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23. 11. 30. 선고 2023노1591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1년에 처한다.

피고인 B, C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피고인 A에 대한 원심 판시 2022고단1403 사건의 공소사실 중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4) 연번 1 내지 6, 8 내지 11, 13 내지 16, 19 내지 21, 25 내지 28, 30, 31번 기재 각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기각하였고, 그 외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유죄 또는 이유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런데 피고인 A은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였고, 검사는 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및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여, 공소기각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 A과 검사가 모두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위 공소기각 부분은 항소기간의 도과로 분리·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한하여)

1)

원심 판시 2021고단970 사건(업무상횡령)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①

피고인 A은 재정적으로 어려워 건강·장기요양보험료 및 고용보험료를 실제로 징수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 A은 법률상 위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가 있을 뿐이고, 횡령죄의 객체가 되는 재물이라고 할 수 있는 금전 자체를 현실적으로 적립한 사실이 없다.

②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는 오로지 사용자가 부담하고, 사용자는 근로자 부담분만을 별개로 납부할 수 없으므로, 피사용자와 근로자들 사이에 어떠한 위탁신임관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③

사용자가 근로자의 보수에서 보험료를 공제하였다면 그 공제분 상당액의 금전은 공단에 납부하기 전까지는 사용자의 소유에 귀속하고 사용자는 공단에 이를 납부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므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지급하지도 않은 금전을 두고 타인(근로자)의 소유라고도 할 수 없다.

④

피고인 A이 운영하던 F에 대하여 2016. 7. 1.경부터 2020년 5월경까지 건강·장기 요양보험료 및 고용보험료에 대한 납부기한 연장 및 체납처분 유예 등 조치가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피고인 A은 보험료를 당장 납부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권한이 있었으므로, 피고인 A에게는 불법영득의사 및 횡령의 고의가 없었다.

⑤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1), (2)는 사후 납부한 보험료를 소급하여 변제충당한 후 산정한 월별 보험료 미납액 중 근로자 부담분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와 같이 횡령금액을 산정할 경우 횡령죄 성립 이후의 사정인 체납된 보험료의 사후 납부 여부에 따라 이미 성립된 횡령죄를 부정하게 되는 모순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또한 원심은 피고인 A이 이 사건 보험료에 대한 납부기한 연장 및 체납처분 유예의 종기인 2020년 5월경까지도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불법영득의사와 횡령의 범의를 인정하였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의 유예조치 등 처분에 따라 피고인 A과 근로자들 사이의 형사상 범죄인 횡령죄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며, 사업주인 피고인 A이 여전히 이 사건 보험료의 납부 의무를 지고 있어 근로자들에게 어떠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2)

원심 판시 2021고단1403 사건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의 고소취소장은 근로자들이 직접 서명·날인한 문서로서 이미 진정성립된 문서이므로 피고인 B, C이 날짜를 각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 증거위조죄 및 위조증거사용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각 교사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 B은 근로자들로부터 고소취소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으면서 고소취소 조건으로 체당금의 신청을 명시하여 위임을 받았으므로, 피고인 B, C이 체당금 신청이 이루어진 이후 고소취소장에 날짜를 보충한 행위가 타인 명의 문서 위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 A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1년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B, C

1)

원심 판시 2021고단1403 사건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 A의 위

가.

2)항 부분 항소이유 주장과 같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 B, C에 대하여 선고한 형(각 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검사(피고인 A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에 관한 사실오인

피고인 A이 미납하고 횡령한 2020년 1월분<1> 보험료[범죄일람표(1) 연번 45]는 원심 판시와 같이 2,642,530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공소사실 기재 8,381,560원 전액이다.

2)

양형부당(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한하여)

원심이 피고인 A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1년 6월)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피고인 A의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률

1)

구 국민건강보험법(2023. 5. 19. 법률 제194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

노인장기요양보험법

3)

구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2022. 12. 31. 법률 제192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나.

관련 법리

1)

국민연금법 제90조 제1항 등의 규정에 의하여 사용자는 매월 임금에서 국민연금보험료 중 근로자가 부담할 기여금을 원천공제하여 근로자를 위하여 보관하고,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위 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를 부담하게 되며, 사용자가 이에 위배하여 근로자의 임금에서 원천공제한 기여금을 위 공단에 납부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이를 개인적 용도로 소비하였다면 업무상횡령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3284 판결 참조).

