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결정

인천지방법원 2026. 4. 23.자 2026카합10183 결정

주문

1.

채무자는 2026. 3. 29.자 쟁의행위찬반투표 결과에 기한 쟁의행위 기간 중

가.

채무자 소속 조합원에게 별지 순번 7, 8, 9 기재 각 작업(순번 9 작업은 순번 7,8과 연관된 작업만을 의미한다)을 중단하도록 지시하거나 지침을 배포하여서는 아니되고,

나.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해악을 고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채권자의 임직원이 위 별지 순번 7, 8, 9 기재 각 작업에 종사하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

2.

집행관은 제1항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3.

채권자의 나머지 신청을 기각한다.

4.

소송비용의 3/4은 채권자가, 나머지는 채무자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사안의 배경

채권자(이하 '채권자 회사'라 한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상업화, 유통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다. 채권자 회사는 2026. 2. 27. 기준으로 5,372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채무자(이하 '채무자 조합'이라 한다)는 2023. 5. 11. 채권자 회사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설립된 노동조합으로, 2025. 12. 1. 기준으로 3,435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채권자 회사와 채무자 조합은 2026. 1. 중순경부터 2026. 3. 중순경까지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실시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2026. 3. 13.경 노동조합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에 따른 조정이 개시되었으나 2026. 3.23. 현격한 입장차이로 인해 조정안 제시 없이 조정절차가 종료되었다.

채무자 조합은 2026. 3. 24.부터 3. 29.까지 쟁의행위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 과반수 동의로 쟁의행위를 의결하였다. 채무자 조합은 2026. 5. 1. 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하였다.

가.

당사자들의 주장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은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편의상 위 조항에 따른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을 '쟁의제한 작업'이라 한다.

채권자 회사는, 어느 한 작업이라도 수행하지 않거나 지연하여 수행할 경우 이전의 산출물은 모두 폐기할 수밖에 없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의 특수성에 비추어, 세포주 해동 시점부터 배양, 정제를 위한 별지 기재 작업들(이하 '배양·정제 작업'이라 한다)은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으로서 쟁의제한 작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신청취지와 같이 채무자 조합을 상대로 파업 기간 동안에도 배양·정제 작업을 중단하지 말 것 등을 구하고 있다.

채무자 조합은, 배양·정제 작업은 원료·제품의 변질·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오히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작업에 해당하므로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에 따른 쟁의제한 작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나.

법률해석 방법

법해석의 목표는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와 같은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6. 21. 선고 2011다11239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고, 어떠한 법률의 규정에서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 그 법률 및 규정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당해 법률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내지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도2715 판결 참조).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문언이 가지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 안에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문언의 의미

1)

사전적 의미

법률해석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권자 회사가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 중 작업시설의 손상 우려에 대하여는 부수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채무자 조합도 배양·정제 작업에 투입되는 세포주, 배양액이나 이를 이용하여 생산한 의약품이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의 '원료'나 '제품'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다투지 않고 있으므로, 이 부분을 제외하고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 부분에 사용된 용어들의 사전적 의미를 확인하면 아래와 같다.

'변질'이란 사물이나 물질의 성질이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패'란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하여 불완전 분해를 하여 악취가 나고 유독성 물질이 생기는 과정이나 그러한 현상을 의미한다.

'방지'란 어떠한 일이나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의미한다. '위한'은 '위하다'의 변화형으로 어떠한 목적을 이루려고 하거나 목적물을 이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의 사전적 의미는 "원료나 제품의 성질이 변하거나 미생물에 의하여 분해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작업"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2)

'방지 목적'의 의미

앞서 본 '위한'의 사전적 의미를 고려할 때 문리해석상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해당 작업이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어야 한다. 변질·부패는 공통적으로 물질의 구성이나 특성이 기존과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곧 물질의 구성이나 특성이 기존과 달라지지 않은 채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작업을 의미한다.

