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 사실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는 의정부시 일원에서 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였고, 2000. 12.경 D 노동조합과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는데, 그 중 임금 조견표 중 기본급 부분은 아래와 같다(위 임금협정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은 없다).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고 한다)고 규정함에 따라 택시운전근로자의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하 ‘비교대상 임금’이라 한다)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최저임금법 부칙(제8818호, 2007. 12. 27.) 제2호에 따라 C이 소재한 의정부시에서 2010. 7. 1.부터 시행되었다.
C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일 무렵인 2010. 6. 29. D 노동조합과 2010년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근로시간을 1일 3.6시간으로 정했다.
C은 2012. 6. 설립중이던 피고에게 택시운송사업 영업을 양도하였는데, 피고는 C의 근로자 중 운전기사들의 근로관계를 승계하였다. 피고는 2012. 7. 25. 설립등기를 마쳤다.
피고의 2012. 8. 임금대장에는 운전기사들이 42명, 2012. 9. 임금대장에는 46명으로 각 기재되어 있는데, 그 중 일부는 근로계약 체결일이 영업양수 후인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피고는 피고의 노동조합과 2012년 및 2014년 각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소정 근로시간은 변경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의 영업양수 이후인 2013. 4. 12. 피고에 입사하여 2013년 내지 2015년경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이른바 ’사납금‘, 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취득하며, 이와 별도로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피고는 피고의 노동조합과 2016년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1일의 소정근로시간을 3.1시간으로, 2017년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2.94시간으로, 2018년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3.86시간으로 각 변경하였다(이하 앞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체결된 단체협약 내지 임금협정을 통틀어 ’이 사건 각 단체협약 내지 임금협정‘이라고 한다).
원고는 2020. 1. 17. 피고에서 퇴직하였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최저임금법 상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은 아래 표의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내지 12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 주장 요지
C 및 C의 영업을 양수한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으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각 단체협약 내지 임금협정을 2010. 6.부터 체결하여 왔다. 이러한 단체협약 내지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 변경 합의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변경 합의’라고 한다)은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에 비추어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
다만 ① 피고는 2010. 6. 개정되기 이전 C의 취업규칙을 보관하고 있지 않아 그 소정근로시간을 알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인 일 8시간에 대하여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법정 최저임금을 계산하거나<1>, ② C은 2000. 12. 임금협정 임금조견표를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위 임금협정에서 근로자의 일급은 11,152원으로 정하면서 시급은 1,394원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11,152 ÷ 1,394= 8시간을 기준근로시간으로 정한 것이라는 주장이다)<2> 이를 기준으로 매월 인정 근무일수에 해당 연도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곱하여 2016. 12.부터 2020. 1.의 기간에 대하여 산정한 법정최저임금과 실제로 지급한 임금의 차액인 최저 임금 미달액 합계 16,984,356원의 지급을 구한다.
설령 2000. 12. 임금협정을 통해 C의 근로자에 대한 소정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정한 합의를 인정할 수 없거나 근로기준법상 기준근로시간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C의 2000. 12.경 임금협정에서 시급산정 근거로 표시된 월 226시간을 1개월의 평균 주수로 나누어 산정한 일 7시간 20분(226시간 × 12÷ 365일)에 시간당 법정 최저 임금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과 실제로 지급한 임금의 차액은 지급되어야 한다.
