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 공단은 M시험의 관리 등을 통하여 N의 위험과 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원고들은 피고 공단에서 재직 중이거나 재직하다가 퇴직한 사람들로서, 2015. 9.경 모두 4급 이상 직급에 재직하고 있었다.
피고 노동조합은 피고 공단 소속 직원을 조합원으로 하여 2010. 10. 1.경 설립된 노동조합으로서, 2014.경 경찰청 산하 O관리단 소속 경찰공무원에서 피고 공단 소속 직원으로 신분전환된 사람들을 조합원으로 한 'P노동조합'을 통합하였고, 2015. 9. 25. 당시 피고 공단 소속 직원들의 과반수가 가입된 노동조합이었다. 피고 K은 2015. 9. 25. 및 현재 피고 노동조합의 위원장이고, 피고 L은 P노동조합의 위원장이었다가 위 노동조합이 피고 노동조합과 통합된 후인 2015. 9. 25. 당시 피고 K과 함께 피고 노동조합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한편 경찰청 산하 O관리단 소속 경찰공무원이던 원고 H은 O관리단이 폐지되어 M시험 관리업무가 피고 공단으로 이양되는 과정에서 신분전환을 신청하여, 구 도로교통법(2011. 6. 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부칙 제6조 제2, 3항에 따라 그 시행일인 2011. 1. 1.부터 피고 공단의 직원으로 임용됨과 동시에 경찰공무원에서 퇴직처리되었는데(이처럼 경찰청 산하 O관리단 소속 경찰공무원에서 피고 공단 직원으로 신분전환된 근로자를 이하 '신분전환자'라 한다), 원고 H은 피고 공단에 임용될 당시부터 위 부칙 제6조 제4항에 따라 위 퇴직 당시 국가공무원법상 정년(60세) 규정을 적용받는 사람이었다.
피고 공단의 임금피크제 도입과정
피고 공단은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6. 1. 27. 법률 제13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이 2013. 5. 22. 개정되어 그 시행일인 2016. 1. 1.부터 모든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것에 맞추어, 2014. 12. 2. 피고 노동조합과, 정년이 60세 미만인 5급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되, 퇴직일 3년 전부터 피크임금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씩 삭감하는 내용의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고, 2014. 12. 10.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제정하여 2015. 1. 1.부터 시행하고 있었다(이하 위와 같이 시행된 임금피크제를 '종전 임금피크제'라 한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2015. 5. 7.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도 위 권고안에 따라 제도를 보완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에 피고 공단과 피고 노동조합은 2015. 9. 22. 사용자와 근로자 측 위원들 7명씩 참여한 노사협의회를 개최한 후 위 권고안에 따라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를 기존 5급 이하 직원들에서 4급 이상 직원까지 전체 직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 제도 개선 안건에 대하여 합의하였고, 그 안건에 대하여 정규직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2015. 9. 23.부터 다음 날까지 피고 공단의 업무포털사이트에서 의견을 수렴(이하 '이 사건 설문조사'라 한다)한 결과, 피고 공단의 직원들 총 1,779명 중 1,144명이 투표(참여율 64.3%)하여 그 중 61.9%가 찬성하였다.