다만,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이 변질·부패 방지가 반드시 유일한 목적이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변질·부패 방지와 함께 다른 목적을 겸유한 작업도 쟁 의제한 작업에 포함될 여지는 있다. 그렇더라도 위 조항에서 작업 목적으로 변질·부패방지를 명시하고 있으므로, 작업 수행 과정에서 변질·부패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작업이 변질·부패 방지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쟁의제한 작업에 포함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3)

종래 언급된 쟁의제한 작업의 예시

가)

판결

대법원에서 명시적으로 인정한 쟁의제한 작업의 사례로는, 대형유통업체 근로자가 파업으로 점포 영업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패하기 쉬운 야채 및 채소류를 계속하여 점포에 입고시켜 결국 야채 및 채소류가 부패하게 된 사안에 대하여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 위반을 인정한 판결(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4180 판결 참조)이 있다.

하급심으로는 택배기사 조합원들이 택배화물 반출을 통제하면서도 생물에 대하여 반출을 허용한 것은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에 따른 의무를 준수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언급한 판결(대구지방법원 2021. 8. 11. 선고 2020노820 판결)이 있다. (채권자 회사는 수원지방법원 2002. 7. 8. 자 2002카합1668 결정이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에 기하여 의약품 제조 공정에 대한 쟁의행위를 금지하였다는 결정을 하였다고 주장하나, 결정문이 제출되지 않았고, 달리 결정의 내용을 확인할 자료가 부족하다.)

나)

종래의 질의회신, 문헌

법률해석은 사법부의 몫이지만 앞서 본 것처럼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종래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의 의미를 검토한 공공기관이나 학자의 해석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종래 행정해석이나 학설상 쟁의제한 작업의 예시로 세척·냉장·방부처리 작업, 어패류 등의 변질·부패 방지작업, 냉동·냉장 창고의 전원을 공급하는 작업, 작업 중단 시설비 재사용이 불가능한 용광로 작업이 언급되고 있다(소갑20, 24, 소을1).

노동부에서는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의 해석 관련 질의에 대하여, ① 실험동물의 폐사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작업으로서 먹이 공급, 오염 방지를 위한 작업은 이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거나(채권자 회사 2026. 4. 1.자 신청서 23면, 심문 취지), ② 박물관의 온·습도 유지 등 작업이 중지될 경우 문화재나 유물이 훼손되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손실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계·전기관리 작업에 한하여 쟁의제한 작업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거나(채권자 회사2026. 4. 1.자 신청서 24면, 심문 취지), ③ 식자재를 냉동고 보관창고에 보관하였음에도 유통기간이 경과하여 폐기되거나 어패류, 육류 및 과일 등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된 것은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거나(소을1의 45면), ④ 마필관리사가 경주마를 훈련시키거나 먹이를 제공하거나 구사(말을 기르는 장소)를 관리하는 업무는 쟁의제한 작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소을1의 46면), ⑤ 쟁의행위로 혈액선별검사(헌혈자로부터 채혈한 혈액이 적격한지 여부를 검사·확인하는 작업)를 실시하지 못하여 장기간 혈액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보존기간이 경과한 혈액을 폐기해야 하더라도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한 사례가 있다(소을1의 47면).

라.

입법목적의 고려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은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제정되면서 새로 도입된 조항이다(처음 제정된 법률이 폐지되고 1997. 3. 13. 법률 제5310호로 다시 제정되었으나 제38조 제2항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법률 제정 과정에 참여하였던 교수는 국회에 출석하여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과 사용자의 재산권을 조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독일의 판례를 참고하여 위 조항을 법률안에 포함시키게 되었다는 취지로 발언하였다(소갑21의 44면).

이와 관련하여 독일 연방노동법원은 1982. 3. 30. 선고한 판결(1 AZR 265/80 사건)에서, 원칙적으로 파업은 사업자로 하여금 사업계속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업자를 압박하는 수단이어서, 물적 생산수단인 시설, 원료 또는 제품의 실체를 손상시키는 방법으로 사업자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은 파업의 목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소갑22). 위 독일 판결은 쟁의기간 동안 물적 생산수단을 쟁의 개시 시점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을 '보안작업'(Erhaltungsarbeiten) 으로 칭하면서, 쟁의행위 종료 후 그 동안 중단되었던 작업을 중단 시점에서 다시 재개할 수 있도록 쟁의기간 동안에도 보안작업은 수행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소갑22). 구체적으로 위 판결은 ① 공장, 직장, 생산수단을 유지하거나 보호하기 위한 작업, ② 공장이나 생산시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 ③ 공장시설의 유지관리에 필요한 작업 등을 보안작업의 예시로 들면서, 제한된(eingeschrankt)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설비 손상을 방지하거나 손상 없이 설비가동을 중지하기 위한 용광로, 화학설비작업이나, 반제품이나 완제품의 불가역적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리·마무리작업(Abwicklungsarbeiten) 등의 생산지속(Fortsetzung der Produktion)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소갑24, 현저한 사실).

