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45,099,431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2. 17.부터 2023. 5. 12.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5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C생, 남)는 피고가 ‘D’이라는 상호로 운영하는 스파우트 파우치 포장업체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이다.
원고는 2020. 2. 17. 위 사업장 내에서 프레스 기계(이하 ‘이 사건 기계’라 한다)로 스파우트 파우치의 뚜껑 부착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열과 정전기로 인하여 파우치가 압착프레스에 들러붙자 압착프레스에서 파우치를 제거한 다음 압착프레스를 닦던 중 풋 스위치(발로 밟아 프레스 기계를 작동시키는 스위치)를 밟는 바람에 이 사건 기계 내에 있던 원고의 오른손 제2수지가 위 기계에 압착되었다.
이로 인해 원고는 우 제2수지 으깸손상, 우 제2수지 경지골 절단 등의 상해를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후 41일간(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41일째 되는 날은 2020. 3. 28.)이다)의 입원치료를 받은 것을 비롯하여, 2020. 6. 5.까지 치료를 계속하였으나, 우 수분 인지 원위지골부 절단(맥브라이드장해평가표 Ⅱ-2-b)으로 인한 영구적인 장해(노동능력상실율 7%)가 남았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사고를 산업재해로 판정하고, 원고에게 휴업급여로 7,490,480원, 장해급여로 15,563,680원을 각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책임의 인정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사용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 행위가 불법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계는, 작업 효율을 위해, 양손으로 스위치를 조작하는 대신 발로 스위치를 작동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고, 작업자의 신체 일부가 기계에 들어간 경우 작동을 멈추는 안전센서 등 안전정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사용자로서는 이 사건 기계의 조작 과정에 산재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의 사용자로서 그 보호의무위반의 결과로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납기를 맞추기 위해 작업자들을 독촉한 사실이 없고, 원고에게 이 사건 기계의 이물질 제거를 위해서는 쇠솔 등 도구를 사용하거나 관리자를 부르고, 작업 시 3M 장갑을 착용할 것을 교육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 하였으나, 원고는 위 교육사항을 지키지 아니한 채 휴게시간이어서 관리자 등이 작업 현장에 없었던 시간에 일반 면장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손으로 이 사건 기계 안쪽 이물질을 제거하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 및 증인 F, G의 일부 증언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기계 작업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되지 않는 상태여서 기계 작동에 숙련된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와 같은 상황에서 원고가 관리자가 아무도 없는 휴게시간에 휴식을 취하지 아니하고 익숙하지 않은 기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를 하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발생 전 F에게 이 사건 기계에 이물질이 묻는다는 사실을 고지하였음에도 그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다시 이 사건 기계에 이물질이 묻는 현상이 발생한 점, F의 증언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기계에 반복적으로 생긴 이 물질은 제품의 플라스틱 캡 부분이 열에 녹아 끈적이는 물질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기계의 구조상 압착 프레스 부분에 끈적이는 물질이 묻을 경우 쇠솔은 그 이 물질 제거에 적정한 도구로 보이지 않는 점, 원고가 피고가 제공한 3M 장갑이 있음에도 이 사건 작업장에 비치되어 있지 않은 일반 면장갑을 제3의 장소에서 가져와 착용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기계 사용 시주의사항을 충분히 교육하고, 안전장비를 제대로 공급하는 등 안전배려 의무를 다하였다고 보이지 않고, 이에 어긋나는 을 제3, 4, 5호증의 각 기재 및 증인 F, G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손해배상의 범위
위 증거들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사실에,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에 관한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은 아래와 같고, 그 계산 근거는 별지 ‘손해배상계산표’의 기재와 같다(아래에서 별도로 판단하거나 인정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한 각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극적 손해: 60,326,863원
공적보험의 공제
산재보험법 제87조의 문언과 입법 취지, 산재보험제도의 목적과 사회보장적 성격, 재해근로자(유족 등 보험급여 수급자를 포함한다)와 공단 및 불법행위자 사이의 이익형량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단이 제3자의 불법행위로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라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는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하여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없으며 이는 보험급여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재해근로자를 위해 공단이 종국적으로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본다면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80조 제1항, 제2항 전문, 제3항 본문, 제87조 제1항 본문, 제2항 규정의 취지는 산업재해로 인하여 손실 또는 손해를 입은 근로자는 재해보상 청구권과 산재보험급여수급권을 행사할 수 있고, 아울러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사용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들 청구권 상호 간의 관계와 손실의 이중전보를 방지하기 위한 보상 또는 배상액의 조정문제를 규율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산재보험법 제80조 제3항에서 말하는 ‘동일한 사유’란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의 대상이 되는 손해와 근로기준법 또는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보전되는 손해가 같은 성질을 띠는 것이어서 산재보험급여와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두724 판결).
따라서 위 소극적 손해에서 휴업급여 및 장해급여로 합계 23,328,560원을 공제한다.
책임제한
원고도 이 사건 기계를 사용하여 작업함에 있어 사고로부터 스스로의 신체를 보호할 안전의무가 있었음에도 그 주의를 다소 소홀히 함으로써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잘못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측 책임을 90%(원고측 과실 1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위자료
원고가 오랜 치료에도 불구하고 오른손에 영구적인 장해를 입기에 이른 점, 그러함에도 피고가 원고의 피해 회복을 위하여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원·피고의 관계, 원고의 연령, 지위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위자료로 500만원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45,099,431원(= 재산상 손해 40,099,431원 + 위자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20. 2. 17.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5. 1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일부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수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