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를 하지 아니한 채 자신들이 고용한 근로자인 피해자로 하여금 타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고,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여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그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관련 법리
사업주에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고 한다) 제66조의2(현행 제167조), 제67조 제1호(현행 제168조 제1호), 제23조 제1항(현행 제38조 제1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과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하거나, 그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한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8874 판결, 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2도10384 판결 등 참조).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통제하고 있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에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로 인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사업주는 당해 근로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재해발생의 위험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재해발생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법 제23조 제1항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타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위 규정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의 위반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6도14559 판결,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1도11288 판결 등 참조). 이는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에서 하역, 조작, 운반,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결국 근로자가 타인 사업장에 진입한 이후 현실적으로 그 작업에 직접적으로 관리․감독 등의 관여를 담당하지 아니하는 사업주의 경우에는 해당 사업장을 직접 관리․통제하지 아니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취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타인의 작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은 산업안전보건죄가 성립할 수 있고, 재해발생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의 내용이 해당 사업장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다른 사업주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으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현실적으로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까지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당심의 판단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 사실이 인정된다.
2019. 5.경 착공된 ‘D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E공구)’ 현장(이하 ‘E공구’라 한다)은 피고인 B 주식회사(이하 ‘B’이라 한다)가 피고인 C 주식회사와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공동도급을 받아 시공하였고, 피고인 A는 E공구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인근 ‘D지구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I공구)’ 현장(이하 ‘I공구‘라 한다)은 J 주식회사(이하 ’J‘이라 한다)가 K 주식회사와 공동으로 인천도시공사로부터 도급을 받아 2020. 2. 12. 착공하였다.
I공구 발주처인 인천도시공사는 I공구에 약 256만㎡의 토사 반입이 필요하게 되자 2019. 6. 4. 한국토지주택공사, 피고인 B, J과의 협의를 진행하였고, 2020. 3. 31. ‘D지구 I공구 토석 반입계획 및 기타 현안사항 업무회의’를 통해 E공구에서 반출한 토사를 I공구에 반입하기로 하였다.
인천도시공사는 2020. 4. 2. 한국토지주택공사에 I공구 토공 반입조건으로 ‘반입에 따른 안전, 환경, 민원 문제발생시 반출현장 조치’라고 기재된 공문(D사업단-2686호)을 보냈고, 첨부된 2020. 3. 31.자 업무회의의 회의자료에는 반입조건으로 ‘토석 운반시 기존도로 횡단을 하는 경우 토석운반주체에서 교류안전시설을 설치 및 유관기관과 협의 후 시행할 것’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I공구를 시공하는 J이 2020. 5. 14. 위 인천도시공사의 2020. 4. 2.자 공문(D사업단-2686호)의 반입조건을 준수하도록 피고인 B에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고{J(D3) 제20-051401호}, 이에 피고인 B은 2020. 5. 18.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회신하였다(B D 제2020-105호).
이후 양 시공사 사이에서 토사반출입 관련 안전문제 등 세부사항에 대한 별도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J에서는 I공구에 대하여 2019. 6.경 지반조사를 하여 지반조사보고서를 작성하였고, 그 후로는 육안으로 지반 상태를 확인하였다. 피고인 B은 위 토사반출 협의에 따라 2020. 8.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2021. 3. 중순부터 I공구에 토사를 반출하였다.
피고인 B은 E공구에서 토사를 반출할 때 B 소속의 신호수를 배치하고 지반상태를 사전조사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였다. J에서는 I공구에 토사가 반입된 후 롤러 등 장비를 투입해 정지작업을 수행하며 J 소속의 신호수를 배치하고 지반상태를 사전조사하였으며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였다. 피고인 B은 2021. 3. 18. 하도급업체인 L(주)를 통해 E공구에서 토사 및 리핑암을 반출하여 I공구에 운송하는 작업을 계획하면서 ‘I공구의 M블록, N블록, BD블록, BE블록을 작업위치로 표시한 작업계획도를 첨부하였다.
2021. 3. 25.부터 2021. 3. 27.까지 I공구 내 N블록에 토사반입작업이 이루어졌고 반입한 토사의 정지작업을 위해 반입작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였으나 2021. 3. 27. 비가 내려 지반이 젖어 정지작업을 진행하지 못하였다. 이 사건 당일인 2021. 3. 31. 토사반입작업은 I공구 내 M블록에서 이루어져 피고인 B 소속 덤프트럭들은 J 소속 신호수의 유도에 따라 하차작업을 진행하였고 같은 날 16:15경 M블록의 목표 토사량이 채워지자 J 협력업체인 O회사 P과 피고인 B의 협력업체인 AO회사 X 부장의 협의로 토사반입장소가 M블록에서 N블록으로 작업종료시간 30분 전에 갑자기 변경되었다.
N블록으로의 하차장소 변경은 피고인 B과 J에 즉시 보고되지 아니하였고, 차량 유도자도 별도로 배치되지 아니하였다. 이후 B의 덤프트럭 4-5대는 피고인 B의 협력업체 소속 X 부장의 인솔에 따라 N블록으로 이동하여 하차 및 성토작업을 진행하였고, N블록 현장에 J 협력사 P이 도착하자 X은 사무실로 돌아갔고, 이후 트럭 운전자들은 서로 전화 또는 무전으로 연락하며 N블록에서 하차 및 성토작업이 이루어졌다.
