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소송의 경과
원심판결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하수급인인 A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직상수급인인 피고인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근로기준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환송 전 당심판결
피고인은 원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 항소하였고, 환송 전 당심은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환송판결
검사는 환송 전 당심 판결에 대하여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위 환송 전 당심판결에 구 근로기준법(2019. 4. 30. 법률 제164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제44조의2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파기환송하였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
이 사건 공사의 준공일 이후에 추가로 진행된 공사에 대한 임금에는 피고인의 책임이 없는바, 미지급된 임금에는 위 추가공사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피고인은 이 부분에 관하여 A의 직상수급인으로서의 책임이 없고, 피고인은 A에게 도급계약에서 정한 공사대금 전액을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A에게 아직 미지급한 하도급대금이 남아있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공사의 범위 및 대금에 관하여 다툼이 있어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위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환송판결의 기속력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하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등 참조).
판단
관련 법리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09조(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한다)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그 하수급인의 직상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한 직상수급인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직상수급인이 건설업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하수급인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적용을 받는 직상수급인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 경우와 달리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으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된다(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3도8417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취지와 문언 등에 비추어 보면,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지고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그 하수급인의 직상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8도9012 판결 참조).
판단
살피건대,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의 직상수급인의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고, A이 수행한 BF공사 및 준공 이후의 나머지 공사 역시 이 사건 공사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직상수급인의 지위에 있음에도 A이 지급하지 아니한 이 사건 공사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검토하여 보면 이를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공사비지급약정이나 추가공사약정을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에서 살펴본 법리에 이 사건을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귀책사유의 존부나 하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것이다. 한편, 직상수급인에게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려면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공사비지급약정이나 추가공사약정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어 피고인이 직상수급인으로서의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이 근로복지공단을 통하여 체당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악의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의 유리한 정상과, 피고인이 직상수급인으로서의 임금지급책임을 부담하고 있음에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죄질이 무거운 점, 피해근로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의 불리한 정상 그 밖에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드러난 양형사유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현경(재판장) 김자림 김덕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