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3. 12. 15. 선고 2022나54194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였고, 피고는 이 사건 회사와 2010. 10.경 이 사건 회사와 해당 회사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확정급여형(DB: Defined Benefit Plan) 퇴직연금의 운용관리 및 신탁관리업무에 관한 계약(이하 합쳐'이 사건 퇴직연금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퇴직연금사업자이다.

나.

이 사건 회사는 2012. 12. 13.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여(위 법원 2012하합178), 2013. 2. 21. 파산선고를 받았고, 2013. 10. 11. 파산폐지가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2,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대표자 겸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고, 2013. 2. 21. 이 사건 회사가 파산함에 따라 원고에게는 퇴직급여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였다(이하 위 채권을 '이 사건 퇴직급여채권'이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에 따라 가입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퇴직연금계정 잔액 전부 상당인 22,843,333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위 퇴직급여채권은 이 사건 회사가 피고와 체결한 위 퇴직연금계약에 기해 발생한 계약상 권리이므로, 이를 행사하기 위해 상법 제388조에 따라 이사의 보수금액 등에 관하여 정관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3)

피고가 소멸시효항변을 하나, 피고가 퇴직급여법에 따른 통지의무를 이행하여 왔고 운용자산 및 수익률 현황 관리 및 이익금을 평가액에 반영하여 전산처리하여 왔으며, 원고가 영업소를 방문하거나 인터넷 뱅킹을 통해 퇴직연금이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바, 이는 채무 승인에 해당하므로 위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었다.

4)

피고가 피고의 원고의 근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항변하나, 이 사건 퇴직급여채권은 퇴직급여법에 의해 전액이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497조에 따라 퇴직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금지된다. 또한 설령 위 퇴직급여채권아 퇴직급여법에 따른 압류금지채권이 아니더라도 이는 민사집행법상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므로, 1/2 범위에서만 상계할 수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퇴직급여채권은 회사의 이사였던 피고의 보수청구권의 일종이므로, 원고가 위 채권의 지급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강행규정인 상법 제388조에 따라 정관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보수금액 등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음을 입증하지 않는 이상 이를 행사할 수 없다.

2)

이 사건 퇴직급여채권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에 기반하고 있어 운용실적의 효과는 위 회사에 귀속되는 것이고, 퇴직연금계정의 전액 전부가 원고의 퇴직급여하고 볼 수 없다. 원고의 퇴직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이 제출되지 않으면 정확한 퇴직급여액을 산정할 수 없다.

3)

설령 위 퇴직급여채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의 퇴직일인 2013. 2. 21.부터 소멸시효기간 5년이 경과하여 위 퇴직급여채권은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 또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근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위 퇴직급여채권과 상계한다.

3.

구체적인 판단

가.

이 사건 퇴직연금 지급사유 발생 여부

1)

회사가 퇴직하는 근로자나 이사 등 임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고 은행, 보험회사 등 퇴직급여법 제26조가 정하는 퇴직연금사업자와 퇴직연금의 운용관리 및 자산관리 업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을 때, 재직 중에 위와 같은 퇴직연금에 가입하였다가 퇴직한 이사, 대표이사 역시 그러한 퇴직연금사업자를 상대로 퇴직연금 채권을 가진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5다51968 판결).

2)

앞서 본 인정사실과 같이 이 사건 회사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이 체결된 사실, 위 회사가 2013. 2. 21. 파산선고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살피건대, 대표자인 원고와 위 회사의 위임관계는 민법 제690조에 따라 파산선고일인 2013. 2. 21. 종료되었고 원고는 같은 날에 퇴직하였다고 봄이 타당한바, 퇴직급여지급사유가 발생하였다. 더하여 사용자인 위 회사가 파산하여 사용자를 통한 급여의 지급절차 진행이 곤란하므로, 가입자인 원고가 직접 퇴직연금사업자인 피고에게 퇴직급여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나.

