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주위적 주장(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피고는 망인의 사용자로서 망인의 노무 제공 과정에서 보호조치를 취할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피고는 미성년자인 망인의 친권자의 동의 없이 망인을 고용하고(근로기준법 제66조), 미성년자의 근로가 금지된 야간 및 휴일에도 망인에게 근로를 지시하고(근로기준법 제70조 제2항), 망인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른 안전보건교육 등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등 망인과의 근로계약에 따른 사용자로서의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망인의 사용자인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액에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유족급여를 공제한 후 30%의 책임 제한을 한 64,810,080원[=(522,755,200원 ×1/2-45,344,000원)×30%]과 위자료 15,002,999원의 합계 79,813,07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 주장(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가사 망인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고는 배달대행업체의 사업주로서 배달종사자인 망인의 안전과 보건을 위한 조치를 해태하였으므로,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위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피고와 망인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배달중개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여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가사 망인이 피고의 근로자라고 하여도 피고는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였고 설령 의무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
판단
주위적 주장(근로계약에 기한 보호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은 제1호에서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에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제5호에서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 형식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4. 26. 선고 95다20348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6 내지 8호증, 을 제3, 4, 12, 15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과 이 법원의 주식회사 G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당심 증인 N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망인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피고는 주식회사 G에서 운영하는 ‘O’라는 명칭의 배달중개 프로그램(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배달중개 또는 배달대행업을 하는 사람으로, 가맹점과 배달기사 사이에 배달을 중개하는 대가로 가맹점으로부터 월정액 또는 배달건수에 비례한 가맹비(건당 500원 내지 월정액 5만 원 정도)를, 배달기사로부터 배달건수에 비례한 중개수수료(건당 300원)를 수령하고, 주식회사 G에 이 사건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하는 구조로 운영하였다.
망인 또한 이 사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배달을 수행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가맹점이 요청한 배달 주문을 확인하고 가맹점과 자신의 위치, 배달경로, 시간 등을 고려하여 어떠한 배달 요청을 수행할 것인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였다. 예외적으로 관리자가 소속 배달기사의 요청으로 강제배차(자동배차)를 하기도 하였으나 배달기사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배차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고, 배달기사들은 이 사건 사업장의 부지점장인 H에게 배차의 취소를 자유롭게 요청하고 H은 이를 수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피고가 망인을 비롯한 소속 배달기사에게 구체적인 업무와 관련하여 업무수행방법을 지시하는 등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1>.
피고가 망인을 비롯한 배달기사들의 업무시간이나 근무장소를 별도로 정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배달기사들은 피고와 협의하에 오전조 또는 오후조(마감조) 등 근무시간대를 정하기는 하지만 출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고가 망인을 비롯한 소속 배달기사에게 적용하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따로 없었고, 배달기사가 출근하지 않거나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불이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바 복무와 관련하여 구속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사업장의 부지점장인 H과 망인을 비롯하여 비슷한 나이대의 배달기사 7~8명 정도로 구성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H은 ‘가자 마감조’ ‘I아, J야, K야, D아(망인)’라고 하고, 서로 전화를 돌려 업무를 시작하자거나, 배달을 많이 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기는 하였으나, 이는 배달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하여 독려하는 내용으로 보일 뿐 H이 배달기사들에게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볼 만한 내용은 찾을 수 없고, 그 메시지가 작성된 경위와 상황, 전달 방식 등을 고려할 때 그 메시지가 고용관계를 전제로 한 우월한 지위에서의 지시 내지 명령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배달기사들끼리 서로 출근을 독려하고 배달이 밀리지 않도록 식사시간 등 개인일정을 서로 조율한 것은 가맹점과 고객 사이에 불필요한 민원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배달 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마감조 내에서 다수가 동시에 휴식을 취하면 배달 업무를 수행할 사람이 없거나 배달이 밀리기 때문에 서로 식사시간 등에 대해 알리거나 양해를 구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망인에게 오토바이를 리스해 주었으나, 리스비용이나 주유비, 수리비 등 오토바이 관련 비용은 망인이 부담하였고, 1년간 리스료를 부담하면 망인에게로 소유권 이전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리스한 오토바이를 업무와 관계없이도 자유롭게 이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망인은 자신이 소유한 휴대전화에 이 사건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사용하였고 피고가 이 사건 프로그램의 이용을 위한 별도의 단말기 등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을 비롯한 피고 소속 배달기사들은 어떠한 배달주문을 수행할 것인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였고, 그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었다. 배달기사가 해당 지역의 지리를 잘 파악하여 배달 주문을 신속하게 수행하거나, 효율적으로 배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익을 높일 여지도 있었다. 또한 배달기사들은 오토바이 리스료, 수리비, 주유비 등을 직접 부담하였으므로, 업무 수행 방식 등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난폭운전 내지 운전미숙으로 큰 수리비가 발생하거나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경우 등). 또한 망인은 배달건마다 피고에게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였다. 즉 망인을 비롯한 피고 소속 배달기사들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일한지 1개월 정도 되었고, 그 동안 이 사건 사업장 외에 다른 사업장의 배달도 수행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도 ‘C 원미점’의 가맹점 배달을 수행하다가 발생하였다.