마.

다른 조항과의 관계

1)

형사처벌 조항

노동조합법 제91조는 같은 법 제38조 제2항을 위반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은 제91조와 결합하여 형사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고 있으므로, 쟁의제한 작업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은 위법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통해 형사처벌의 대상을 설정하는 효과도 가진다.

따라서 형벌법규에도 해당하는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 및 쟁의제한 작업의 범위는 가능한 한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방산물자 '생산' 업무에 관한 쟁의행위 금지 조항

노동조합법 제41조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중 전력, 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으며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생산'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물건의 상태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작업을 지속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위와 같이 노동조합법에 '생산'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이상,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을 '생산' 작업과 동일하게 해석하기는 어렵다.

3)

필수유지업무 조항

노동조합법 제42조의2는 같은 법 제71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필수공익사업의 업무 중 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를 '필수유지업무'로 정의하면서(제1항),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항).

노동조합법이 쟁의행위에도 불구하고 중단할 수 없는 필수유지업무에 관하여 특별한 조항을 두고 있는 이상,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극적 생산활동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함이 자연스럽다.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이 실질적으로 적극적 생산활동을 지속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같은 법이 별도로필수유지업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과 체계상 균형이 맞지 않는다.

바.

종합 검토

채권자 회사는 살아 있는 세포를 취급하는 바이오의약품의 연속공정 특성에 주목하여, 연속공정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에 따른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해서는 365일 24시간 연속하여 공정이 진행되어야 하고, 한 순간이라도 공정이 멈추면 공정에 투입되어 있는 모든 반제품을 폐기하여야 하므로,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당초의 예정대로 공정을 지속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생산 공정을 지속하지 않는 경우 변질 또는 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공정 전체가, 가능한 기존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변질·부패 방지 공정에도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그와 같은 해석은 어떠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상을 유지하는 데 주안점이 있는 '방지'라는 용어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활동과 기존의 상태를 유지, 보존하는 활동을 구별할 수 없게 만든다. 방산물자 생산 업무에 관한 쟁의행위 금지 조항과 필수유지업무 조항을 따로 두고 있는 노동조합법의 체계 및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고려하더라도, 적극적 생산활동과 변질·부패 방지 활동은 구별함이 타당하다.

다만, 적극적 생산활동과 변질·부패 방지 활동의 구별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생산활동을 위한 공정에도 세부적으로는 원료를 가공하여 새로운 특성을 가지는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공정이 있을 수 있고, 사실상 제품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유지·보관이나 운반이 용이하도록 용량 또는 형태를 조정하거나 용기에 주입하는 공정도 있을 수 있다. 특히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과 사업자의 재산권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반제품 중 약간의 잔여 작업만 하면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 보관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 그때까지 투입된 모든 비용이 손실이 되는 경우 사업자의 재산권을 보호할 필요성이 커진다.

위와 같이 생산활동 중에서도 물건의 상태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공정은 문리적으로도 변질·부패 방지 작업에 포함시킬 여지가 있다.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의 도입 과정에서 참고가 된 독일의 판결이 반제품이나 완제품의 불가역적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리·마무리작업도 예외적으로 쟁의제한 작업에 포함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나, 우리나라 판결 중 생물이 들어있는 택배화물의 운송 업무가 쟁의제한 작업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사례는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 문구의 통상적인 의미와 형벌법규에 대한 확장해석과 유추해석 금지 원칙을 고려할 때, 현상유지를 넘어서는 생산활동을 변질·부패 방지 작업에 포함시킬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안정적으로 유지, 보관할 수 있는 단계의 직전 공정으로 약간의 추가 작업만으로 원료나 제품의 폐기를 방지할 수 있는 상황일 것이 핵심 조건이라 할 수 있다.

3.

배양·정제 작업의 쟁의제한 작업 해당 여부 판단

가.