국민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 각각 원천공제를 규정한 취지, 사용자 · 근로자 · 국가의 3면 관계라는 유사성 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에서 근로자가 부담하는 건강·장기요양보험료 또는 고용보험료를 원천공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2)

업무상횡령죄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외부에 표현되었을 때 성립하는 것으로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인정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도9871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5895 판결 등 참조). 횡령죄는 보관중인 타인의 재물을 임무에 반하여 임의 소비하거나 처분한 때 성립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변상)하였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횡령죄에는 아무 영향이 없고,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대법원 1985. 2. 26. 선고 84도1109 판결 등 참조).

3)

횡령죄에 있어서 ‘보관’이란 점유보다 넓은 개념으로 재물이 점유나 소지 등 사실상 지배하에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법률상 관리․지배․처분이 가능한 상태를 모두 가리키는 것으로(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도1856 판결 참조), 재물에 대한 현실적 지배사실이 있으면 족하고, 반드시 재물을 물리적으로 손에 넣고 있을 필요는 없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A이 F의 근로자들에게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1), (2) 기재와 같이 2016년 5월분부터 2020년 5월분까지의 각 건강·장기요양보험료 및 고용보험료를 원천공제하여 임금을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연장된 납부기한인 2020년 5월경을 도과하도록 이를 공단에 납부하지 아니하고 임금 지급 및 그 밖의 사업운영자금 등에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사실인정을 하였다.

아울러 원심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건강보험료와 고용보험료를 납부할 의무는 사용자가 부담하고 있으나, 원천징수제도의 취지상 사용자가 근로자의 보수에서 근로자가 부담하는 건강·장기요양보험료 및 고용보험료를 원천공제하였다면 위 원천공제분에 대하여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위하여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그 원천공제 즉시 사용자는 위와 같이 공제된 건강·장기요양보험료 및 고용보험료를 근로자를 위하여 보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원천공제한 건강․장기요양보험료, 고용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고용보험공단에 납부기한 내에 납부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소비하였다면 업무상횡령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제시하고, 피고인 A에게 원천공제한 건강․장기요양보험료, 고용보험료에 대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피고인 A이 이 사건 보험료에 대한 납부기간 연장 및 체납처분 유예기한의 종기인 2020년 5월경까지도 보험료를 납부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 A에게 임의로 소비한 보험료에 대한 불법영득의사 및 횡령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라.

당심의 판단

원심이 밝힌 유죄의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고, 아울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 A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당심이 이에 관하여 덧붙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F의 임금계산서(증거순번 22)에는 매월 15일경마다 근로자들에게 건강·장기요양보험료와 고용보험료 중 근로자 부담분에 해당하는 금액(이하 ‘이 사건 보험료’라고 한다)을 공제하고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위 임금계산서에는 근로자별로 매월의 임금총액, 임금에서 공제하는 항목의 내역과 그 공제액, 공제액을 제외하고 실제로 지급하는 임금액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 F 일용노무비 지급명세서(2016. 5. ~ 2020. 5)에도 구체적인 공제내역과 지급액이 명시되어 있다(원심 판시 2021고단970 사건의 증거순번 25, 이하 사건번호는 모두 동일하므로 그 표시를 생략한다).

❍ 피고인은 F를 운영하면서 주식회사 E으로부터 하도급대금을 받고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계좌(BG은행 (계좌번호 2 생략), 이하 ‘이 사건 기성금 계좌’라고 한다)와 F의 운영자금 등 지출을 위한 계좌(BG은행 (계좌번호 1 생략), 이하 ‘이 사건 운영계좌’라고 한다)를 분리하여 사용하였고, 상황에 따라 양 계좌 사이의 입·출금을 반복하였다(증거순번 27, 39).

❍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의 지급은 이 사건 기성금 계좌에서 해당 근로자 명의의 계좌로 직접 금액을 이체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는데, 위 임금계산서 등에 표시된 공제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원천공제를 이유로 이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 한편 이 사건 기성금 계좌의 거래내역(증거순번 27)에 따르면, 매월 임금지급일에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이체하기 직전에는 원청업체인 E에서 하도급대금 등을 이 사건 기성금 계좌로 이체하거나 이 사건 운영계좌에서 이 사건 기성금 계좌로 자금이 이체되었고, 이에 따라 매월 위 시점에는 일시적으로나마 이 사건 기성금 계좌의 잔고가 해당 월의 임금에 대한 공제액을 초과하고 있었다(다만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후 근로자들 계좌로 임금이 이체되고 나면 이 사건 기성금 계좌의 잔고가 0원으로 되거나 거의 남지 않게 되기는 하였다).

