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은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등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이를 D에게 교부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고양시 B 지하층에 있는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근로자 18명을 사용하여 응급환자이송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등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9. 8. 12.부터 2019. 12. 31.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한 D과 2019. 8. 12.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른 휴일, 같은 법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근로계약서 2부를 작성하여 그 중 1부를 D에게 교부하였다고 주장하며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투었으나, 원심은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특별한 설시 없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기록에 의하면, D은 ‘사업주에게 근로계약서 교부의무가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하였고, 피고인과 근로계약 당시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D의 위와 같은 주장은 선뜻 믿기 어렵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근로계약서 2부를 작성한 후 그 중 1부를 D에게 교부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피고인이 운영하던 ‘C’에서 D과 함께 일하던 E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D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는 피고인이 D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자신이 피고인에게 구급차 영업 수익을 속인 것을 D이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대로 진술을 하게 되면 D이 피고인에게 자신의 비위 사실을 이야기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D에게 유리하게 진술하였던 것이었고, 그 후 피고인이 D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여 이를 바로잡았다’고 진술하였는데, 이와 같은 진술 변경의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E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피고인과 D이 작성한 ’표준근로계약서‘ 제9항에는 “근로계약서 교부-사업주는 근로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본 계약서를 사본하여 근로자의 교부요구와 관계없이 근로자에게 교부함(근로기준법 제17조 이행)”이라고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은 통상적으로 근로자들과 직접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서 1부를 교부하는 방식을 취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D으로부터 ’소방공무원 임용 준비에 필요하니 고용조건을 변경해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받고 그 요구에 따라 ’취업승락서‘, ’근로협의서‘까지 작성해 준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D에게 ’표준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을 이유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D은 근로를 개시한 2019. 8. 이후 피고인 등에게 근로계약서 미교부 사실을 문제 삼거나, 근로계약서를 교부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는데, 2019. 12.경 퇴사시점에 이르러 피고인과 해고예고수당 지급에 관한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게 되자 그제야 근로계약서 미교부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한편 해고예고수당에 관한 D의 주장은 고용노동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공소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판단
위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신영희(재판장) 김혜림 여규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