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6. 2. 13. 선고 2025노2977 판결

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는 피고인 A이 아닌 B의 피용자로 볼 여지가 있어 피고인 A이 피해자의 안전관리의 주체인 사용자로서 그에 대한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방범망 해체 작업은 통상 사다리차가 준비된 상태에서 이삿짐을 포장한 이후에 진행되는데, 피고인 A은 이사업무에 착수한 직후였던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가 사다리차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하게 방범망 해체 작업에 단독으로 착수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안전모, 안전대 미지급이라는 피고인 A의 일반적인 안전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나 예견가능성이 인정될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 A을 피해자의 사용자로 보고 피고인 A의 안전모, 안전대 지급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와의 상당인과관계와 예견가능성을 인정해 피고인 A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 A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피고인 B에 대하여)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다른 이사 업체와는 일하지 않고 피고인 B와 일했고, 피고인 B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의 임금을 결정하고 장비 등을 준비하는 등 피해자를 관리, 감독하는 지휘관계에 있었으므로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안전장치를 마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 B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인정하지 않고 피고인 B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2.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 A은 원심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 즉, 방범망 해체 작업은 이사 작업을 진행하기 전에 미리 이루어져야 하는 필수적인 작업으로 피고인 A의 입장에서 예상할 수 없었던 이례적인 작업에 해당하지 않는 점, 당시 작업 현장은 5층이었고 방범망은 건물 바깥쪽에 설치되어 있어 작업자가 추락할 위험성이 있었던 점, 피해자가 사다리차를 기다리지 않고 홀로 방범망을 해체하였더라도 사다리차를 이용하지 않고 방범망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사다리차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작업자가 언제든지 추락할 위험성이 상존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A에게 사고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아 피고인 A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업무'란 사람의 사회생활면에서 하나의 지위로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로, 수행하는 직무 자체가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안전배려를 의무의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의 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3493 판결,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도11950 판결 등 참조).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이고(동법 제2조 제4호), 사업주의 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한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6도14559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실질적인 고용관계' 유무는 고용계약이나 도급계약 등 근로계약의 형식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고, 정식으로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그는 근로기준법 제2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하여 사업주의 재해방지의무의 보호대상이 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2615 판결, 대법원 2020. 9. 24. 선고 2017도4192 판결 등 참조).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되,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각 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은 피해자의 안전관리의 주체인 사용자로서 그에 대한 감독의무를 부담하고,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사고를 예견할 가능성이 있었음이 인정되며, 피고인 A의 피해자에 대한 안전모, 안전대 지급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 A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2023. 3. 2. 작성된 이 사건 사고 현장의 이사 견적서에는 공급자란에 피고인 A의 사업자번호와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고(증거순번 31번, 증거기록 1권 214쪽), 피고인 A도 이 사건 사고 당일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사고 현장의 계약(오더)은 피고인 A이 수주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증거순번 14번, 증거기록 1권 120쪽).

피고인 A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도, 피고인 A이 중개 플랫폼 K을 통해 이 사건 현장의 이사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사 견적이나 투입 인원, 이사 방법, 일당등의 작업내용은 우선적으로 피고인 A이 결정하였으며, 피고인 B에게 '이 사건 현장에 남자 4명, 여자 1명, 5.5톤 화물차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발송하여 피고인 B와 피해자 등이 현장에 온 것이라고 진술하였다(원심 A 증인신문조서 1~2쪽).

②

또한 피고인 A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 B가 인부들을 데려오는 경우 피고인 B에게 다른 인부들의 임금도 일괄하여 지급하고 알아서 분배하도록 하였고, 그날그날 일정에 따라 일이 힘들거나 물량이 많으면 피고인 B와 금액을 합의하여 인건비에 차 대비 등을 합하여 지급하였으며 특별히 피고인 B에게 다른 남자 인부들과 달리 일당을 더 많이 지급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였다(원심 A 증인신문조서 15~17쪽, 23쪽).

피고인 A과 피고인 B 사이의 계좌거래내역을 보더라도, 피고인 B가 수주한 현장에서 피고인 A이 일할 때는 피고인 B가 피고인 A에게 일용직 노동자의 일당 상당액(통상 21만 원~26만 원 범위 내)을 지급하였고, 피고인 A이 수주한 현장에서 피고인 B등이 일할 때는 피고인 A이 2022. 12 28. 수행한 현장의 이사비로 115만 원을 받고 피고인 B에게 남자 2명과 여자 1명의 인건비 등으로 57만 원을 지급하고(증거순번 35번, 증거기록 1권 231, 233쪽), 피고인 B가 피해자에게 17만 원을 지급하는 등(증거순번 48번, 증거기록 1권 415쪽) 피고인들은 서로 계약을 수주한 상대방의 현장에서 일할 때는 현장에서의 업무량 및 난이도에 따라 일용직 노동자의 일당만을 지급받은 것 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 A은 노동청 조사에서는 자신이 수주한 계약에서는 받은 돈 중 자신이40%를 가지고 나머지를 피고인 B에게 지급하면 이를 알아서 다른 인력들과 분배하며 본인은 이사 플랫폼에 지급하는 계약금, 견적 내기 등 일을 하기 때문에 다른 인력보다 많은 금액을 받는다고 진술하고(증거순번 55번, 증거기록 2권 28쪽), 원심 법정에서는 본인이 30%를 가져가서 스카이차 비용이나 플랫폼 관리비용, 본인의 노임 등으로 처리한다고 진술하였다(원심 A 증인신문조서 23쪽). 그렇다면 이 사건 현장에서는 이사계약을 수주한 피고인 A이 사업주로서 본인의 책임으로 피고인 B, 피해자 등 근로자들을 사용하여 이사계약을 이행하고, 피고인 B를 통하여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남은 금액으로 부대비용을 정산하고 본인의 이윤을 취득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④

피고인 A은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현장을 사전에 직접 방문하고 견적을 냈고, 이 사건 현장에 외부 방범창이 있는 사실 및 그 종류와 크기를 확인하여 이사계약을 수주한 이후 피고인 B와 J에게 방범창의 존재를 알리며 사다리차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진술하였다(원심 A 증인신문조서 13~14쪽).

