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12. 5. 11. 선고 2011노436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장애인 활동보조인인 B의 사용자가 아니고, B도 피고인의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B에게 퇴직금을 미지급한 점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직권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를 적용하였다. 그런데 2005. 1. 27. 법률 제7339호로 제정되어 같은 해 12. 1.부터 시행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및 이와 함께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34조에 의하면, 위 법률 시행일 이후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처벌에는 위 근로기준법 조항이 아니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1조, 제9조가 적용되어야 한다(이 부분은 단지 죄명과 적용법조만 달라질 뿐 공소 사실 자체가 동일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으므로 공소장변경 없이 인정할 수 있는 범위 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원심판결에는 법령의 적용을 그르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이미 원심에서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라는 제목 아래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장애인활동보조인인 B이 피고인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 주장과 같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원심의 판단에 덧붙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운영하는 C단체의 부설기관인 D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라 한다)는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지원사업의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서비스 이용자인 장애인에게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B으로부터 장애인 활동보조인 신청서와 이력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받고 60시간의 교육 및 실습을 한 후 B을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채용한 점, ② 이 사건 센터는 B을 채용할 당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그 후 계약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활동보조인 채용계약서’라는 명칭의 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계약서에는 근무내용과 급여에 관한사항 및 ‘상습적으로 결근, 지각, 조퇴하거나 음주, 근무장소 무단이탈 등 제공기관의 지시에 불응하는 등 근무태도가 불성실한 경우 근무를 불허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는 점, ③ B의 근무내용, 근무장소 및 근무시간은 B이 이에 대한 일정표를 제출하면 이 사건 센터가 다른 장애인 활동보조인과 서비스 이용자와의 일정을 조율하여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센터는 B으로부터 서비스 이용자의 확인도장을 받은 근무일지를 제출받아 B의 업무내용을 확인하였고, 2009년경부터는 일명 ‘E’라는 기계가 도입되어 서비스 이용자가 소지한 바우처 카드와 접촉하여 서비스 제공여부 및 그 시간을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확인하는 등 B의 업무내용을 계속 확인하였던 점, ⑤ B은 개인적인 사정이 있더라도 서비스 이용자와의 연락하에 진행 중인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중지하거나 임의로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할 수 없고, 이 사건 센터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점, ⑥ 비록 B이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 받지 않았고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사정들은 최근에 증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고, 오히려 장애인 활동보조인은 근무시간에 비례한 일정액을 보수로 지급 받았을 뿐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지는 않은 점, ⑦ 이 사건 센터는 2009. 10.경부터 B에 대한 4대 보험에 가입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장애인 활동보조인인 B은 업무수행에 있어 이 사건 센터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달리 B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전제에 선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