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A은 2017. 8. 27.부터 2017. 11. 16.까지 원고 회사에서 박스 배달 화물차량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던 자인데, 원고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하였다며 2017. 11. 22. 피고에게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심문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원고에게 2018. 1. 22. 원고의 A에 대한 2017. 11. 16.자 해고처분이 부당해고임을 인정하는 판정과 함께 그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 사건 근로자에게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 7,342,640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구제명령을 하였고(이하 '이 사건 구제명령'이라 한다), 2018. 2. 12. 위 판정서 정본을 발송하였다.
원고는 2018. 2. 19. 이 사건 구제명령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 4. 11.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고, 위 판정서 정본은 2018. 5. 14.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그러나 원고는 그로부터 15일 이내에 이 사건 구제명령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한편 피고는 2018. 4. 23. 원고에게, 원고가 위 구제명령을 그 이행기일 내에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근로기준법 제33조를 근거로 하여 5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2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은 그에 앞선 피고의 이 사건 구제명령에 따른 것인바, 이는 A의 근로자성을 인정함에 기초한다. 그러나 A은 개인사업자인 지입기사로서 원고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견지에서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또한 A이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기준법위반 진정사건을 행정종결하였으므로, 결국 이 사건 구제명령은 위법하고, 이를 기초로 한 이 사건 처분 역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논의의 전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으나, 그 자체의 고유한 위법이 아니라 그에 전제되는 이 사건 구제명령이 위법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신청 기각판정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이 사건 구제명령은 확정되었으므로(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 원고는 더 이상 그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할 것인바, 결국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이러한 경우에도 선행처분인 이 사건 구제명령의 하자를 이유로 원고가 후행처분인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지 여부의 문제로 귀결된다.
관련법리
근로기준법 제30조에 정한 구제명령과 같은 법 제33조에 정한 이행강제금은 후자가 전자의 처분을 전제로 한 것이기는 하나 각각 별개의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독립한 행정처분이다.
이처럼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법률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선행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는바(대법원 1996. 3. 22. 선고 95누10075 판결 등 참조), 행정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2.12.10. 선고 2001두4566 판결 참조). 한편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선행처분의 불가쟁력이나 구속력이 그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게 되는 자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가혹함을 가져오며, 그 결과가 당사자에게 예측가능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이념에 비추어 선행처분의 후행처분에 대한 구속력은 인정될 수 없다(대법원 1994. 1. 25. 선고 93누8542 판결 참조).
이 사건 구제명령의 당연무효 여부
인정사실
갑 제3, 7, 1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사실이 인정된다.
A은 원고와 사이에 차량지입계약을 체결하고서 원고 회사에서 2017. 8. 27.부터 2017. 11. 16.까지 원고가 제공한 트럭 차량을 운전하여 원고가 생산한 박스를 거래처에 배달하고서 원고로부터 장당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일하였는데, 2017. 11. 16. 원고 소속 이사로부터 기존에 배정받은 차량과 다른 종류의 차량을 운전할 것을 지시받고서 이를 거부하였다가 그 자리에서 구두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피고는 A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요지로 A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이 사건 구제명령을 하였다.
A은 오로지 원고 지시에 따라 정해진 거래처에 박스를 배달하여 왔을 뿐 자신의 책임으로 도급받아 수행한 다른 거래대상 및 물량은 찾아볼 수 없는 점, A은 비번인 날이나 대기시간에도 출근하여 순번을 기다려야 하였고, 대기시간 중에는 배달 업무 아닌 공장 내 박스 정리 업무 등도 수행한 점, 원고는 A에게 특정한 출근시간을 지정하였고, 회사 소유 차량을 제공하면서 운전할 차량의 종류도 지정하였으며, 계약서에서 물품 운반 외의 업무처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은 원고로부터 업무에 관하여 일반적 추상적 지시를 넘어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A이 배달 업무를 수행함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장비인 차량은 원고 소유인 점, 원고가 A에게 박스를 거래처에 공급하는 용도 이외에는 위 차량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점, A은 그 업무량이 항상 원고의 지시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달리 스스로의 노력에 의하여 거래처를 개척하여 수입의 규모를 확대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은 독립하여 자기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거나, 사업으로 인한 수익·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기본급을 정하지 않고 A에게 배달 물량에 기초한 수수료를 지급한 점, 4대 보험에 가입하여 주지 않은 점, 사업소득세 명목으로 원천징수한 점 등의 사정은 원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행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앞서 피고와 유사한 취지로 A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판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아닌 근로조건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알 수 있는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인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A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피고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에는 나름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보이고, 여기에 기초되는 사실관계의 인정을 현저히 그르친 잘못이 있다거나, 어떤 부정한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거나, 관련 법령의 규정이나 기존 판례에 명백하게 어긋나는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갑 제13,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A이 피고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과는 별도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원고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진정한 사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2018. 3. 15. A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진정사건을 행정종결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위와 같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의 판단에 우월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거니와,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절차에 관하여 독립된 권한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위원회가 고용노동부 및 지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의 판단에 기속되어야 할 법적 근거는 없다. 이 사건 구제명령에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구제명령에 따른 기속력을 배제할 특별한 사정의 존재 여부
근로기준법상 노동위원회에 의한 부당해고 구제제도는 사용자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등에 대하여 일반 법원에 의한 사법적인 구제방법 외에 노동위원회에 의한 행정적인 구제제도를 따로 마련하여 불이익처분을 받은 당해 근로자가 보다 간이, 신속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등에 대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본적인 취지가 있다. 이러한 제도적 취지에도 그 심사 및 판정 권한은 노동관계에 관하여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합의제 독립기관으로서의 노동위원회에 부여되어 있고, 부당해고 판정 및 구제명령을 하기에 앞서 필요한 조사 및 관계 당사자에 대한 심문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심문과정에서 관계 당사자에게 증거 제출과 증인에 대한 반대심문 기회를 보장하도록 하여 내용적으로도 충실한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관계 당사자의 절차적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위원회가 조사·심문 등의 필요한 절차를 거쳐 행하는 부당해고 판정과 그 시정조치로서 명하는 원직복직이나 금전보상 등의 구제명령은 법령의 중요한 규정을 위반하는 등 당연무효의 위법이 있는 것이 아닌 한 사용자의 입장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서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고, 또한 구제명령은 사용자에 대한 직접적인 하명처분으로서 사용자가 그에 따른 불이익이 무엇인지를 당연히 예측할 수 있으며, 부당해고 판정과 구제명령의 이유를 자세히 설시한 판정서를 송달받는 사용자로서는 이를 통해 그 불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이행강제금 제도는 노동위원회가 발령한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구제명령의 확정 여부를 불문하고 이를 불이행한 사용자에 대하여 이행강제금을 부과함으로써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다 적절하게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것인바, 이러한 취지에서 설령 구제명령이 위법한 것이라고 하여도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나 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취소되기 전까지는 구제명령을 불이행한 자에 대하여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고, 사용자로서는 구제명령을 일단 이행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지 않으며,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아 납부하였더라도 구제명령이 취소되면 이를 반환받을 수 있고, 한편 이행강제금은 부당해고를 기준으로 1회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 총 2년간 4회의 범위 내에서 부과됨에 불과한바, 이와 같은 이행강제금의 부과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불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구제명령의 기속력을 배제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결론
이처럼 이 사건 구제명령이 당연무효라거나 그 구속력을 배제할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구제명령에 대한 위법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과 효력을 다툴 수 없다.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진영(재판장) 김봉준 이혜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