰에 고소하도록 하고, 작업자는 고용노동부에 소액체당금 청구를 진행하도록 하며, 피고는 전체 작업자와 합의서 작성을 통한 체불 노임을 직불하되 소액체당금 수령시 작업자로부터 직불금을 회수하는 방안으로 진행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① 2021. 2. 17.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서 설 이전 소액체당금 신청 작업자들 및 G를 소환하여 사실관계 확인 예정, ② 2021. 2. 19. 전체 작업자와 소액체당금 신청 완료 및 합의서 작성, ③ 2021. 2. 25. 체불임금 직불 완료’라는 내용의 추진일정이 수립되었다.
피고는 위 협의에 따라 2021. 2. 25. H 근로자들에게 합계 7,060만 원의 노무비를 직접 지급하고, 같은 날 근로자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현금보관증 및 확약서’를 작성받았다.
한편, 피고는 같은 날 원고로부터 아래와 같은 ‘노무비 반환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를 작성받았다. 다만 이 사건 각서 중 확약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F는 이 사건 각서에 서명·날인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피고는 2021. 5. 17.까지 원고에게, 이 사건 각서에 따른 금액을 공제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본공사 대금 전액을 지급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21. 7. 1.경 피고로부터 추가로 ‘E공사’(이하 ‘이 사건 추가공사’라 한다)를 1,16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도급받았다.
원고는 2022. 1월경 이 사건 추가공사를 모두 완료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추가공사의 대금 1,276만 원(= 1,160만 원 × 1.1, 부가세 포함)을 원고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9 내지 12, 17호증, 을 제1 내지 5, 10, 15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소에 관한 판단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추가공사의 미지급 공사대금인 1,276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상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 주장의 요지
노무비에 대한 책임은 H, H에게 이 사건 본공사 중 일부를 하도급 준 F, F에게 이 사건 본공사 중 일부를 하도급 준 원고의 순서대로 지는 것이 당연하고, 이 사건 각서는 위 노무비에 대하여 최종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자가 F나 원고이고 피고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하여 작성되어 교부된 것이다. 즉, 이 사건 각서는 근로자들이 체당금을 받아 피고에게 그 체당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원고의 책임이 면하여지나 만일 체당금이 피고에게 지급되지 않는 일체의 경우에는 원고가 그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라 할 것인데, 근로자들이 체당금을 받아 피고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이상, 원고는 이 사건 각서에 따라 피고에게 7,06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노무비 7,060만 원을 직접 지급함에 따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본공사 대금 지급채무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3 제3항,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급한 7,060만 원만큼 소멸한 것이 되어,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본공사 대금을 지급함에 있어 그만큼 공제하고 지급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본공사 대금 전액을 지급한 결과 원고는 피고의 지급의무가 소멸한 부분까지 부당이득하게 된 셈이 되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각서와 별개로 피고에게 부당이득금 7,06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위와 같이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7,060만 원 상당의 이 사건 각서에 따른 약정금채권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
이 사건 각서에 따른 약정금 채권 주장에 관한 판단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참고).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서는 근로자들이 피고에 대하여 ‘현금보관증 및 확약서’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원고가 그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 근로자들이 피고에 대하여 ‘현금보관증 및 확약서’에 따른 의무를 불이행한 것이 아님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결국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각서에 따른 약정금 지급의무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서에 따른 약정금 채권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2021. 2. 25. H 근로자들로부터 “포항 노동부에 신청한 체당금을 지급받게 되면 피고에게서 선 지급받은 현금과 동일하게 즉시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현금보관증 및 확약서‘를 작성받고 H 근로자들에게 노무비를 직접 지급하였다.