전체 제품 생산 공정

바이오의약품의 생산 공정은 크게 보아 ① 원료인 세포주를 해동하는 공정, ② 해동된 세포주를 플라스크 또는 배양기에 배양하는 공정, ③ 배양 결과물에서 의약품이 될 수 있는 물질만을 추출하여 용기에 충전하는 정제 공정, ④ 의약품의 특성에 맞게 성분 등을 조절하는 조제 공정, ⑤ 밀봉 및 포장 공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소갑15,26).

채권자 회사는 배양·정제 작업이 쟁의제한 작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나.

배양·정제 작업의 특성

1)

배양작업

배양작업은 세포가 분열, 증식하는 특성을 이용하여 해동시킨 세포주를 생존 상태로 유지하면서 대량으로 증식시키고, 세포들이 항체 등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을 조성·유지하는 작업이다(소갑15-2, 소갑16-1).

처음에는 플라스크 용기에서 배양하다가 이후 대형 배양기로 이동하여 배양작업을 지속하는데, 플라스크 용기에서 배양하는 기간은 약 15일, 대형 배양기에서 배양하는 기간은 약 30일이다(채권자 회사 2026. 4. 10.자 구술변론자료, 심문 취지).

2)

정제작업

정제작업은 배양작업을 거쳐 회수된 항체 등 단백질을 포함한 산출물을 정제함으로써 바이러스 등 오염원을 제거하고 원하는 항체 등을 분리하여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작업이다(소갑15-3, 소갑16-2).

정제작업은 ① 배양 결과물을 특수 충진물에 통과시켜 목표 단백질을 추출하는 '크로마토그래피' 작업, ② 안전성 확보를 위해 미세 필터를 통해 의약품 제조과정 중 유입될 수 있는 잠재적 바이러스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바이러스 여과' 작업, ③ 여과 과정을 거치고 남은 의약품 물질을 농축하고 보관 등에 적합한 완충용액(buffer)에 옮겨담는 '농축 및 버퍼교환' 작업, ④ 고순도 의약품 물질을 멸균 용기에 소분하여 냉동보관하는 '원액 충전'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와 병행하여 정제작업 동안 의약품 물질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완충용액(buffer)을 적시에 제조·공급하는 '버퍼 제조·공급'작업이 이루어진다(소갑15-3, 소갑16-2).

크로마토그래피 작업에는 약 1.5일, 바이러스 여과 작업에는 약 1일, 농축 및 버퍼 교환 작업에는 약 1.5일, 원액 충전 작업에는 약 1.5일이 소요된다(채권자 회사 2026.4. 10.자 구술변론자료, 심문 취지).

다.

단체협약 규정

채권자 회사와 채무자 조합은 2024. 4. 18.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단체협약서(소을2) 제38조는 "다음 각호에서 정하는 업무는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면서, 그와 같이 쟁의행위가 제한되는 업무로 "1. Utility 공급 및 운영 업무, 2. 안전 유지 업무, 3. 기타 관련 법령에 따라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업무" 를 열거하고 있다.

채무자 조합은 위와 같이 단체협약에 배양·정제 작업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바로 당사자 사이에 배양·정제 작업은 쟁의제한 작업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는 반면, 채권자 회사는 배양·정제 작업은 위 단체협약 제38조 제3호가 정한'기타 관련 법령에 따라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업무'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채권자 회사는 세포주의 냉동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히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이 정한 쟁의제한 작업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해동 이후의 배양·정제 작업도 계속 수행하기 위해 이 사건 신청을 제기하였다. 세포주의 냉동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냉동시설의 지속적인 운영 및 전력 등 에너지 공급이 불가결하므로, 단체협약서(소을2) 제38조 제1호의 'Utility 공급 및 운영 업무'(전력, 가스, 용수, 공기 등 필수 에너지와 기반시설 관리·제어 업무)의 상당 부분은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이 정한 쟁의제한 작업에 해당하고, 채무자 조합도 이 점은 인정하고 있다(채무자 조합 2026. 4. 21.자 준비서면 11면).