그렇다면 피고인 A은 5층에 소재한 이 사건 현장에서 사다리차에 이삿짐을 싣기 위해서는 외부 방범창 제거 작업이 필수적임을 알고 있었고, 사다리차가 있더라도 5층높이에서 외부 방범창 제거 작업을 할 때에는 근로자 추락 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의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⑤

그럼에도 피고인 A은 원심 법정에서 실내 작업인 이사 작업의 특성상 안전모나 안전화, 안전띠 등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경험상 한 번도 실내에서 안전모나 안전화, 안전띠를 하고 작업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원심 A 증인신문조서 4~6쪽). 따라서 피고인 A은 이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고용한 사업주로서 고층에서의 사다리차 작업에서 예견되는 추락 사고의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였으므로, 위 법리에 의하여 피고인 A이 직접 피해자에게 방범창 해체 작업을 개별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더라도 피고인 A이 사업주로서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 또는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인정된다.

3.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 즉, 피고인들은 각각 사업자등록을 하였음에도 자신이 체결한 이삿짐 운송계약은 사업주로서, 서로가 체결한 이삿짐 운송계약에는 일용 근로자로서 참여하였으며 서로 사업을 동업하는 관계에 있지는 않았고, 피고인 A이 체결한 이삿짐 운송계약에서는 피고인 B가 지급의 편의를 위하여 다른 근로자들의 일당을 우선 지급받고 다른 근로자들에게 송금하기는 하였지만 결국 일용근로자의 일당만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 B가 운영하는 'I'에 소속된 일용 근로자라고 하여도 이 사건 이삿짐 운송계약은 피고인 A이 사업주이고 피고인 B도 다른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용 근로자로 참여한 것이므로 피해자의 상사나 피고인 A을 보좌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 B에게 사업주로서의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하여 피고인 B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자세하게 설시한 사정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B에게 사업주로서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현장의 사업주는 피고인 A이고, 피고인 B도 피고인 A이 사업주인 현장에서는 차대비 등을 제외하면 다른 근로자들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 A이 피고인 B와 수익을 나누기로 하는 동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

피고인 A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조사에서 이삿짐 운송업무를 할 때 피해자가 고객응대와 침실의 이삿짐 포장업무를 담당하고, 피고인 B는 침실업무를 보조하고 나머지 방을 담당하며 피고인 A은 거실과 사다리차 위치시키기 등을 담당한다고 진술하였다(증거순번 74번, 증거기록 2권 214쪽).

피고인 B의 배우자 S도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고객과 소통이 잘 되어 안방을 하고, Q과 피고인 B는 짐 나르는 일을 주로 하고 S는 주방을 담당하였다고 진술하였다(원심 S 증인신문조서 3쪽).

피고인 B는 원심 법정에서 S는 주방하고 잡일을 하고, 피해자는 여기저기 짐을 주로 싸러 다니고, 피고인 A, B는 짐을 싸기도 하고 나르기도 하며 현장에서 누가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아니고 각자 작업자들이 알아서 한다고 진술하였다(원심 B 증인신문조서 11쪽).

이 사건 현장에서 일했던 Q도 원심 법정에서 이사 운송업무 현장에서 특별히 누가 업무지시를 하지 않고, 피고인 B가 현장에서 인부들에게 상급자나 관리자로서 작업지시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며 피고인 B로부터 이 사건 현장에서 일하자는 부탁을 받았을 때 동료로 같이 일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계약을 수주한 피고인 A로부터 일당을 받은 것이라고 인식하며 보통 계약을 수주한 사람이 조금 더 가져가고 다른 사람들은 평등하게 일당을 받는다고 진술하였다(원심 Q 증인신문조서 13~15쪽).

그렇다면 피고인들 및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여도 이 사건 현장에서 피고인 B가 피해자를 관리·감독하는 지위에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③

검사는 피해자가 다른 사람과는 일하지 않고 피고인 B와 일하면서 피고인 B로부터 계좌이체 또는 현금으로 계약별로 임금을 지급받았고, 피고인 A이 피고인 B에게 입금하면 피고인 B가 데려온 사람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기 때문에 어떻게 인건비 등을 나누어 주는지는 잘 모른다고 진술하였으므로 피고인 B가 각 근로자들의 임금 액수를 결정하였고, 이사 운송업무에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는 등 피해자를 관리, 감독하는 지휘관계에 있었으므로 피고인 B에게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업무상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B가 평소 피해자의 상사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A이 계약을 수주한 사업주인 이 사건 현장에서는 피고인 B와 피해자는 평등하게 일당을 받는 일용 노동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 B에게 사업주로서 안전장치를 마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피고인 A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A의 주의의무위반 등으로 인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은 피고인 A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 A이 전반적으로는 자신의 책임을 반성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도 상당 부분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A이 피해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500만 원을 공탁한 점, 피고인 A에게 동종의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피고인 A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 A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처벌전력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법원이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에 관한 피고인 A의 항소를 받아들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한편 이 법원이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에 관한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