피해자는 토사하차를 위해 덤프트럭을 운행하여 N블럭에 진입하였으나 유도자 없이 이동 중 뒷바퀴가 토사에 빠져 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적재함을 들어 올려 토사 일부를 쏟아 무게를 가볍게 하면서 자력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전진운행을 시도하였다. 적재함이 상승하자 덤프트럭이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져 넘어지기 시작했고, 운전석 문을 열고 빠져 나오려던 피해자는 넘어진 덤프트럭과 지면 사이에 협착되어 그 자리에서 가슴부위 손상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
한편 J과 피고인 B은, 인접한 ‘D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Y공구, 시공사 J)’ 현장에서 반출한 토사 330만㎡를 E공구(시공사 B) 현장으로 반입했던 전례가 있고(반출업체와 반입업체가 이 사건과 반대임), 당시 양 시공사는 2020. 5. 8. “상차 및 운반은 반출자인 ‘J’에서 시행하고(협약서 제2장 공사관리 제1조), 토공 운반 장비를 통하여 반입된 유용토의 하차 및 정지작업은 반입자인 ‘B’에서 시행하며(제2장 제2조)”, “E공구로 진입한 J의 토공운반장비는 반드시 당해 사업장의 규정된 운반로와 정해진 운행속도를 준수하여야 하며, (중략) 토공운반장비의 운전원은 운행 및 하차시 반드시 B 공사관계자(신호수, 장비유도자)의 안전 작업지시에 따라야 하며(제3장 환경 및 안전관리 제2조 안전관리 제3, 4호)” 등의 내용으로 그 관리책임과 관리의무에 대하여 협의하고, 그에 따라 작업이 진행되었다.
판단
위 인정사실과 이 사건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재해에 관하여 피고인들이 직접 관리·통제하지 않고 J이 관리하던 I공구 내 N 블록의 지반상태를 사전에 조사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며 차량 유도자를 배치하는 등의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결국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안전조치 의무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므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인천도시공사와 J은 2020. 4.경 및 5.경 피고인 B에 I공구 토공 반입조건으로 ‘반입에 따른 안전, 환경, 민원 문제발생시 반출현장 조치할 것’을 공문으로 보내어 피고인 B에게 안전조치를 요구하였으나, 이에 대해 피고인 B은 2020. 5. 18.경 ‘안전, 환경, 민원 문제 반입조건에 대하여는 상호 협력하여 대처하고, 반입공구인 I공구에서 안전조치를 완료한 구간에 대하여 반출 예정, 세부사항은 시공사간 협의한 협약서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회신하여 I공구에서의 안전조치 책임이 해당 시공사인 J에 있음을 지적하고, 세부 협약서를 작성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B과 J 사이에서 반입현장인 I공구에서의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 협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택지개발이 이루어지는 사업지 내 작업현장의 지반은 해당 구역의 개발계획에 따라 지반공사가 달라지므로 지반의 상태는 그 구역 공사를 담당하는 업체가 가장 잘 알 수밖에 없고, 성토 및 정지작업의 진행 과정 및 정도에 따라 하역장소가 갑자기 변경될 수 있으며, 동일한 구역도 장기간 강우가 내리는 등 시간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지반의 종전 상태도 변경될 수 있다. 따라서 별도의 특별한 약정이 없는 통상적인 경우 택지개발사업지 내에 토사반입이 이루어지는 경우 덤프트럭을 통한 토사의 하차가 이루어지면 반입업체의 포크레인, 불도저 또는 롤러를 이용한 성토 및 정지작업이 뒤따르기 때문에 토사 반입업체가 신호수 또는 유도자 배치 의무, 안전관리의무를 부담한다. J(Y공구, 반출업체)과 피고인 B(E공구, 반입업체)의 토사반출입 전례에서도 반입현장인 E공구에서는 반입업체 피고인 B이 신호수를 배치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 협약이 체결되었고, 여기서도 통상의 거래관행이 확인된다.
피고인 B의 2021. 3. 18.자 작업계획도에 I공구 내 작업위치가 M블록과 이 사건 재해현장인 N블록 외에 BD블록, BE블록도 표시되어 있기는 하나, 토사가 반입되면 그 뒤 성토 및 정지작업을 J에서 진행해야 하므로 평소 피고인 B은 위 작업위치 중 J이 지정한 장소에서 토사를 하차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피고인 B의 덤프트럭은 I공구에서 J에서 배치한 신호수의 유도에 따라 하차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사건 당일 16:15경 I공구 M 블록에서 목표 토사량이 채워지자, 토사반입장소가 N 블록으로 바뀌었고, I공구의 시공자인 J은 M블록에서 정지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N 블록에는 소속 신호수 등을 배치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B 소속 피해자는 신호수나 유도자의 안내 없이 N 블록에 진입하였다가 이 사건 재해를 당하였다.
피고인 B은 E공구에서 토사를 반출하여 J이 직접 관리·통제하는 I공구 내 작업현장에서 J 측 신호수의 안내에 따라 운반한 뒤 이를 하차하는 단순한 작업을 하였을 뿐이고, 작업장소 변경도 미리 안내받지 못하였으므로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현장인 N블록에 대하여 그 지반상태를 조사하고 그 지반상태나 차량 운행도로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위험을 인지하여 장비 등을 투입해 지반을 다지는 작업을 직접 하거나, J의 신호수를 배제하고 자체 유도자를 배치하여 안내할 것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반입업체인 J 측에서 토사반입현장의 지리 및 지반상태, 구간별 토사반입량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안전관리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한 I공구는 피고인들이 직접 관리·통제하는 작업장이 아니었고 작업현장도 갑자기 변경되었으므로, 피고인들에게 바뀐 현장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나 작업계획서 작성, 유도자 배치와 지반의 부동침하 방지, 갓길의 붕괴 방지 및 도로 폭의 유지, 현장 감독 등의 안전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재해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들은 타인의 작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사업주인 피고인들에 대하여 작업현장의 관리 및 통제와 관계없이 취할 수 있는 안전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부영(재판장) 이정원 이수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