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4. 10. 17. 선고 2024노1909 판결

주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원심판결문 제4면 ‘양형의 이유’ 중 제2행의 “원으”를 “원을”로 변경하는 것으로 경정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중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 A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하고, 설령 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보더라도 피고인 A의 의무 불이행과 C(이하 ‘피해자’라 한다)의 사망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 각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 A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판단하여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A: 벌금 700만 원, 피고인 주식회사 B: 벌금 3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은 제23조<1> 제3항에서 사업주로 하여금 작업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등 작업수행상 위험발생이 예상되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4항에서 제3항에 의하여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상의 조치사항을 노동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산업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은 작업의 종류 등에 따라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취하여야 할 필요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2>에서 사업주가 위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사업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과 관련하여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하거나, 그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산업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한 안전조치 외의 다른 가능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위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주식회사 B(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의 사업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이 사건 사고에 앞서 2022. 7. 11. 이미 사고(이하 ‘선행 사고’라 한다)가 발생한 바 있어, 피고인 회사의 사업주인 피고인 A이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규칙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그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상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방치하였고, 이는 곧 업무상 주의의무의 위반에 해당하며,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피고인 A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가 존재하는지 여부

가)

사업주는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 제1호), 근로자가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 제3호). 위 안전조치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항을 정한 산업안전보건규칙은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예방에 관하여 먼저 일반기준을 정한 이후 여러 종류의 기계·기구들마다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고 있는바, 위 일반기준에 따라 사업주는 기계ㆍ기구 또는 설비에 설치한 방호장치를 해체하거나 사용을 정지해서는 아니 된다(산업안전보건규칙 제93조 제1항). 또한 사업주는 작업으로 인하여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경우, 낙하물 방지망, 수직보호망 또는 방호선반의 설치, 출입금지구역의 설정, 보호구의 착용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산업안전보건규칙 제14조 제2항).

나)

피고인 회사는 폐기물을 수집하여 이를 분류 및 처리하는 작업을 하는 회사로, 이 사건 사업장으로 폐기물을 가져와 이를 분류 및 처리하여 왔다. 이 사건 각 공소사실로부터 3일 전, (폐기물 수집 과정에서 이 사건 사업장으로 반입된) 약제(가스)가 충전된 소화약제 용기 2개 중 1개가 불상의 이유로 가스를 방출하며 날아다녀 차량이 손상되는 선행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후 이 사건 각 공소사실 당시 이 사건 사업장에 남겨져 있던 나머지 1개의 용기(이하 ‘이 사건 용기’라 한다) 역시 가스가 방출되며 피해자에게 날아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용기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기구 내지 그 밖의 설비’에 해당하고, 이 사건 용기가 방치되어 있던 이 사건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 제3호가 정한 ‘물체가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한다. 나아가 피고인 A은 피해자가 근무한 피고인 회사를 운영하는 자인바,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4호의 ‘사업주’에 해당한다.

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이 사건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한 기계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아니’라거나,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 제3호는 낙하물에 대한 규정으로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 용기가 ‘기구 내지 그 밖의 설비’에 해당하고,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라는 문언상 낙하물에 대한 규정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인 A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업장에 반입된 소화약제 용기 2개 중 1개가 2022. 7. 11. 불상의 이유로 가스를 방출하며 날아다녔고, 그에 따라 피고인 회사 차량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피고인 회사의 실무를 담당하여 온 F은 이를 피고인 A에게 보고하였으나, 피고인 A은 남아 있는 이 사건 용기와 관련하여 F에게 별다른 지시 사항을 내리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즉, F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 2022. 7. 14. 경찰 조사 과정에서 ① 선행 사고 발생 당일, 사고 사실을 피고인 A에게 보고하였는데, ② 피고인 A이 이 사건 용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별도로 지시하지 아니하였으며, ③ 이에 F 자신이 ‘(이 사건 용기를 취급할 수 있는) 가스업체를 불러 이 사건 용기를 처리하게 하겠다’고 이 사건 사고 당일에 피고인 A에게 보고하려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2권 제43, 44면).

