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판결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9. 5. 29. 선고 2017가단2706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이고, 피고(2017. 11. 9. 상호를 D 주식회사에서 B 주식회사로 변경하였다, 이하 상호변경 전후를 불문하고 피고라 한다)는 주식회사 C과 사이에 E 선박건조공사 중 선체도장 부분에 관하여 하도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도급인이다.

C은 피고의 사업장 중 일부(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를 사용하고 있다.

나.

2017. 2. 8. 19:30경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 내 상부에 설치된 비계 위에서 에어브로우(Air Blow) 작업을 하며 이동하던 중 에어 호스가 비계에 걸려 당겨지지 아니하자 뒤돌아 이를 수습한 후 돌아서다가, 덮개가 열려 있어 비계 사이 빈 공간으로 왼다리를 헛짚어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오른쪽 다리 무릎이 비계 모서리에 부딪히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우측슬부 내측측부인대파열, 우측슬부 전방십자인대 염좌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 8,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피고는 원고의 사용자로서, 피용자인 원고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는 약 25m 높이에 약 1.75m 간격으로 설치된 각 비계 사이의 구멍에 덮개를 덮는 등의 안전배려의무를 이행하였어야 함에도 이에 위반하여 위 구멍을 방치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를 원고의 사용자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C의 도급인이자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상의 사업주로서, C의 근로자인 원고에 대하여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근로자가 비계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그 손상 여부 등을 점검하고 근로자의 추락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비계 사이의 구멍이 덮개로 덮여있지 아니한 사실을 점검하지 아니하였고, 위 덮개가 분실되었음에도 출입금지 또는 위험지역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여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사업장의 소유자이자 점유자로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비계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원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피고의 사용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판단

가.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참조).

한편, 도급인은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고(민법 제757조), 다만 예외적으로 도급인이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수급인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지휘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도급시키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에는 비록 도급인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있지만(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37676 판결,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도급인의 지휘·감독은 실질적인 사용자 관계가 인정될 정도로 구체적인 공사의 운영 및 시행을 직접 지시·지도하고 감시·독려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다78372 판결 등 참조).

나.

먼저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관계에 준하는 법률관계(실질적인 사용자 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의 사업장 내에서 이루어진 점, 피고는 C과 사이에 E선 선체 도장 공사에 관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는 원고를 포함한 C 소속 근로자의 출퇴근시간을 확인·관리하여 온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 피고가 C 또는 원고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시·감독 권한을 보유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관계에 준하는 법률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C과 피고가 체결한 하도급계약서에 따르면, 피고는 별도 약정이 없이는 C이 공사를 수행함에 있어 계약금액 외에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부담하지 아니하고(제6조), C은 매월 개별공사를 시행한 후 피고가 이를 검사 또는 확인하여 공사대금을 지급하여 왔으며(제7조), C이 공사를 완료한 경우 피고로부터 준공검사를 받아야 하고(제27조), 목적물의 위험부담 또한 C이 피고에게 이를 인도하여 피고가 이를 수령한 때에 이전된다(제31조). 또한 피고는 C으로부터 목적물을 수령 또는 인수함에 있어 C에 책임을 돌릴만한 사유가 있으면 이를 거절할 수 있고(제11조 제1항 참조), 피고는 필요에 따라 C에게 공사 진행에 소요되는 재료, 부품 등을 유상으로 지급하기도 하였으며(제17조), 그 외의 일부 자재는 C 스스로의 비용으로 구매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추어 보면 C과 피고가 체결한 하도급계약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민법상 도급계약의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C은 피고와의 관계에 있어 종업원 및 공정관리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종업원의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며(제16조, 제23조), 원고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 또한 C에 있다. 다만 피고는 C의 근로자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 C에 대한 공사대금 중 그 상당액을 위 근로자에게 대신 지급할 수 있으나(하도급계약 기본계약서 제7조), 이는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 사건 사업장을 관리하는 주체이자 C의 도급인으로서 C 소속 근로자들의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전반적인 작업 및 작업환경을 점검, 관리할 권한이자 의무가 있다. 그러나 갑 제9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권한 및 의무에서 나아가 피고가 C 소속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작업 지시·관리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오히려 C은 이 사건 사업장 내에 별도의 작업반장을 두어 그 소속 근로자들을 관리·감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사용사업주라고도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할 수 없고, 피고가 C과 사이에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여 C이 원고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

다.

결국 피고에게 근로계약 또는 이에 준하는 법률관계에 수반되어 인정되는 사용자의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안전배려의무)가 있다고 볼 여지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피고의 사업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판단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8874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제29조 제1항, 제3항에서 정한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의 사업주가 그의 수급인(하수급인을 포함한다)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 등에서 작업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3호증의 영상, 을 제2, 3,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정기적으로 사업장의 순회 점검 등 안전·보건 관리, 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 작업환경 측정 등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2항, 제4항), 이 사건 사고 당시 비계 사이 덮개는 열려있었을 뿐 분실되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원고에게 안전상 위험성이 있는 작업(높은 위치에 설치된 비계 위에서 이루어지는 에어브로우 작업)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각 비계 사이 덮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아니하거나 덮이지 아니한 상태)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이 사건 사업장에서 관행적으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따라서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 또한 더 나아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피고의 공작물 점유자 및 소유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판단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3다24499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공작물의 설치·보존자에게 요구되는 방호조치의무의 폭이나 범위는 그 공작물을 설치하게 된 본래의 이용 목적과 실제의 이용 상황, 그 공작물의 용도와 사고 발생과의 연관성, 공작물 설치·보존자에게 피해자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계약상, 법률상 또는 조리상 의무의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사업장에 설치된 각 비계 사이의 구멍 덮개가 파손 등으로 통상의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이 사건 사업장 내 각 비계가 그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아니하게 설치되었다고 볼 증거 또한 없는 점, 사업장 내 비계는 필연적으로 높은 위치에 연속되지 않게 설치되므로 추락의 위험이 상존하고, 이에 따라 피고는 그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상하 비계발판 사이를 이동할 경우 반드시 출입구를 덮어둘 것으로 교육하는 점, 비계 사이 덮개는 발이 빠질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설치된 것이므로 덮개가 열려 있다면 발이 빠질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고, 덮개가 열려있는지 여부는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가 설치한 이 사건 사업장내 비계 및 그 덮개가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여인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