원고는 바로 그 같은 날 피고에게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해 주었는데, 이 사건 각서에는 “피고가 지급한 노무비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포항 노동부에 신청한 체당금이 수령될 시 근로자가 피고에 선 지급된 노무비만큼 반환하기로 함에 있어 반환이 되지 않을 시 원고와 F에서 책임지고 반환할 것을 확약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그 내용 중 “근로자가 포항 노동부에 신청한 체당금이 수령될 시 근로자가 피고에 선 지급된 노무비만큼 반환하기로 함에 있어”라는 부분은, 그 내용과 작성일 등에 비추어, H 근로자들이 같은 날 피고에게 작성해 준 위에서 본 ’현금보관증 및 확약서’의 내용을 지칭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를 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서의 내용은 “H 근로자들이 피고에게 ‘현금보관증 및 확약서’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원고가 H 근로자들의 위 의무이행을 대신하여 책임을 진다”는 취지라 할 것이고, 문언상 그와 달리 해석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H 근로자들이 ‘현금보관증 및 확약서’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선 지급받은 노무비를 반환할 의무는 해당 근로자들이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으로부터 체당금을 지급받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것인데, 해당 근로자들이 피고로부터 노무비를 직접 지급받은 이후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체당금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아니하여 체당금을 받지 아니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결국 H 근로자들의 ‘현금보관증 및 확약서’에 따른 노무비 반환의무는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발생하지 않았다. 따라서 H 근로자들의 ‘현금보관증 및 확약서’에 따른 노무비 반환의무의 불이행이라는 이 사건 각서의 전제 역시 충족될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각서에 불구하고 이 사건 각서 이후에 완공된 이 사건 본공사에 관하여 원고에게 피고가 직접 지급한 노무비 상당의 금액을 공제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본공사 대금 전액을 지급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 이유에 관하여 피고는 “근로자들이 노동부에 신청한 체당금이 곧 나오게 되면 우선적으로 피고가 동 금액을 회수하자는 방안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는데(2022. 11. 25.자 준비서면 7쪽), 피고 역시 이 사건 각서의 요건을 앞서 본 바와 같은 취지로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은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에 같은 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제1항의 직상 수급인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때에는 그 상위 수급인 중에서 최하위의 같은 호에 따른 건설사업자를 직상 수급인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직상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로서, 건설 하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금지급방식을 개선하여 건설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입법 취지를 두고 있는 강행규정인바(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7370 판결,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7370 판결 등 참조), 위 규정을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109조에 따라 형사책임을 부담한다.
위 규정에 따르면, H이 자신이 사용한 근로자들에게 노무비를 지급하지 못한 경우, H과 연대하여 근로자들에게 미지급 노무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직상 수급인은 원칙적으로 H에게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한 F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을 제1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F와 그 상위 수급인인 원고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반면 피고는 건설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H의 상위 수급인으로 건설사업자인 피고가 직상 수급인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피고는 H과 연대하여 노무비를 지급할 책임이 있고 원고는 위 규정에 따른 책임이 없다.
결국 피고는 H의 근로자들에 대한 미지급 노무비를 지급할 책임이 있는 연대채무자로서[피고가 원고에게 노무비를 포함하여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노무비가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는 이상 여전히 피고는 노무비 지급의 연대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8도9012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연대책임 및 형사처벌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근로자들에게 노무비를 직접 지급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 선의로 원고나 F의 노무비 지급책임을 대신하여 이행한 후 이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려고 하였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각서를 작성받기 이전인 약 열흘 전인 2021. 2. 16. J와의 회의에서 피고의 노무비 직불이 이미 확정되고 같은 날 계획된 추진일정 그대로 피고가 H 근로자들에게 노무비를 지급하였으며 위 회의에서 원고의 책임이나 구상, 원고로부터의 이 사건 각서의 징구 등에 관하여는 아무런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피고는 관련 법령에 따라 노무비에 대하여 최종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자는 원고이기에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관련 법령에 따라 위 노무비에 대한 최종적인 부담을 가지는 자라는 피고의 주장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
즉, 앞서 보듯이 원고는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회사이기에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44조 제1항은 사업이 한 차례 이상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그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H의 근로자들에게 노무비가 지급되지 못한 것은 G의 노무비 미지급 때문으로 보일 뿐 원고에게 임금체불에 관한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는 위 규정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44조의3 제1항은 공사도급이 이루어진 경우로서 일정한 경우에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하도급 대금 채무의 부담 범위에서 그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가 청구하면 하수급인이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직상수급인과 하수급인 간’의 노무비 직접 지급을 규정한 것이어서 하수급인인 H과 직상수급인인 F 사이에서 적용되어야 하고 도급 관계상 원고와의 관계에서는 위 조문이 적용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같은 