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판결

제주지방법원 2024. 9. 12. 선고 2023고정458 판결

근로기준법위반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주소>에 있는 B치과의 대표자로서 상시 2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치과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1. 6. 24.경 위 사업장에서 근로자 C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1. 근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하지 않으며 취득한 정보(고객정보, 사업장 정보 등)를 타 사업장에서 활용하지 않는다, 2. ① 진료기록부를 조작하는 등 사위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한 경우, ② 고객이 수납한 금액을 가로챈 경우, ③ 고객이 수납한 금액을 중대한 과실로 분실한 경우 민·형사상 어떠한 처벌도 받을 것을 약속한다"는 등 근로자가 재직 중인 기간 동안 준수해야 할 사항(이하 '이 사건 각 사항'이라 한다)들을 확인서 형태로 기재하도록 하면서 위 내용을 위반하였을 경우 위약벌로 2,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방법으로 위약예정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2.

판단

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도5389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데에 위 규정의 취지가 있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 등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각 사항이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이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 위약금 약정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은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손해의 발생 사실이나 액수 등에 대한 증명 곤란을 피하고 그러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을 가지는바,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가 자유롭게 이러한 약정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종래 우리나라에서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 예정 제도가 봉건적 노동관행으로 널리 성행하여 왔으며 이로 인해 근로자가 그 의사에 반해 사용자에게 예속되어 강제근로를 하게 되는 등의 폐해가 있었기에, 이러한 전근대적인 노동관행을 타파하고 근대적인 노동관계를 확립하고자 사적 자치의 원칙을 수정하여 근로기준법에 위와 같은 규정을 두게 된 것이다.

•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는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입법 취지를 더하여 보면,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하게 될 때에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서 따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 예정을 정함에 따라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사적 자치의 원칙으로 돌아가 그러한 계약을 무효로 보거나 그러한 계약을 한 사용자를 근로기준법위반으로 볼 수 없다.

• 그런데 이 사건 각 사항은 비밀유지 의무나 각종 비위행위, 횡령 등 근로자가 재직 중에 준수해야 할 사항의 위반에 관한 것으로 사용자가 이에 더하여 의무근로기간이나 근로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설정한 것이 아니고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강제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 또한 이 사건 각 사항을 위반하였을 경우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위약벌로 2,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정보누설이나 진료기록부 조작, 횡령이나 금전 분실 등 그 내용 자체로 근로자가 지급 또는 반환해야 할 대상인 금전이 임금이나 근로의 대가 반환과는 무관한 것인데다가 지급 대상인 금전의 규모와 액수도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강제하거나 직장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다.

• 검사나 고용노동청의 견해대로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금지하는 것에 관하여 그 근로계약을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소정의 근로조건의 각 사항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에 관한 대부분의 사항에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어 사적 자치의 원칙에 반하고 사용자가 영업비밀 보호, 인재유출 방지 등의 정당한 사업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들조차 모두 이에 저촉되는 것이 되어버려 매우 부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취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여경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