채권자 회사가 단체협약에 'Utility 공급 및 운영 업무'를 쟁의행위 기간 중 계속 수행하여야 할 업무로 명시하면서도 배양·정제 작업에 대하여는 따로 언급하지 않은 이상, 적어도 채권자 회사는 단체협약 체결 당시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이 적용되어야 하는 핵심 작업으로 'Utility 공급 및 운영 업무'를 상정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은 처벌조항까지 있는 강행규정으로 해석되므로, 위 조항이 정한 쟁의제한 작업에 해당하는 경우 단체협약으로 그 내용을 번복할 수는 없다.

다만, 노동관계 당사자가 필수유지업무의 세부적인 범위를 정하기 위해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것(노동조합법 제42조의3)에 준하여, 자율적으로 쟁의제한 작업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협약의 내용은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앞서 본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의 해석과 같이, 쟁의제한 작업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추가 작업만으로 원료나 제품의 폐기를 방지할 수 있는 공정이어야 한다. 어느 정도가 약간의 추가 작업인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위와 같이 당사자들이 단체협약의 쟁의제한 작업에 'Utility 공급 및 운영 업무'를 명시하면서도 배양·정제 작업은 포함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거의 완성 단계에 있는 반제품에 대한 추가 작업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앞부분 생산공정에 있던 반제품은 후속 작업이 진행되지 않아 폐기될 가능성이 증가하나, 새롭게 냉동중인 세포주를 해동하여 생산설비를 가동함과 아울러 보관 중인 제품의 판매활동을 개시할 수 있는 이상, 쟁의행위 종료 후 곧바로 공정을 재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의 입법취지는 충족되는 것이고, 위 조항이 반드시 공정 진행 중인 모든 반제품의 재활용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채권자 회사는 작업 중단이 장기화되는 경우 반제품 물질이 생산설비에 흡착되어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도 주장하나, 그러한 상태에 이르기 전에 세척 등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에 따른 작업시설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작업에 해당하고, 이 부분은 이 사건 신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의약품 물질의 생성 자체는 실질적으로 완료된 상태에서 이미 생성된 물질을 유지, 보관에 적합한 형태로 조절하는 마무리작업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별지 순번7 기재 '농축 및 버퍼교환'(약 1.5일), 순번 8 기재 '원액 충전'(약 1.5일) 및 그 단계에서 병행되는 순번 9 기재 '버퍼 제조·공급' 작업에 대하여만 쟁의행위의 제한을 명하는 가처분을 발령할 정도의 피보전권리가 소명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4.

신청 인용 범위

가.

작업 중단 우려 유무

채무자 조합은 2026. 4. 2. 채권자 회사에 공문(소을22)을 발송하여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을 준수할 것임을 통보하였으므로, 위 조항 위반에 대비한 가처분을 명할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의 적용 범위에 관하여 채권자 회사와 채무자 조합 사이에 다툼이 있고, 채무자 조합은 배양·정제 작업 전부가 쟁의제한 작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앞서 쟁의제한 작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인정한 별지 순번 7, 8, 9 기재 각 작업을 중단하지 말도록 명할 보전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

나.

신청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처분

작업을 중단하게 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또는 조합원 등을 지도하는 행위 등 신청취지 제1항 문구에 일부 추상적인 부분이 있어 강제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민사집행법 제305조에 따라 문구를 일부 수정하여 채권자 회사의 신청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처분을 정한다.

다.

집행관공시명령

이 사건 신청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쟁의제한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나 채무자 조합의 개별 조합원들에 대하여도 이 가처분결정의 반사적 효과가 미치게 된다. 가처분결정의 실질적 영향을 받는 제3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집행관으로 하여금 이 가처분결정의 취지를 공시하도록 명하기로 한다.

라.

간접강제 여부

채권자 회사는 채무자 조합의 의무위반을 대비한 간접강제도 함께 신청하였다.

채무자 조합은 쟁의제한 작업의 범위에 대하여 다투고는 있으나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을 준수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채권자 회사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채무자 조합이 이 가처분결정으로 별지 순번 7, 8, 9 기재 각 작업을 수행할 의무가 부과된 상황에서 노동조합법 제91조에 따른 형사처벌의 가능성까지 감수하면서 가처분결정을 위반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므로, 이 부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결론

이 사건 신청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신청은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6. 4. 23.

판사 유아람(재판장) 박지원 정일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