이에 피고 공단과 피고 노동조합은 2015. 9. 25. 4급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고 한다),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는 피고 공단을 대표하여 피고 공단의 이사장이, 피고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공동위원장인 피고 K, L이 각 서명하였다. 한편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노사합의 이후 피고 공단은 2015. 9. 30.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전부개정하였다(이하 위 전부개정된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이 사건 운영지침'이라 하고, 이 사건 운영지침에서 정한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이 사건 운영지침 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12, 17 내지 20, 22호증의 1, 을가 제4, 6, 7호증, 을나 제1, 5,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 공단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단체협약에 해당하는 이 사건 노사합의는 정년이 60세로 보장된 직원들인 원고들에게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일방적으로 급여가 삭감되거나 승진·승급이 제한되는 등의 불이익만 부담시키는 내용이다. 또한 피고 노동조합과 공동위원장인 피고 K, L은 이 사건 노사합의에 앞서 조합규약에 따라 중앙위원회로부터 이 사건 노사합의안에 대한 심의를 받거나 노동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고, 조합원들에 대한 의견수렴절차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절차도 전혀 실시하지 않은 채 임의성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이 사건 설문조사 결과만으로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하는 등 당시 직원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대한 설명이나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노사합의는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여 무효이므로, 피고 공단은 원고들에게 이 사건 노사합의에 의하여 삭감한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1>
관련 법리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의 내용과 그 체결경위, 당시 사용자 측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근로자 및 기득권의 보호와 근로조건의 대등한 결정을 위해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한 동의를 요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취지에 비추어 과반수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의 효력을 판단하는 경우에도 준용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증거들, 갑 제14, 17, 26호증, 을가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노사합의가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기획재정부는 2015. 5. 7. 고령자고용법의 시행일인 2016. 1. 1.부터 공공기관 소속 근로자들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됨에 따라 고령자 임직원의 인건비 부담 완화 및 신규채용 창출을 위하여 공공기관에게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권고하면서, 그 도입 여부를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발표하였고, 실제 201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요소로 '임금피크제 운영의 적절성'이라는 항목을 두었다. 또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2015. 9. 21. 임금피크제 도입시기에 따라 2016년 총인건비 인상률에 차등<2>을 두는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 관련 경영혁신지침(안)'을 의결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피고 공단에서 기획재정부의 권고안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피고 공단뿐 아니라 피고 공단의 직원들도 경영평가 인센티브의 감소 및 임금인 상률의 제한에 따른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었다. 아울러 위와 같이 정부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정책을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2015. 9. 17. 기준으로는 공기업, 준정부기관, 공공기관 313곳 중 약 34.8%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는데, 이후 2015. 12. 3. 기준으로 공기업, 준정부기관, 공공기관 전체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피고 노동조합은 2015. 9. 17. 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 "피고 노동조합은 정년이 이미 보장되어 있는 상황에서 임금만 삭감되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반대하나, 정부가 임금피크제 미도입시 임금인상률을 삭감하고 경영평가와 예산편성에 상당한 불이익을 줄 예정이고, 피고 공단과 동일 군에 속하는 Q공단이 2015. 8. 31.경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피고 공단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불가피한 선택을 강요받게 되었다. 피고 노동조합은 다른 기관들의 임금피크제 타결 사례를 분석한 후 최종타결 여부를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였다. 이처럼 피고 공단의 직원들과 피고 노동조합도 당시 정부정책으로 인하여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확대적용 자체를 더 이상 늦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 노동조합의 공동위원장이었던 피고 K, L은 피고 공단과 수차례 협의를 거친 후 이 사건 노사합의의 체결로써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동의하는 대신, 그 보상차원에서 이 사건 노사합의에 '직급임기제(최장 근무연한을 초과하면 별도의 직군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2016. 7. 1.부터 시행하고 지방방송의 내부승진 제도를 마련하여 승진적체 현상을 해소하며, 정년이 지난 직원을 촉탁직 내지 계약직으로 재고용하고, 공로 연수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근로조건 제도개선책이 반영되도록 하였다.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인해 피크임금을 기준으로 1년차 10%, 2년차 20%, 3년차 20%씩 임금삭감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위와 같은 제도개선책 등이 마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Q공단은 피크임금 기준으로 2년간 40%씩 총 80%, 광물자원공사는 1년차 20%, 2년차 40%로 총 60%의 임금을 삭감하기로 합의한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삭감률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 노동조합은 2015. 9. 17.과 같은 달 22. 피고 노동조합 게시판에 이 사건 노사합의안이 도출될 경우 찬반 의견수렴을 위해 투표를 거칠 예정임을 사전에 공지하였고, 이 사건 설문조사를 실시한 직후 그 결과 역시 공지하였다. 한편 이 사건 설문조사가 피고 공단이 관리하는 '업무포털시스템'에서 실시되기는 하였으나, 이로 인해 이 사건 설문조사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거나 그 결과가 임의성이 없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이나 자료가 없는 이상, 피고 노동조합이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직원들 또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의견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피고 노동조합이 노동조합 규약이 정한 바에 따라 중앙위원회에서 이 사건 노사합의 안건에 대한 심의·확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피고 노동조합이 이 사건 노사합의에 앞서 위와 같이 사전 공지한 바에 따라 이 사건 설문조사를 실시함에 있어서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구분하여 설문조사에 응하도록 하였고, 전체 조합원 중 59.1%가 이 사건 설문조사에 참여하여 그 중 62.4%가 이 사건 노사합의에 찬성함으로써 총회 의결을 갈음하여<3>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절차도 거쳤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로써 위와 같은 하자는 치유되었다고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 노동조합 자체적으로 정한 규약을 위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공단과 체결한 이 사건 노사합의가 그 효력이 부인될 정도로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피고 K이 2015. 9. 23. 피고 노동조합의 임원들과 회의 과정에서 이 사건 노사합의안에 대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 부칠 예정이라는 취지로 말하였음에도 이 사건 설문조사 외에 별도로 투표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 K이 위와 같이 말한 바에 따라 이 사건 설문조사와는 별개의 투표절차를 거쳐야만 이 사건 노사 합의의 절차적 적법성 내지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볼 아무런 법률상 근거가 없다.