나)

이에 대하여 피고인 A은 ‘위와 같은 보고를 받은 이후 F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용기 주변에 가지 않도록 하고, 안전교육을 받게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F 역시 앞서 본 진술 내용을 번복하고 ‘피고인 A이 위와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들 역시 안전교육이 실시되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한 바 있다(증 제7호증). 그러나 ① F이 위와 같은 구체적 진술 내용을 번복할 별다른 이유가 없는 이상,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의 진술이 보다 신빙성이 높다고 보아야 하는 점, ②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들이 사실확인서 작성 당시에도 피고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어,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할 가능성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이는 F 역시 마찬가지이다), 위와 같은 교육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아무런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A의 위 주장은 믿기 어렵다.

다)

나아가 산업안전보건법상 피고인 A은 이 사건 용기에 설치된 방호장치를 해체하지 아니하여야 하고, 이 사건 용기 주변을 출입금지구역으로 설정하는 한편, 작업시에 보호구를 착용하게 하였어야 한다(실제 F 역시 이 사건 용기를 임의로 해체하지 않고, 이를 취급할 수 있는 가스업체를 부르려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그런데 피고인 A의 위 주장에 따르더라도, 피고인 A은 단순히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용기 주변에 가지 않도록 경고하고, 구두로 안전교육을 실시하였다는 것일 뿐이다. 즉, CCTV 영상(증거목록 순번 24)에 의하면, 이 사건 용기가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 옆에 놓여 있어 그 주변이 출입금지구역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F 역시 원심에서 ‘피고인 A이 이 사건 용기 주변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나 출입금지판을 설치하라고 하지는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공판기록 제52면), 피고인 A이 출입금지구역을 설정하지 아니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피해자는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이 사건 용기의 방호장치를 해체하려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증거목록 순번 14. 증거기록 제1권 제55면), 결국 피고인 A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 있다.

3)

피고인 A이 안전상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였는지 여부

가)

피고인들은, ‘피고인 A이 피해자에게 작업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작업이 이루어지는지도 전혀 알지 못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가 임의로 이 사건 용기를 처리해 보려다 발생한 사고’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그러나 피해자와 피고인 회사 간 체결된 업무위탁계약서<3>(증 제2호증. 증거기록 제2권 제206면) 제2조에 의하면, 피해자가 수행할 업무로 ‘폐기물의 운반 및 분리’가 명시되어 있고, 피고인 A 및 F 역시 피해자가 평소 폐기물의 운반, 분리 업무를 수행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다)

한편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 이 사건 용기를 둘러보다 불상의 도구를 가져와 그 도구로 이 사건 용기를 처리하려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이 확인된다. 피해자의 평소 업무 내용을 고려하면, 이는 평소 수행하던 폐기물의 분리 작업을 수행하려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즉, 분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안전핀을 제거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또한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선행 사고 발생 당시에도 출근하여 선행 사고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는바, 피해자가 선행 사고 사실 및 그에 따라 이 사건 용기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위 용기를 처리해 보려한 것 역시 자신의 업무였던 폐기물 분리 작업을 수행하기 위함으로 보인다(피해자가 피고인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 외에 개인적 호기심 등을 이유로 이를 해체하려 하였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라)

따라서 피고인 A은 피해자가 평상시에 수행하던 ‘폐기물 분리 작업’ 중 이 사건 사업장에 폐기물로 반입된 이 사건 용기의 분리를 시도할 수 있고, 선행 사고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안전상 위험성이 있는 작업에 해당한다는 점(즉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도 이행하지 않고 이를 방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4)

피고인 A의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간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앞서 본 사실 및 사정들을 고려할 때, 피고인 A의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피고인 A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은 곧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에도 해당한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들의 양형에 관한 여러 가지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형을 정하였고, 이 법원에서 새롭게 고려할 만한 양형 조건의 변화는 없다. 그 밖에 피고인 A의 나이, 성행, 환경, 범죄전력,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 이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을 뿐,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볼 수 없다.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고, 원심판결문 제4면 ‘양형의 이유’ 중 제2행의 “원으”는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이를 “원을”로 변경하는 것으로 경정한다.

판사 심준보(재판장) 윤이환 이대관

각주1)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규정이다.

각주2)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규정이다.

각주3) 기록에 의하면,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근로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