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3. 6. 15. 선고 2022나8026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토목건축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2015년경 대표이사에서 해임되었던 E은 아들 F과의 경영권 분쟁소송(전주지방법원 2017. 8. 18. 선고 2015가합112)에서 최종 승소하여 2019. 7.경 대표이사로 복귀하였다.

나.

피고를 비롯한 원고의 근로자들은 2019. 11. 21. 전주지방법원 2019차전10946호로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명령(이하 '이 사건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위 지급명령은 2019. 11. 26. 원고의 서무직원에게 송달된 후 원고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2019. 12. 11.경 확정되었다.

다.

피고 및 근로자들은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하여 원고의 공탁금에 대하여 채권추심명령(전주지방법원 2020타채1717)을 받아 2021. 4. 9. 전주지방법원 G 등으로 임금채권자들에 대한 배당표가 작성되었으나, 원고가 이의를 제기하여 배당금이 피고에게 지급되지는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26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원고의 참칭 대표이사였던 F은 경영권 분쟁에서 패소할 것이 예상되자 원고의 자산을 빼돌리거나 허위의 채권자들을 만들었다. 피고는 F과 5촌 관계에 있는 친척으로 주주명의를 빌려주고 F에 협력한 사람으로서 F과 통정하여 원고와 사이에 허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남원시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을 뿐 원고의 공사현장(H 공사 또는 I지구 공사)에서 근무한 적이 없는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임금채권은 허위의 채권이다.

2)

피고

남원에서 가끔 주말에 농사를 짓고 있는 아내를 도와줬을 뿐이고, 주중 대부분은 원고의 I지구(국도 26호선 재해위험도로 개선공사) 등에서 작업반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판단

1)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 존재하는지 여부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21, 22, 48호증, 을 제6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2018. 1.부터 2019. 6.까지 원고를 사업장으로 한 직장가입자로서 건강보험료 및 장기요양보험료를 납입하였던 사실, 원고의 고용보험사업장 상세조회에 의하면 피고가 2016. 9. 25. 건설 및 생산 관련 관리자로 피보험자의 지위를 취득하였다가 2019. 6. 5. 경영상 필요 및 회사불황으로 인원감축 등에 의한 퇴사로 그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원고는 피고에게 피고가 2016. 9. 26.부터 2019. 6. 4.까지 근무하여 총 57,922,878원의 체불임금이 있다는 내용의 체불임금등·사업주 확인서를 작성해주었던 사실, 피고 외 12명이 F에 대하여 광주지방고용노동청전주지청에 제기한 임금체불 진정사건의 내사과정에서 F은 2019. 8. 19. 피고가 근무한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로서, 피고가 실제 원고 회사에서 재직하였고 2018. 1.분부터 2019. 6.분까지의 체불임금이 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던 사실, 위 확인서와 함께 제출된 원고 명의의 급여명세서에는 기본급, 현장수당, 시간외수당, 휴일수당 등의 지급내역,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장기요양보험료, 소득세, 지방소득세 등의 공제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피고는 원고로부터 2016. 9.분부터 2017. 12.분까지 임금을 지급받았던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피고를 건설 및 생산 관련 관리자로서 고용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이 체결되었고(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2016. 9. 26.부터 2019. 6. 4.까지 그 근로계약이 유지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근로계약이 통정허위표시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12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피고를 고용하여 피고를 사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그에 따라 매월 임금을 지급하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점, ② 2018. 1.경부터 2019. 6.경까지의 임금이 체불되자 피고는 2019. 8.경 광주지방고용노동청전주치정에 원고의 전 대표이사 F을 상대로 임금체불에 따른 진정을 제기하였고, 이에 따라 F은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로서 피고를 고용하였음을 전제로 임금체불이 있음을 모두 인정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인 F과 사이에서 원고가 피고를 사용하고 매월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의사가 합치된 것으로 보일 뿐, 이와 달리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근로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불일치하였다고 볼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피고에게 임금청구권이 있는지 여부

고용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보수는 약정한 시기에 지급하여야 하며 시기의 약정이 없으면 관습에 의하고 관습이 없으면 약정한 노무를 종료한 후 지체없이 지급하여야 한다(민법 제655조, 제656조 제2항).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고,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근로기준법 제4조, 제43조 제2항). 또한 근로자의 근로의 제공은 반드시 현실적인 노동급부의 실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 자신의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가능한 상태로 두는 것을 의미하며, 근로자의 근로제공의 구체적인 실현은 사용자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할 것이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갑 제25, 27 내지 32, 43, 50, 51호증, 을 제2 내지 5, 7, 8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매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임금지급 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사용자인 원고가 앞서 본 근로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구체적인 업무를 지시함으로써 피고가 제공하여야 할 노무의 내용이 구체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가 특정 공사현장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위 임금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원고의 근로자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지급명령의 청구원인이 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임금채권이 허위채권라고 볼 수 없다.

①

원고가 피고를 건설 및 생산 관련 관리자로서 고용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피고가 관리자로서 하여야 할 업무, 관리하여야 할 건설 및 생산 현장 등이 특정되었다거나 원고가 피고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가 관리하는 주차전 및 I지구 각 공사현장과 관련된 서류에 피고가 근무하였던 흔적이 없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과 그 증거들은 원고가 피고에게 어떠한 업무도 제대로 지시하지 않았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②

체불임금 진정인 대표였던 원고 직원 K는 2019. 7.경 고용노동청에 신고한 임금 체불현황 진정서(2019. 7. 17.)에 피고의 근무처를 'H'으로 기재한 후 2019. 8. 19. 진정인 대표로 근로감독관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가 H 현장에서 구레다라는 장비를 운행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2022. 5. 9. "피고가 2018. 7.경부터 2019. 5.경까지 원고의 'I지구' 공사현장의 품질관리자로 일을 하였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피고의 근무장소와 근무내용에 대하여 달리 진술하였는데, 오히려 이와 같은 동료 직원이 근로 장소와 내용을 혼동한 목격 진술은 원고가 피고의 업무 내용을 확실하게 구체화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고용을 유지하고 있었던 정황으로 보인다.

③

한편, 피고는 원고의 직원으로 일하는 동안인 2016년경부터 2019년경까지 일정규모의 농사를 지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농가소득 직불금을 지급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농사를 본업으로 하여 원고와의 고용관계에서 완전히 이탈하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원고의 전 대표이사인 F과 동료 직원인 K가 진술하는 바와 같이 H 또는 I지구 공사현장에서 근무하기도 하면서 원고의 지시를 받을 수 있는 상태를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아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규(재판장) 구나영 정유성

각주1) 갑 제4호증에 의하면, F은 2015. 1. 2.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었고, 전주지방법원 2017. 8. 18. 선고2015가합112 판결로 위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가 무효로 확인되어 그 판결이 확정된 2019. 4. 26. 전까지 원고의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런데 주주총회 결의무효의 판결은 제3자에 대하여도 그 효력이 있되, 판결확정 전에 생긴 회사와사원 및 제3자간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상법 제380조, 제190조). 따라서 F이 후에 무효로 확인된 주주총의결의로서 선임된 자라 하더라도 당시 대표이사의 지위에서 한 법률행위, 즉 피고와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은 원고의 의사에따른 법률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