한편 경찰청이 자신의 조직에서 O관리단을 폐지하게 됨에 따라 M시험 관리업무를 피고 공단으로 이양하면서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피고 공단 직원으로 신분전환하는 경우 보수에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더라도, 이는 경찰공무원에서 피고 공단의 직원으로 신분이 전환될 당시 경찰공무원으로서 지급받던 보수나 피고 공단의 기존 직원들이 지급받던 보수와 비교하여 신분전환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할 뿐, 피고 공단의 직원으로 신분이 전환된 이후부터 퇴직할 때까지 임금삭감 등 근로조건이 저하되는 일체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적용받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결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피고 공단에 대한 주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원고들은, 피고 K, L이 피고 공단으로부터 인사상 특혜를 제공받는 대가로 독단적으로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 서명·날인함으로써 이 사건 노사합의는 무효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갑 제15, 1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들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원고들은, 이 사건 노사합의가 원고들의 기득권으로서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정년에 관한 사항을 매개로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이므로 역시 무효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시행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단지 장차 원고들이 임금피크 연령에 도달한 이후 지급받게 될 임금의 삭감을 예정하고 있을 뿐, 원고들의 정년이나 이 사건 노사합의 당시 원고들에게 구체적으로 발생한 임금지급청구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각 주장은 이유 없다.).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주위적·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4>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노사합의 당시 피고 노동조합의 공동위원장인 피고 K, L은 직원들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총회 의결 및 중앙위원회 심의 절차 등 관련 법령과 노동조합 규약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위 피고들만 참석한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단체협약인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함으로써 원고들에게 손해를 가하였다. 따라서 피고 노동조합, K, L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피고 노동조합의 경우 민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으로서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각 2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만일 이 사건 노사합의가 유효하다면, 피고 K, L은 위와 같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함으로써 원고들에게 임금이 삭감되는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위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각 재산상 손해로서 삭감된 임금 상당액 및 위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이 사건 노사합의의 성격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협정(합의)을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협정(합의)이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 관한 합의가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서 성립되었더라도, 당사자 쌍방이 이를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로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의 대표자가 각 노동조합과 사용자를 대표하여 서명날인하는 등으로 단체협약의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이는 단체협약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직원의 임금, 직급, 승진, 전보 등 근로조건에 관한 것으로서 피고 공단의 이사장과 피고 노동조합의 공동위원장인 피고 K, L이 각 피고 공단과 피고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서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 을나 제3,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건대, 피고 공단이나 피고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사로써 이 사건 노사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피고 노동조합이 단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가 정한 과반수 노동조합으로서 피고 공단과 합의의 형식으로 취업규칙인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의 불이익한 개정에 대하여 동의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단체협약은 그 자체로 규범적 효력을 갖는 것인 반면,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임금피크제 개선에 관한 주요 합의 사항만을 간략히 기재한 것으로서 그 자체의 효력에 의하여 직원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 공단이 보수규정의 위임에 따라 작성한 이 사건 운영지침이 시행됨으로써 비로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었다[원고들 역시 피고 공단이 4급 이상 직원들에 대한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운영지침 부칙 제1조 단서에 따라 2016. 7. 1.부터 시행하였다고 밝히고 있다(소장 5 내지 6면 참조)].
