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E과 생활자금 명목으로 가불금을 선지급하면서 임금에서 매월 공제하기로 하였고, E은 피고인이 구속되어 있는 동안 사무실 집기를 절취하는 등 피고인과 회사에 많은 피해를 주었으므로, 피고인은 E에게 공소사실 기재 2018. 7. 임금 및 2018. 8.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원심에서 E에 대한 증인소환이 이루어지 않아 위와 같은 사정들이 밝혀지지 못하였음에도 원심은 E에 대한 임금 미지급 부분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00,000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2018. 7. 10.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2019. 2. 22. 확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② 2020. 10. 22.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021. 4. 29.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2021. 4. 30.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심은 위 2019. 2. 22. 판결이 확정된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만을 원심판결 범죄사실 모두 부분에 기재하고 경합범처리에 관한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을 적용하였으나, 원심판결 선고 이후인 2021. 4. 30. 판결이 확정된 사기죄도 이 사건 원심판결 판시 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바(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209 판결 참조),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에 따라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원심판결 판시 범죄에 대한 형을 선고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주식회사 D에서 2018. 6. 10.부터 2018. 9. 7.까지 근무한 근로자 E의 2018. 7. 임금 2,800,000원 및 2018. 8. 임금 2,800,000원 합계 5,600,00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과 변호인이 주장하는 가불금이 급여를 미리 지급한 것이라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하다[피고인은 E이 가불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급여에서 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가지급금 계약서(증 제2호)를 제출하였으나, 여기에 E의 서명이나 날인 등 E이 동의하였다는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임금에서 가불금을 공제하기로 하였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구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참조). 한편,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은 경찰 조사 당시 E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불금이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48쪽), 원심에서는 피고인이 E에게 가불금을 선지급하는 대신 매월 그 임금에서 300,000원씩 공제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피고인이 원심에서 제출한 ‘직원 가지급금 현황’(증 제1호증)에는 E이 가불금으로 2018. 6. 8. 1,500,000원을, 2018. 6. 26. 2,000,000원을 각 지급받고, 2018. 6. 임금부터 매월 임금에서 300,000원씩 차감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수사 단계에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가불금 공제 합의가 있었는지 나아가 그 합의가 E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인지에 관한 조사는 이루어진 바 없고, 원심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E에 대한 수차례에 걸친 증인소환에도 E의 법정 출석이 이루어지지 않아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들에 관한 반대신문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과 E 사이에 피고인 주장과 같은 공제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바, 공소사실 기재 2018. 7. 임금 및 2018. 8. 임금 중 매월 공제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각 300,000원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위반하였음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거나,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E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 2018. 7. 임금 및 2018. 8. 임금 중 각 300,000원에 관하여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만, 공소사실 기재 2018. 7. 임금 및 2018. 8. 임금 중 각 30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각 2,500,000원)의 경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E에게 이 부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원심에서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과 E이 이 부분 임금에 대해서도 가불금을 공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되므로, 이 부분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E에 대한 임금지급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E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 2018. 7. 임금 및 2018. 8. 임금 중 각 30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E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지 못하는바(대법원 1999. 7. 13. 선고 99도2168 판결 참조),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E이 사무실 집기를 절취하는 등으로 피고인이나 주식회사 D에 피해를 주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E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거나 임금 미지급에 따른 근로기준법위반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이 일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