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의복 소매업을 하는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1. 9. 6.부터 2022. 9. 8.까지 원고의 사업장인 'C'(이하 '원고 회사'라 한다)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미지급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인천지방법원 2023가소445288호), 위 법원은 2023. 4. 5. "원고는 피고에게 20,476,206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9. 2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이행권고결정(이하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이라 한다)을 하였으며, 2023. 4. 26. 위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이하 위 이행권고결정에 따라 확정된 채권을 '피고의 퇴직금 채권'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로부터 월 급여를 지급받을 때 퇴직금에 해당하는 월 급여의 1/13 상당의 금원을 차용하는 형식으로 이미 총 17,547,880원 상당의 퇴직금을 지급받았고, 원고와 피고는 적어도 위와 같은 지급 방식에 의하여 원고의 대여금 채권과 피고의 퇴직금 채권에 대하여 상계하기로 약정하였다. 설령 위와 같은 대여금(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이나 상계 약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피고에 대한 대여금 내지 초과 지급된 임금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의 퇴직금 채권과 상계한다. 따라서 피고의 퇴직금 채권은 소멸하였으므로,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청구이의의 소에서 청구이의 사유에 관한 증명책임도 일반 민사소송에서의 증명책임 분배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확정된 지급명령에 대한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가 피고의 채권이 성립하지 아니하였음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피고에게 채권의 발생원인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고, 원고가 그 채권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거나 변제에 의하여 소멸되었다는 등 권리 발생의 장애 또는 소멸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원고에게 그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다12852 판결 등 참조).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전문에서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임금 지급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해당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하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 내용이 종전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11, 1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별지 수첩 메모지(갑 제2호증) 기재와 같이 '2011. 10. 6. 일금 75,000원<1>'이 기재되어 있는 메모지에 피고의 주소, 주민등록번호, 이름을 수기로 기재(이하 '피고 기재 부분'이라 한다)하고 서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용자인 원고와 근로자인 피고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는 수첩 메모지 상단의 '아래 금액을 차용합니다.' 및 하단의 '위의 형식대로 매월 봉급에서 1/13을 예치하여야 되는데 형편상 빌려가는 형식으로 하고 퇴직시까지 그대로 적용되며 퇴직금과 빌려간 전액을 상쇄하기로 한다.'라는 기재 부분(이하 '추가 기재 부분'이라 한다)은 피고가 작성하지 않았고 피고의 서명 당시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추가 기재 부분을 피고가 직접 작성하였다거나 이를 확인하고 서명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
육안으로 보더라도 위 추가 기재 부분의 필체는 피고 기재 부분과 다를 뿐만 아니라, 피고는 원고에 대한 고용노동청 진정사건에서 '입사 시부터 월 급여로 1,500,000원을 지급받았으며 2019. 10.경부터 퇴사 시까지 1,900,000원을 지급받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고, 위 75,000원은 2011년경 당시 월 급여액의 1/13 상당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므로, 위 수첩 메모지의 기재 부분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원고는 피고의 월 급여가 2011. 9. 6.부터 975,000원~1,000,000원 정도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수첩 메모지의 기재만으로 피고가 퇴직금 명목의 돈을 차용하는 형식으로 임금에 포함하여 미리 지급받고 그 금원과 퇴직금을 상계하기로 원고와 확정적으로 약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원고와 다른 근로자들 사이에 작성된 수첩 메모 또는 영수증 등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은 약정이 있었다고 추단할 수도 없다.
피고는 2011. 9. 6.부터 2022. 9. 8.까지 약 11년간 원고 회사에서 근무하였는데, 원고와 피고가 위 기간 동안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 또는 퇴직금 상당의 금원을 대여금으로 하여 퇴직금과 상계하는 약정을 체결하여 이를 유지해 온 것이라면, 앞서 본 수첩 메모지 이외에 위 약정에 관한 다른 처분문서를 작성하지 아니하고 퇴직금에 관한 중간 정산도 하지 않은 이유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퇴직금 명목의 금원 지급에 관한 대여금 내지 상계 약정을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피고가 지급받은 월 급여에 퇴직금에 상응하는 대여금이나 초과 지급된 임금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볼 수도 없어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바,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역시 마찬가지인바(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22061 판결 참조), 설령 원고에게 피고에 대한 대여금 내지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채권으로 피고의 퇴직금 채권과 상계하지 못하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원고의 상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소결
결국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에서 확정된 피고의 퇴직금 채권이 소멸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혜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