피고 노동조합은 2015. 9. 17. 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 사건 임금피크제 관련 합의안이 도출될 경우 위 게시판이 아닌 피고 공단의 '업무포털시스템'을 이용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은 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이 사건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공지를 게시하였고, 2015. 9. 22.자 노사협의회에서 이 사건 노사합의 안건에 대해 합의가 된 직후에도 같은 취지의 공지를 게시하였으며, 피고 K 역시 2015. 9. 23. 피고 노동조합 임원들과의 회의 과정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절차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실제로도 이 사건 설문조사는 피고 공단의 업무포털시스템을 통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단체협약의 당사자는 단체협약 체결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행정관청에 신고하여야 하는데(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2항), 피고 공단이나 피고 노동조합이 이 사건 노사합의 체결 이후 행정관청에 이를 신고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종전 임금피크제 역시 피고 공단과 피고 노동조합은 이 사건 노사합의와 같은 합의에 기초하여 작성된 2014. 12. 10.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에 의하여 시행된 것인데(갑 제7호증 참조), 과거 위와 같은 노사합의 역시 행정관청에 단체협약으로 신고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이 사건 노사합의의 주요 합의사항 중 '제도개선' 사항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라 이 사건 노동조합이 피고 공단에 동의의 대가 내지 반대급부로 요구한 사항이 반영된 것인데, 이러한 반대급부의 이행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합의서의 형식을 갖추어 피고 공단의 이사장이 함께 서명함으로써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
관련 법리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조합원들의 의사를 결집·반영하기 위하여 마련한 내부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조합원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등에 관하여 만연히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그 단체협약의 효력이 조합원들에게 미치게 되면, 이러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조합원의 단결권 또는 노동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참조).
한편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을 것을 요하고,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조합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노동조합의 동의는 법령이나 단체협약 또는 노동조합의 규약 등에 의하여 조합장의 대표권이 제한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장이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하면 되는 것이지,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다250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취업규칙인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의 개정에 대한 동의에 해당하는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함에 있어서 피고 노동조합의 공동위원장인 피고 K, L이 사전에 조합원들이나 직원들의 개별적인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피고 공단과 피고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5>이나 피고 노동조합의 규약에서 피고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위한 동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그 대표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찾기 어렵다(원고들은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할 때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와 피고 노동조합 규약 제58조에 따라 중앙위원회 동의를 얻어 단체협약안을 심의·확정하고 노동조합 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원들의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피고 K과 L이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을 지적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노사합의는 취업규칙인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불이익하게 개정함에 있어 피고 노동조합이 과반수 노동조합으로서 동의하는 차원에서 체결된 것이므로, 단체협약 체결절차에 관한 위 규정은 이 사건 노사합의의 체결과정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오히려 피고 노동조합은 이 사건 노사합의에 앞서 이 사건 설문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직원들의 의사를 결집·반영하기 위한 절차를 거쳤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노사합의의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신분전환자들의 대표자인 피고 L을 피고 노동조합의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한 후 이 사건 노사합의 체결과정에 참여시킴으로써 신분전환자들의 절차적 참여권을 보장한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나 제9 내지 10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노동조합 측은 2015. 9. 15. 과 2015. 11. 12. 피고 공단을 통하여 기획재정부에 신분전환된 직원들을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질의하기도 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 또는 사실에 의하면, 피고 노동조합의 공동운영위원장인 K, L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원고들을 포함한 직원들의 노동조합의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결
결국 이 사건 노사합의의 효력 유무와 관계없이, 피고 K, L의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원고들의 피고 K, L에 대한 주위적·예비적 청구에 관한 주장은 모두 이유 없고, 피고 K, L의 불법행위책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피고 노동조합에 대한 주위적·예비적 청구에 관한 주장 역시 모두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주위적 청구 및 피고 노동조합, K, L에 대한 예비적 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치봉(재판장) 최미영 신태광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