망인은 가맹점으로부터 배달건에 대한 배달료를 받고 그 중 일부를 피고에게 중개수수료로 지급하였을 뿐 피고로부터 고정급을 지급받거나 기본급이 정해져 있지도 않았다.
예비적 주장(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
관련 법령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음에도「근로기준법」등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고,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며,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하는 사람(이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한다)의 노무를 제공받는 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하고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78조는「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제2조 제4호에 따른 이동통신단말장치로 물건의 수거ㆍ배달 등을 중개하는 자는 그 중개를 통하여「자동차관리법」제3조제1항제5호에 따른 이륜자동차로 물건을 수거ㆍ배달 등을 하는 사람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는 사업주는 물건을 운반하거나 수거․배달하기 위하여「자동차관리법」제3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이륜자동차를 운행하는 작업의 경우「도로교통법 시행규칙」제32조 제1항 각호의 기준에 적합한 승차용 안전모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에 비하여, 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른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형태근로자 등이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본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6호에서 정한 택배원으로서 하나의 퀵서비스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가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면서, 동법 제78조가 정한 ‘이동통신단말장치를 이용한 중개에 의하여 이륜자동차로 물건을 수거ㆍ배달 등을 하는 사람’이므로 피고는 위 법률에 따라 망인에 대하여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고,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한편 앞서 본 증거들, 을 제9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와 교육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가사 피고의 안전 및 보건 조치가 다소 미흡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의무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와 안전 및 보건교육 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도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는 사업장에 안전모를 비치하고 안전교육을 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당심 증인 N을 비롯한 피고 소속 배달기사들(P, Q, R)도 이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을 하거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
원고는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안전모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고는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원고가 직접 작성한 호소문의 내용에 의하면 망인은 당시 헬멧을 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원고의 2023. 4. 25.자 참고서면에 첨부된 호소문 3면).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교차로 근처에서 1차선에 있던 버스를 추월하기 위해 교차로 내에서 차선변경을 하다가 불법주차되어 있는 화물차량의 적재함을 그대로 충격한 사고로 그 주된 원인이 망인의 전방주시의무나 안전운전의무 위반인 것으로 보이고,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조사결과 이 사건 사고에 있어 망인이 80%, 불법주차된 화물차량이 20%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망인에게 보호장구를 지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나, 망인이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사망한 점, 이 사건 사고의 경위나 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가 안전모 외에 다른 보호장구를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망의 결과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미성년자이기는 하나 만 16세의 고등학생으로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변식할 능력이 있었다고 보이고 오토바이 운전면허도 취득한 상태였다. 이 사건 사고 시간이 야간이기는 하였으나 오후 8시 30분경으로 미성년자 근로가 금지되는 시간대는 아니었다.
이 사건 사업장의 부지점장인 H은 카카오톡을 통해 배달기사들에게 눈이 많이 오면 배달을 멈추라고 하거나 관리자 권한으로 이 사건 프로그램상 주문을 막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고(갑 제6호증 10, 11면), 그 밖에 피고가 특별히 망인을 비롯한 배달기사들에게 신속한 배달을 강요하거나 종용한 것으로 볼 만한 자료도 찾을 수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희경(재판장) 윤정인 유성혜
각주1)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가 망인을 비롯한 배달기사들에게 안전교육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산업재해 방지 등을 위한 ‘안전교육’의 범주를 넘어 실질적으로 업무수행방법 등을 지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