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은 이 사건 신축공사 중 해체작업의 실시 주체로서 D, E 등 이 사건 근로자들을 고용한 ‘사업주’에 해당하거나 또는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로서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라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 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107071, 107088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도15915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7774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건설업을 영위한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인 B을 위하여 행위하는 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살피건대,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B은 주식회사 AB으로부터 통영시 C호텔’ 신축공사를 도급받았는데, 위 신축공사 중 해체공사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하도급하였음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오히려 B은 원심 법정에서 ‘해체공사를 AC에게 하도급하였고, 피고인은 AC이 데리고 온 사람이며, 피고인에게 하도급을 한 것은 아니다, 이후 AC이 구속되어 직영처리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B이 작성한 일용노무비지급명세서에는 ‘회사직영 3월’, ‘회사직영 4월’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데, 위 명세서에는 D, E 등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피고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 나와 형틀해체 작업을 한 날짜가 표시되어 있다.
B은 피고인에 관하여 ‘피고인은 일용직으로 고용된 근로자이고 임금도 내가 주기로 하였다, 피고인의 일당은 23~25만 원이고, 일당에 일수를 곱해서 주며, 그 외에 추가로 주는 것은 없다, 피고인을 통해 인부를 구했고 피고인이 정한 단가를 그대로 받아들여 일당은 내가 근로자들에게 계좌이체로 지불하였다’라고 여러 차례 명확하게 진술하였다. B은 당초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에게 평당 70만 원에 해체공사를 하도급하였다’라고 진술한 바 있으나, 위와 같은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비추어 볼 때 위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B은 원심 법정에서 위 AC에 관하여 ‘AC에게 평당 70만 원에 하도급하였다, 총괄책임자로서 자재납품을 준비해 준다거나 사람이 부족하면 지원을 해주고 자기 이득금을 챙겨간다, AC의 경비는 내가 책임지지 않는다’라고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에 관하여는 ‘AC이 구속된 이후에는 계약은 안 하고 투입 인원을 직영 처리하였는데, 하루에 1인당 얼마를 정해 놓고 업무를 맡겼다, 피고인이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오면 노임단가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AC의 경비는 책임지지 않으나, 피고인의 경우는 멀리에서 인부를 데리고 오면 차비를 주는 경우도 있다, AC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피고인이 하는 일은 같다’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B은 ‘AC의 경우 AC 입회 하에 노임을 주지만, 피고인이 있을 때는 피고인의 입회 없이 준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여러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경우 B이 해체공사를 하도급주었다고 진술한 AC과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 지위 또는 거래관계에 있었다고 보인다.
근로자 E은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면 회사에서 개인 통장으로 직접 임금을 지급해준다고 들었다’라고 진술하였고, B도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임금은 직접 주기로 하였다’라고 진술하였으며, 이 사건 근로자들을 소개하여 준 T의 진술 역시 이에 부합한다.
피고인은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 ‘저도 채용된 사람이며 일용직이고, 이 사건 근로자들은 제가 고용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진술하고, 그러한 취지의 변호인 의견서도 제출하는 등 수사기관에서부터 제6회 공판기일까지 계속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여 오다가, 원심 제7회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 제8회 공판기일에서 또다시 ‘제가 피해자들에게 돈을 준다고 한 적도 없는데 억울합니다’라고 진술하는 등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당심 법정에서도 ‘저는 일일근로 목수로 근무하였는데 다른 분들이 제가 반장으로 일한다고 저를 사업주로 오해를 한 모양입니다’라고 진술하면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임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단순히 자신들을 이 사건 공사현장에 데려온 피고인을 피진정인으로 기재하여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근로자들 중 한 명인 D는 피고인을 상대로 임금 지급을 구하는 소(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고성군법원 2019가소5841)를 제기하였으나, ‘D와 피고인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는 점,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형틀해체 등의 작업공정이 이루어졌는데 현장소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한 B의 책임 아래에서 그 작업들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점, B과 피고인 사이에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인 D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2020. 6. 11. 선고되었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B은 원심 제3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A)에게 하도급을 줬다고 기재되어 있는 공소장 기재내용과 달리, 피고인은 B에게 고용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을 고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어떤 것이 맞는지’ 묻는 질문에, ‘제가 AC에게 하도급을 하였고, 피고인은 AC이 데리고 온 사람이며, 피고인에게 하도급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대답하였다.
비록 피고인이 근로자들을 이 사건 공사현장에 데려올 때 근로자들의 임금(단가)을 일응 정하고 온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이 직접 그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또한 외견상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정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건설업 일용노동의 특성상 경력이나 직종에 따라 일반적인 노임 가격이 형성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시장가격에 맞추어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어느 정도 선에서 정하여 데려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그러한 이유로 B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고인이 정해온 노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승인하는 것일 뿐, 피고인에게 최종적이고 확정적으로 노임을 결정할 권한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B은 피고인을 통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의 신분증 등을 받아 직접 신원을 확인하였고, 각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도 피고인에게 지급하거나 피고인을 통해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각 근로자들에게 직접 계좌이체로 송금하여 준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피고인이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B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기풍(재판장) 장재용 윤성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