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1>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과 D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인은 D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지위에 있지 아니하였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인천 연수구 B에 소재하였던 주식회사 C의 대표로서 상시 3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건설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근로자 D의 2020. 11.부터 2021. 3.까지의 임금 각 500만 원씩과 2021. 4. 임금 200만 원 등 체불임금 합계 총 2,700만 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해당 사업장에서 2019. 2. 20.부터 2021. 4. 12.까지 근로하다 퇴사한 근로자 D의 퇴직금 10,772,161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도15915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근로자 D의 사용자인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 D의 사용자임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이 대표로서 건축 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은 2019. 1. 3.경 형제지간으로 인천 미추홀구 G에서 'H'이라는 상호로 부동산업 등을 영위하는 I, J으로부터 인천 미추홀구 K 대 759㎡ 외 2필지(이하 '이 사건 사업부지'라 한다) 지상에 공사기간 2019. 1. 3.부터 2020. 5. 31.까지로 하고, 계약금액 165억 원(부가세 포함)으로 한 업무시설 및 공동주택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도급받았다. 이후 C과 I 등은 위 공사기간 연장을 주된 내용으로 한 2020. 5. 1.자 및 2020. 12. 27.자 각 변경계약을 거쳐 2021. 3. 11.경 위 도급계약상의 공사기간을2019. 1. 3.부터 2021. 3. 31.까지로 하고, 공사금액을 143억 1,100만 원(부가세 포함) 으로 한 공사도급변경계약을 체결하였고, C은 2021. 4. 9.경 위 도급계약에 따른 이 사건 공사를 모두 완료하였다[이 법원 2021가합64725(본소), 2022가합51337(반소) 사건 판결문 참조].
D은 2019. 2. 20.경부터 2021. 4. 12.경까지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현장안전관리자로 일하였다. D은 피고인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지급요구 진정사건에서 2023.1. 25. 중부지방노동청에 출석하여 자신이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자로 일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건축주 I과 예전부터 알던 사이인데, I이 오라고 하여 갔고 안전관리자를 해달라고 하여서 일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알지 못한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근로계약서 작성은 I과 하였고, 내가 C로 팩스를 보내서 C의 도장이 찍힌 계약서 1부를 받았다. 소속과 업무, 근로조건 등에 대해서는 I으로부터 들었다. I이 L에 현장이 있다면서 임금 얼마를 줄 테니 와서 현장관리자를 해달라고 하여서 일하게 되었다. I은 원래 M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고, 내가 I을 알게 된 경위는 구직사이트에 내가안전관리자로 등록을 해 놓았는데, I이 연락하여 건물 신축공사에서 안전관리자로 일하였다. 당시 맞은 편 현장 1차 공사가 끝나고 다른 현장을 잠깐 갔다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 또 와달라고 하여 가서 일하게 된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순번5번 진정인 진술조서 제7쪽).
한편 D이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자로 일한 약 2년 2개월 동안(2019. 2. 20.~2021. 4. 12.) I 또는 C 명의 계좌에서 D 명의 N조합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아래 표의 각 기재와 같은 금원이 송금되었다.
그중 위 표의 순번 15의 입금경위에 관하여 D은 당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공사현장에서 필요한 못이라든가 자재 같은 게 있으면 철물점에서 갖다 쓰는데, 철물점에 없기 때문에 제가 인터넷으로 사서 주고 I으로부터 그 금액만큼 통장으로 받은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왜 C 측에 이야기하지 않고 I에게 요청을 했나요'라고 질문하자, D은 '그 공사하기 1년 전에도 맞은편에서 공사를 했을 때도 I이 나를 오라고 해서 꼬박 월급도 줬고, 그 다음에 공사 끝나고 앞에 땅을 샀다가 거기 공사할 때쯤 다시 오라고 불러서 갔다. 갔는데 I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이래라저래라······.'라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D의 중부지방노동청 및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처럼 D은 C이 위 도급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I의 요청으로 다른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자로 일하며 I으로부터 돈을 지급받았다. 그리고 D과 C 사이에 2019. 2. 20.자 표준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는바, 그 경위와 관련하여 D은 당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C이 2019. 1.경부터 이 사건 공사를 시작했는데 그 해 4월까지는 I이 나에게 직접 돈을 지급하고 4월 이후에는 PF 자금이 들어오니까 PF 자금으로 돈을 주기로 했다. 그래서 PF 자금으로 돈을 줘야 하니까 서류 관계상 피고인(C)과 근로계약을 맺어 C에 들어온PF 자금으로 지급하는 그런 형식이 된 것이다. PF 자금이 떨어지고 나서는 I이 돈을 주기로 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D 명의 N조합계좌 거래내역에 의하면, D은 2020. 11. 20. I 명의 계좌로 2,5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되고, I은 이 사건 공사가 완료된 무렵인 2021. 4. 10. '원금 : 6,000만 원(= 급여 7개월 3,500만 원, 퇴직금 1,000만 원, 차용 2,500만 원,1,000만 원 상환<2>)', '변제기일 : 6월 30일'로 된 차용증을 작성하여 D에게 교부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D은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과 통화할 때) I이 나한테 밀린 임금 주기로 했는데 안 줬다고 말했다. 퇴직 무렵에 체불임금과 퇴직금 지급에 관하여 I과 합의된 내용이 있었다. 이 사건 공사가 끝나기 5~6개월 전에 공사대금도 은행에서 안 나오고, 자금사정이 부족하다 보니까 I이 업자들 상대해서 공사하는 사장들하고 계약 같은 거하고, 그러다 보니까 공사대금이 은행에서 안 나오다 보니까 공사가 거의 중단됐다. 중단되니까 내가 3~4개월 월급을 못 받은 상태에서 I이 같은 사무실에 있으니까 나한테공사 좀 하게 돈 좀 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2,500만 원 빌려줬고 I이 차용증을써줬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위 차용증 작성 이후 I은 2021. 6. 28. 및 2021. 9. 17. D에게 각 1,000만 원씩 합계 2,000만 원만 송금해 주었다.
D은 2023. 1. 2.에 이르러서야 피고인을 피진정인으로 하여 임금 및 퇴직금 미 지급을 이유로 한 진정서를 제출하였으나 이 사건 공사가 완료된 무렵인 2021. 4.경부터 위 진정서를 제출하기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피고인에게 체불임금이나 퇴직금 지급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인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주체는 'D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라고 할 것인데, D과 C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고, 해당 근로기간 동안 D이 C을 사업자로 한 건강보험자격을
취득하였다는 사정 등만으로는 앞서 본 D이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자로 일하게 된 경위, 안전관리자로 일할 당시 지휘, 감독관계와 안전관리자로서의 대가 수수현황, 위 차용증의 작성 및 교부경위와 그 이후 위 진정서를 제출할 때까지의 경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C의 대표인 피고인과 D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있었고, 따라서 피고인을 D의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항 기재와 같은바, 제3항에서 본 것과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우영(재판장) 이수민 이정민
각주1) 피고인은 원심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은 근로자 D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피고인의 변호인은 당심 제4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이 위 D에 대하여 실질적인 사용자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취지로 주장하는바, 이러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위와 같은 항소이유로 선해하기로¦
각주2) 한다. I은 2021. 4. 10. D 명의 N조합계좌로 1,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