조 제2항은 2차례 이상의 도급이 있는 경우에 근로자가 하수급인에 대하여 일정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원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H 근로자들이 위와 같은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는 위 규정에 따른 책임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마지막으로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은 발주자에 대한 하수급인의 직접 지급청구권을 규정한 것인데, 같은 법 제2조 제10호에 의하여 수급인으로서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자는 발주자에서 제외되므로, 이 사건 공사의 수급자 중 하나에 불과한 원고는 위 조항 소정의 발주자가 아니므로, 원고에게 위 규정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원고는 계약상 피고로부터 수령한 공사대금으로 자신의 하수급인인 F에게 하도급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F는 또 자신의 하수급인인 H에게 하도급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원고가 자신의 공사대금 지급을 게을리한 잘못으로 피고가 H 근로자들에게 직접 노무비를 지급한 것이라면 피고가 원고를 탓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이나, 앞서 보듯이 H 근로자들이 노무비를 지급받지 못한 것은 H실사업주 G의 잘못 때문이지 원고에게 임금체불에 관한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이 사건 각서 작성 이전 J와 피고가 진행한 협의에서 원고에게 임금체불에 관한 귀책사유가 있었다면 원고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이 논의되었을 것인데도 그에 관하여는 아무런 논의가 없이 G를 검찰에 고소하는 방안이 논의되었고, 갑 제12, 1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F에 이 사건 본공사에 관한 하도급대금을 전부 지급한 것으로 보이고 다만 F와는 H의 노무와 관계없는 항목과 관련하여 추가 대금 지급에 관한 이견만 있었던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부당이득반환 청구권 주장에 관한 판단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당사자 일방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일정한 급부를 한 다음 급부가 법률상 원인 없음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하는 이른바 급부부당이득의 경우에는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부당이득반환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 이 경우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자는 급부행위의 원인이 된 사실의 존재와 함께 그 사유가 무효, 취소, 해제 등으로 소멸되어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었음을 주장·증명하여야 하고, 급부행위의 원인이 될 만한 사유가 처음부터 없었음을 이유로 하는 이른바 착오 송금과 같은 경우에는 착오로 송금하였다는 점 등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 참조).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원고에게 지급 완료한 이 사건 본공사 대금 중 피고가 H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급한 노무비 7,060만 원 상당 부분은 피고에게 지급의무가 없음에도 지급하였음을 전제로 하므로, 급부부당이득을 주장하는 것에 해당하여 피고가 그 주장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자신이 H 근로자들의 노무비를 직접 지급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원고가 F에 공사대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그 부분에 상당하는 부분의 지급의무를 소멸하여 F에 대하여 이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임’을 당연한 전제로 부당이득을 주장하는 듯하나, 피고가 원고의 지급의무 소멸의 근거로 드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3,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가 원고에게 적용되지 않는 조항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점, 원고가 F에 위 노무비 상당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고로부터는 이 사건 본공사대금을 전부 지급받아 이중으로 이득을 취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명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의 노무비 직접 지급 사실만으로는 피고 주장과 같은 원고의 부당이득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달리 원고가 피고로부터 수령한 이 사건 본공사 대금 중 위 노무비 7,060만 원 상당에 해당하는 부분을 부당이득금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소결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의 미지급 대금인 1,276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이 사건 공사를 완성하여 피고에게 이를 인도한 다음 날인 2022. 1. 3.부터 [공사도급계약에서 보수청구권의 지급시기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 있으면 그에 따르고, 특약이 없으면 관습에 의하며, 특약이나 관습이 없으면 공사를 마친 때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다35451 판결 참조). 이 사건 공사의 대금지급시기에 관하여, 원고는 피고와 구두로 세금계산서 발행일 한 달 뒤에 공사대금을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공사의 세금계산서 발행일인 2021. 9. 30.로부터 한 달이 경과한 2021. 11. 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하나, 원고의 위 주장과 같은 약정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원고가 이 사건 공사의 준공검사를 완료하여 피고에게 인도한 날을 2022. 1.경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소장 3쪽), 피고도 원고가 2022. 1. 2.경까지 공사를 이행하였다고 주장하는바(2022. 11. 25.자 준비서면 2쪽), 그 무렵 이 사건 공사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사완성일 다음 날인 2022. 1. 3.부터의 지연손해금만을 인정하고, 그 이전의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는 기각한다],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법원 판결 선고일인 2024. 9. 5.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반소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각서에 따른 약정금 채권 내지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중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과 상계되고 남은 나머지 돈의 지급을 구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의 주장과 같은 위 채권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반소로 구할 남은 금액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결국 피고의 반소는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하고, 원고의 나머지 본소청구 및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진현(재판장) 박성규 설정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