주주총회 결의 필요 여부

1)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의 보수에는 연봉, 수당, 상여금 등 명칭을 불문하고 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모든 대가가 포함된다. 이는 이사가 자신의 보수와 관련하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폐해를 방지하여 회사와 주주 및 회사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정관에서 이사의 보수 또는 퇴직금에 관하여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되어 있는 경우에 그 금액·지급시기·지급방법 등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이사는 보수나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고(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90436 판결 등 참조), 회사를 상대로 보수 또는 퇴직금을 청구하는 이사는 그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음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13308 판결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①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이고 원고의 퇴직급여채권은 상법 제388조의 적용을 받는 '이사의 보수'에 해당하는 점, ② 관련하여 위 회사의 정관에 이사의 보수액을 정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고, 달리 그 금액·지급시기·지급방법 등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 점, ③ 원고는 이 사건 퇴직연금계약에 기한 계약상 권리로서 퇴직급여채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상법 제388조의 적용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칙적인 지급청구 구조는 사용자인 위 회사가 피고에게 퇴직급여청구를 하여 이를 가입자인 원고에게 지급하는 것임에도 위 회사가 파산한 까닭에이 사건의 경우 가입자인 원고가 직접 피고에 대하여 퇴직급여의 지급을 청구함으로써 곧바로 채권의 만족을 얻게 되는 구조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퇴직급여청구가 상법 제388조에 따른 요건을 충족한 적법한 청구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다.

가정적 판단

1)

설령 원고가 이 사건 퇴직급여를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청구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여전히 이유 없다.

2)

구체적인 퇴직급여액의 산정 가부

가)

퇴직연금 가입자명부(을 제2호증)에 의하면, 현재 퇴직금 예상액 및 퇴직금 지급 가능금액으로 22,843,333원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앞서 본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퇴직급여채권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에 기반하고 있는데, 위 제도의 경우 적립금 운용실적에 따른 효과는 위 회사에 귀속되는 것이어서 실적에 따라 회사가 내야 하는 부담금이 변동되며, 퇴직연금계정의 적립금은 가입자가 퇴직급여를 받을 재원을 구성할 뿐이고, 원고의 퇴직급여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을 퇴직급여의 수준은 정관 등의 규정을 통해 사전에 확정되어 있는 점, ② 따라서 원고가 받아야 할 구체적인 퇴직급여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정관 등 위 회사의 퇴직금 산정기준 자료 및 퇴직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이 필요하나, 이와 관련된 자료가 제출된 바 없는 점, ③ 가입자 명부 일괄등록(갑 제2호증) 내역에 원고의 당년도 추계액이 22,843,333원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당년도 추계액'이 해당 가입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퇴직연금액의 정확한 산출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받아야 하는 정확한 퇴직급여액을 산정하기 어렵다.

3)

소멸시효 완성 여부

가)

이사 등 임원의 퇴직금청구권에는 근로기준법 제41조 소정의 임금채권의 시효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일반채권의 시효규정이 적용되어야 하고(대법원 1988. 6. 14.선고 87다카2268), 회사가 이사를 선임하여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회사의 영업을 위한 행위로서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며 그에 따른 이사의 보수청구권은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므로 위 퇴직급여채권은 상법 제64조에 따라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되어야 한다.

나)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 및 변론 취지에 따르면, 원고의 위 퇴직급여채권은 이사의 보수청구권에 해당하고, 민법 제690조 따라 위 회사가 파산함에 따라 원고와 위 회사 사이의 위임관계가 종료되었으며, 위 퇴직급여채권의 변제기는 원고의 퇴직일인 위 회사의 파산선고일인 2013. 2. 21.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소는 위변제기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인 2020. 9. 14.에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한바, 원고의 이 사건 퇴직급여채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도과하여 소멸하였다.

다)

이에 대해 원고는, 피고가 퇴직급여법에 따라 매년 통지의무를 이행하였을 것이고, 또한 피고가 계속하여 운용자산 및 수익률 현황 관리 및 이익금을 평가액에 반영하며 전산처리하여 왔는바 이는 채무 승인에 해당하므로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었다고 재항변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가 매년 통지의무를 이행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전혀 제출된 바 없고, 법령상 피고에게 통지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있다는 사정만을 들어 실제로 피고가 채무의 승인으로 볼만한 통지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②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등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점(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9105 판결 참조), ③ 이 사건 회사가 2013. 2. 21. 파산함에 따라 같은 날 원고가 퇴직하게 되었고 이는 퇴직급여지급사유인데, 이러한 사정이 발생하였음이 피고에게 자동으로 통지가 되었다거나 달리 피고가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퇴직급여청구를 받음으로써 비로소 퇴직급여지급 사유가 있음을 알았다고 보이는 점, ④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퇴직급여지급 사유 발생사실을 알기 전에 한 운용자산 및 수익률 현황 관리 및 이익금의 평가액 반영행위 또는 그 내역을 원고가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등을 들어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을 종합하여 보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채무 승인 행위로 위 퇴직급여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재항변은 이유 없고,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다.

라.

소결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퇴직급여채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상계항변 및 그에 대한 원고의 재항변 등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차승환(재판장) 봉지수 박봄빛누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