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울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66조의2, 제23조 위반죄는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재해방지의무를 전제로 하므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실질적인 고용관계’ 유무는 고용계약이나 도급계약 등 근로계약의 형식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고, 정식으로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그는 근로기준법 제2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하여 사업주의 재해방지의무의 보호대상이 된다(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7 판결,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도3700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2615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은 F 주식회사(이하 ‘F’이라 한다)와 상차지에 보관 중이던 신형 소각기를 하차지로 운송하는 작업을 하고 대가로 7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1회적 급부 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작업을 위하여 피해자를 일당 30만원으로 정하여 보조(도비공) 일용근로자로 고용하였다. 위 작업은 2015. 6. 6. 14:00부터 수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이하 ‘오후 작업’이라 한다).
피고인은 위 작업예정일 전날 피해자 등과 함께 상차지 및 하차지의 작업 현장을 방문하였고, 하차지 작업 현장에서 F의 이사 H으로부터 구형 소각기의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2015. 6. 6. 오전에 수행하여 줄 것을 추가로 요청받았다(이하 ‘오전 작업’이라 한다).
같은 날 피고인은 F의 총무 I과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하였고, 오전 작업 및 오후 작업의 각 대가를 합한 금액인 850만 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 추가된 금액 150만 원은 크레인 사용료 80만 원, 보조(도비공) 일용근로자 2명 노임 60만 원(일당 30만 원) 및 식대 10만 원을 합하여 산정되었다.
또한 피고인은 같은 날 크레인 업체에 오후 작업에 투입이 예정되어 있던 크레인을 오전 작업에도 투입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크레인 기사 및 피해자 등에게 오전 작업 개시시간을 통지하였다.
다음날인 2015. 6. 6. 07:00경 피해자는 피고인의 아들 T와 함께 하차지 작업 현장에 도착하여 오전 작업을 개시하였고, 약 1시간 후 피고인이 또 다른 보조(도비공) 일용근로자인 U과 함께 위 작업 현장에 도착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 및 T 등과 함께 크레인에 중량물인 작업발판 등을 결속하여 옮기는 작업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작업발판 위에서 고정되지 않은 증기분배관이 추락하여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오후 작업뿐만 아니라 오전 작업에 관하여도 피해자와 실질적인 고용관계에 있어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재해방지의무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당초 F으로부터 오전 작업에 관한 청약을 받은 사람은 피고인이고, F 측과 위 작업에 관한 세금계산서 발행 및 도급금액 산정내역 등을 실질적으로 교섭한 사람 역시 피해자가 아니라 피고인이다.
오전 작업을 위한 크레인과 보조(도비공) 일용근로자 등의 투입 및 선정 또한 피고인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보이고, 이에 피해자가 관여하였다는 사정은 발견하기 어렵다.
사고 당일 오후 작업이 상차지 현장에서 14:00부터 예정되어 있었음에도, 피고인은 08:00경 하차지 작업 현장에 도착하여 피해자와 함께 오전 작업을 수행하였다.
피해자는 평소 일용직으로 크레인에 중량물을 결속하여 주는 등의 보조(도비) 일을 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크레인 등을 이용하여 부품을 옮겨주는 작업을 단독으로 수급하는 것과 성격을 달리하고, 피해자가 오전 작업을 수행하면서 실질적으로 크레인 작업을 관리․감독하였다고 볼 사정도 발견하기 어렵다.
한편 피고인은 위 사고 직후 경찰에서 “F의 이사 H으로부터 오전 작업에 관한 견적서 제출을 요구받은 후 피해자에게 ‘돈도 안나오는데 답 안나온다’고 말하였고, 그러자 피해자가 ‘13시부터 작업이 있는데 좀 일찍 와서 작업을 하면 안 되겠냐’고 말을 해서 ‘그럼 니가 알아서 해라’고 하였으며, 피해자가 사업자 명의가 없어 계산서 발행이 안 되니까 저보고 하라고 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진술한 위와 같은 사실관계가 모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해자와 F 사이에 오전 작업에 관한 도급계약이 성립되었다거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오전 작업은 피해자의 책임 하에 수행하기로 합의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사항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재해방지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의 사업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