❍ 위와 같이 임금계산서 등에 공제내역이 구체적으로 표시되어 있고, 실제로 매월 근로자들이 공제액을 제외한 임금을 지급받았으며, 당시 일시적으로나마 이 사건 기성금 계좌에 공제액보다 많은 금액의 잔고가 있었던 이상, 매월 근로자들의 임금에서 이 사건 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의 원천공제가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 그런데도 피고인 A은 근로자들의 임금에서 공제하여 마련하는 이 사건 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자들을 위하여 온전히 보관하다가 공단에 납부하지 않고, 근로자들에게 임금으로 지급할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임금으로 지급하거나 이 사건 운영계좌로 송금하여 회사운영비로 사용하는 등으로 본래의 용도와 다르게 소비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A은 경찰에서, “E으로부터 기성금을 받으면 첫 번째로 임금을 지급하고 두 번째로 4대보험료를 납부하는데, 2015.경 조선경기불황으로 물량이 줄어들었고 능률도 줄어드는 바람에 기성금이 줄어들면서 임금도 지급하는 것이 힘들어져 근로자들의 월급에서 4대보험료를 공제하였음에도 4대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 것입니다.”, “4대보험료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 맞으나.... 임금을 지급하는 것도 부족하여 F 근로자들의 임금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35면).

❍ 피고인 A은 이 사건 기성금 계좌가 원청인 E에서 그 출금에 관여하는 에스크로 계좌인 관계로 원천공제한 보험료 역시 임금으로 지급해야 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지만, 이 사건 기성금 계좌의 거래내역 중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의 이체 전후로 E으로부터 이 사건 기성금 계좌로 추가금액이 지급된 후 다시 이 사건 운영계좌 또는 피고인 A의 개인계좌로 이체되는 내역(2016. 7. 11. 13,000,000원, 2016. 8. 10. 62,00,000원, 2016. 9. 12. 79,000,000원, 2016. 10. 10. 55,227,441원, 2016. 11. 10. 42,000,000원 등)을 다수 확인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이 원천공제한 보험료를 임금을 지급할 자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보관하다가 공단에 납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는 원천공제하는 보험료를 포함한 임금을 전액 지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여 보험료는 임금에서 원천공제하여 공단에 납부하고, 근로자들에게는 이를 공제한 나머지 임금의 전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피고인 A은 보험료를 포함한 임금 전액을 지급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① 원천공제한 보험료를 공단에 납부하는 대신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일부 미지급하는 방안과 ② 원천공제한 보험료를 공단에 납부하지 않는 대신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더 지급하는 방안 중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에 불과하다.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관련 법령의 입법 목적, 그 보험료 납부에 관한 규정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원천공제한 보험료를 공단에 납부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소비하는 행위 역시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 ❍ 관련 법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천공제한 보험료를 다른 용도로 임의로 소비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횡령은 기수에 이른다. 이 사건 기성금 계좌의 거래내역(증거순번 22)을 살펴보면, 임금지급일인 매월 중순경 이 사건 기성금 계좌에는 임금에서 원천공제하는 금액보다 많은 금액의 잔고가 있었다가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의 이체가 완료됨과 동시에 또는 그 직후에 잔고가 0원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증거기록 2권 671, 684, 698, 708, 714, 720, 725, 731, 737, 751, 759, 771, 785, 802, 818, 830, 845, 856, 869, 881, 891, 899, 909, 918, 925, 932, 941, 949, 958, 965, 972, 985, 990, 995, 1004, 1009, 1015, 1021, 1029, 1035, 1040, 1045, 1051, 1058, 1063, 1067, 1068, 1075면). 이 사건 운영계좌의 잔고도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기간 동안 0원으로 되거나 이에 아주 근접한 소액이 남는 경우를 다수 확인할 수 있다(증거기록 2권 1140, 1146, 1161, 1163, 1168, 1213, 1219, 1220, 1227, 1223, 1240, 1241, 1257, 1261, 1265, 1269, 1272, 1273, 1282, 1288면). 나아가 F는 2020년 5월경 폐업하였고, 그 무렵 이 사건 기성금 계좌에는 불과 1,164원(이후 0원), 이 사건 운영계좌에는 598,000원(그 이후의 잔고는 더 적다)이 각 남아 있었으며(증거기록 2권 1075, 1293면), 피고인은 이 사건 보험료의 납부기한의 연장이 종료된 2020년 5월경까지도 공단에 이 사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은 매월 임금지급일 무렵 또는 늦어도 2020년 5월경 이전에 근로자들로부터 원천공제한 보험료를 임의로 사용하여 소비하였거나, 그에 관한 피고인 A의 불법영득의사가 확정적으로 외부에 표현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 공단이 사용자에게 보험료의 납부기한을 연장해 주었다고 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원천공제하여 근로자들을 위하여 보관하고 있는 보험료(근로자들의 부담분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납부기한의 연장은 납부할 보혐료 중 사용자의 부담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마련하거나 아직 원천공제하지 못한 근로자의 부담분을 원천공제하여 납부할 기회와 시간을 부여한 것에 불과하다.

