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02년경부터 C의 개발 및 판매 업계에 종사해 오던 사람이고, 피고(2017. 5. 당시 상호는 '주식회사 D'였는데, 2019. 9. 16. '주식회사 E'으로 상호가 변경되었고, 2020. 6. 11. 다시 현재의 상호로 변경되었다)는 도료의 제조·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2013년경 설립된 회사이다.
피고 회사는 그 직원인 F이 개발한 C 레시피와 그에 따른 설비를 사용해 오고 있었는데, 생산량 및 수율(收率) 등이 기대에 미치지 않자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2017.5.경 원고를 부사장직에 채용하였으며, 원고와 피고 회사는 '협약서'라는 명칭의 계약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위 계약서에 의한 계약을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계약서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17. 5. 29. 피고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하였고, 2019. 6. 7. 퇴직하였다.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회사에 고용되어 월 기본급 700만 원에 일 근로시간 8시간, 주 5일 근무를 하였고, 총 15일의 연차휴가를 취득하였으나 이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퇴직하였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연차휴가수당으로 4,019,160원{= (월 기본급 700만 원 / 월 근로시간 209시간) × 8시간 × 15일} 및 이에 대하여 피고의 퇴직일인 2019. 6. 7.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인 2019. 6. 22.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은 "사용자는 1년간 8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5항 본문은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연차휴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후 1년 이내에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거나 1년이 지나기 전에 퇴직하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더 이상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연차휴가일수에 상응하는 임금인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4다232296, 232302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의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 · 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다22591 판결 등 참조), 주식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전체의 성격이나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37, 5464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계약에는 연차휴가 내지 연차휴일수당에 관한 정함이 없고, 달리 원고가 피고 회사에 연차휴일수당의 지급을 구할 취업규칙 등의 근거도 찾을 수 없는바, 원고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임을 전제로 피고 회사에 연차휴일수당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행한 업무의 실질이 피고의 임원으로서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 회사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함에 그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 회사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와 다른 전제에 선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계약서에는 피고 회사가 원고를 '고용'한다거나, 원고에게 '월 급여'를 지급한다는 등(제3조 제1항) 근로관계를 전제로 한 문언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계약서는 피고 회사와 위 원고 사이에 피고 회사의 사업 정상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피고 회사의 C를 최우선으로 사용하되 품질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피고 회사가 원고의 이 사건 레시피를 구매하고 일정한 조건 하에 원고에게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였으며(제2조), 피고 회사의 순익 발생 시 원고에게 매출의 일정비율을 성과 보수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점(제4조), 또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부사장' 직급 및 모든 인사권과 일부 전결권(100만 원 이하 자금집행 시)을 부여한 점(제3조)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은 그 실질상 근로계약이라 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와 피고 회사가 H 관련 사업을 위하여 체결한 동업계약 내지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위 사업의 수행을 일임한 위임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 회사의 H 관련 사업의 실시와 관련하여 포괄적이고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고는 피고 회사에 매주 업무진행 상황에 관하여 보고할 의무가 있으나(이 사건 계약서 제3조), 나아가 피고 회사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할 것을 정한 바는 없고, 원고가 피고 회사 대표이사로부터 구체적으로 지시를 받고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원고가 받은 월 급여 700만 원은 피고 회사의 다른 일반 직원의 월 급여와 비교하여 상당한 고액으로 보이는데다가, 피고 회사의 지분 10%를 별다른 조건 없이 분배받기로 하였다(이 사건 계약서 제3조). 또한 피고 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근무시간, 근무 장소, 휴가일수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정한 바가 없고, 출퇴근시간 등에 관하여 근태관리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병헌(재판장) 박상권 김성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