판단
관련법리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7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든 인정사실 및 인정근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각 단체협약 내지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변경 합의를 체결한 것이 실제 근로 시간이나 근로 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강행규정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가 그 근로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시간인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통상임금의 계산,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임금의 시간급 환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제도의 설정의무 존부 결정 등을 위한 도구 개념으로 이용되고 있는 반면,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50조가 정한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즉 실근로시간을 말한다고 하고 있어, 소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은 개념상 구분되는 것으로, 양자가 양적으로 반드시 일치해야만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면서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가 갖는 방식으로 근무하여 왔다.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택시운수업의 특성상 원고의 운행시간 중 근무 여부나 운행 형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따라 피고와 소속 근로자들은 노사 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으로 인하여 피고가 이 사건 각 단체협약 내지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위에서 본 법리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③ 피고에게 2012년경 택시운송사업 영업을 양도한 C이 영업양도 이전 2010년 단체협약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1일 3.6시간으로 정하였으나,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전에는 기본급 외에 초과 운송수입금도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점, 2010년 단체협약 이전 C과 D 노동조합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 중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2000년 임금협정이 마지막인데, 단지 2000년 임금협정의 임금 계산표 상 시급 산출의 근거로 기본급을 ‘226’으로 나누고 있다는 것만으로 월 소정근로시간을 226시간으로 정하였다거나 이러한 기재에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또한 위 임금협정의 임금계산표는 근로자의 일급을 11,152원으로 정하면서 시급은 그 1/8에 해당하는 1,394원으로도 정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일 8시간은 시급 산정 근거로 표시된 월 226시간을 1개월의 평균 주수로 나누어 산정한 일 7.43시간(226시간 × 12 ÷ 365일)과도 불일치하여 위 임금협정에 의하여 1일 소정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정하였거나 7.43시간(월 226시간)으로 정하였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어려운 점<3>, 위 2000년 임금협정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정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고, 위 2000년 임금협정을 전후하여 2010년경까지 C의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던 구체적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정이 존재하였는지 여부, 그 내용, 변경여부 및 경과는 어떠하였는지 확인할 증거가 제출된바 없을 뿐 아니라, 2010년을 기준으로 볼 때 2000년 임금협정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났으므로 당시의 근무현실에 맞게 소정근로시간을 정하거나 변경할 필요성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C이 2010년 단체협약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C과 D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의 존재여부나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하여 C과 D 노동조합 사이에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의 상한에 해당하는 ‘기준근로시간’을 위 회사 근로자들에게 적용할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는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의제할 수도 없다).
설령 C이 노동조합과 체결한 위 2010년 단체협약이 이 사건 특례조항 적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이고, 피고가 C의 영업을 양수하여 종전의 근로계약의 내용을 동일하게 승계한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영업양수 후 변경되는 근무방식에 맞게 근로자들과 합의하여 새롭게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 점, 피고가 2012년 단체협약을 통해 1일 소정근로시간을 3.6시간으로 정한 것은 위와 같이 영업양수 후 적용되는 근로조건인 점, 피고가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2012년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시기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으므로 2012년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택시요금 인상과 근무 방식의 변화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피고의 단체협약 내지 임금협정을 통해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변경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2010년․2012년․2014년 체결된 임금협정 내지 단체협약이 무효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예비적으로 피고가 영업양수 후 체결한 2016년 단체협약 및 2017년 임금협정 역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영업양수 후 종전 근로관계를 승계 받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근로자들과 합의하여 새롭게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 점, 2012년과 2014년 단체협약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1일 3.6시간)에 비해 급격하게 단축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이후 2018년 단체협약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이 3.86시간으로 증가되기도 한 점, 원고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3.6시간으로 정한 이후 그 소정근로시간을 전제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등에 비추어볼 때 2016년 단체협약 및 2017년 임금협정만을 따로 무효라고 볼 근거도 없다.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은 다른 개념인데, 원고가 배차 시간 중 소정근로시간 이외로 휴게시간 동안 운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신들의 수입인 초과 운송수입금을 취득하려는 것으로 자신을 위한 근로이지 피고의 이익을 위한 근로로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변경 합의가 무효이고 일 8시간 또는 7.43시간의 소정근로시간에 인정근로일수,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을 순차로 곱하여 계산한 금액과 실제 지급한 임금과의 차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함종식(재판장) 김혜령 홍유정
각주1) 2021. 3. 8.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각주2) 2024. 7. 22.자 준비서면
각주3) C이 2010년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소정근로시간이 어떻게 정해지고 어떠한 변경과정을 거쳤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증거가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