4.

피고인들의 원심 판시 2021고단1403 사건 관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비슷한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이 밝힌 유죄의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면밀히 대조하여 살펴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이 법원이 이에 관하여 덧붙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타인으로부터 그 명의의 문서 작성을 위임받은 경우에도 위임된 권한을 초월하여 내용을 기재함으로써 명의자의 의사에 반하는 사문서를 작성하는 것은 작성권한을 일탈한 것으로서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도319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근로자들이 이 사건 고소취소장의 일부 내용을 직접 작성하였더라도, 피고인들이 거기에 위임받은 범위를 벗어나 명의자의 의사에 반하는 내용을 추가로 기재하여 문서를 완성한 경우에는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변호인이 언급한 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도520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참고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 피고인 B과 C은 수사과정에서, 근로자들로부터 고소위임장 및 고소취소장을 받을 때, 체당금을 신청하려면 고소위임장, 고소취소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였을 뿐 별도로 고소취소장을 제출하면 향후 처벌 불원 의사를 철회할 수 없다는 것 등은 설명한 적 없고, 체당금을 모두 받고나면 고소취소를 하겠다고 설명하며 근로자들의 서명을 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원심 판시 2021고단 1403 사건 증거기록 391, 392, 400, 401, 488, 517면).

❍ 원심 증인 K(개명 전: O)는 고소취소장의 작성에 관하여 “저희는 퇴직금을 받는 조건으로 위임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인 K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요지서 4면). 원심 증인 G은 이 사건 고소취소장 등을 작성할 때에 퇴직금 또는 체당금을 받지 못하면 사용자의 처벌을 원하는 의사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인 G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요지서 17면). 이를 비롯한 원심 증인들의 각 법정진술에 의하면, 근로자들의 의사는 미지급 퇴직금 내지 체당금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고소취소장에 서명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체당금의 지급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미리 고소취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을 위임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5.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유무죄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은 거제시 D에 있는 E 사내업체인 F의 대표이사로서, 2020년 1월경<2> 위 F 사무실에서 위 회사 근로자인 피해자 B 등 근로자 75명의 급여에서 원천징수한 건강·장기요양보험료 합계 5,739,030원을 피해자들을 위하여 업무상 보관하던 중 임의로 임금 및 회사운영비 등으로 사용하여 횡령하였다.

나.

구체적인 판단

검찰이 제출한 F의 건강보험료 체납액 현황에 관한 자료(증거순번 6)에는 2020년 1월분 건강·장기요양보험료 체납액이 2,642,530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에 원심은 피고인 A이 원천공제한 2020년 1월분 건강·장기요양보험료 8,381,560원 중 위 체납액을 초과하는 5,739,030원(= 8,381,560원 – 2,642,530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공단에 납부가 이루어져졌으므로, 이 부분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해서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기성금 계좌 및 이 사건 운영계좌의 거래내역에서 2020년 1월분 보험료를 납부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수사기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담당자와 전화통화한 내용을 기재한 수사보고서(증거순번 18)와 원심의 제출명령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1. 11. 24. 원심에 제출한 자료(공판기록 51면 이하) 등에 의하면, 피고인 A이 2020. 6. 10.경 국민건강보험공단에 14,578,690원을 납부함에 따라 그 일부가 2020년 1월분 체납 보험료에 소급하여 변제충당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인 A은 원천공제한 보험료를 매월 임금지급일 무렵 또는 늦어도 2020년 5월경 이전에 다른 용도로 모두 소비하여 업무상횡령죄가 기수에 이르렀음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고, 따라서 피고인 A이 그 이후인 2020. 6. 10.경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수 이후의 사정으로서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그런데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피고인 B, C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제1심의 양형판단을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 B, A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이미 원심의 변론과정에 현출되어 원심도 충분히 고려하였다고 보인다. 한편 이 사건 고소취소장의 명의인들 중 일부(Q, AM, BC)가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작성한 탄원서 및 처벌불원서가 당심 변론종결 후 제출되었는데,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내용, 원심이 피고인 B, A에게 선고한 벌금액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심의 양형을 변경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이 피고인 B, A에 대하여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7.

결론

가.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의 이유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한편 피고인 A에 대한 원심판결의 이유무죄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업무상횡령죄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고, 원심은 피고인 A에 대하여 그 판시 죄들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유죄부분은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유죄 부분을 이유무죄 부분을 포함하여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나.

피고인 B, C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A에 대한 원심판결 중 파기하는 부분에 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