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판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4. 6. 11. 선고 2023노390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 A를 벌금 7,000,000원에, 피고인 주식회사 B을 벌금 5,000,000원에, 피고인 C, 주식회사 D를 각 벌금 1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 A, C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 각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판결

중 원심 공동피고인 E(이하 ‘E’이라고만 한다)에 대한 부분은 E 및 검사가 모두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부분) 주장

피고인 주식회사 D(이하 ‘피고인 D’라고만 한다)의 직원이 주식회사 B(이하 ‘B’이라고만 한다) 및 피고인 주식회사 B(이하 ‘피고인 B’이라고만 한다)의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였던 점, 피해자가 신호수 내지 유도자에 해당하지 않는 점, 피고인 D가 이 사건 더스트 습식작업에 관한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 작성 등을 하지 아니하고 B이 작성한 부실한 작업계획서를 검토하거나 이를 보완하지도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D, C은 도급인으로서, 피고인 B, A은 사업주로서 각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검사 및 피고인 C, D의 양형부당(피고인 C, D에 대한 유죄 부분) 주장

원심이 피고인 C, D에게 선고한 형(각 벌금 1,000만 원)은 너무 가볍거나(검사), 너무 무거워서(피고인 C, D) 부당하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이 사건 사고는, E이 굴착기 상부 선회체를 180도 회전한 상태로 작업하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후진하면서(이 상태에서는 후진 경보음이 울리지 않음) 후 방카메라 등으로 굴착기 뒤에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굴착기 뒤에서 벌크트럭 교통정리를 위해 유도자 역할을 하던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충격하고 쓰러진 피해자를 역과함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주된 사고의 원인은 E의 굴착기 후진 시 주의의무 위반인 점, ② 이 사건 더스트 습식작업은 사고 장소에 모아둔 더스트에 호스로 물을 뿌리고 굴착기 버켓으로 섞는 작업으로 사고 현장에는 피고인 B 소속 M과 피해자, B 소속 굴착기 운전기사 E이 있었고, 통상 호스를 이용한 살수 작업은 1인이 진행하는데(호스가 1개임) 당시 피고인 B이 제출한 작업허가신청서를 보면, 피해자는 현장안전관리자로 기재되어 있어서 출입을 금지해야 하는 다른 근로자가 아닌 점, ③ 피고인 A는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전임 유도자로 지정하고 무전기 등 안전장치를 지급하는 등 세부적인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사고 목격자인 증인 N은 “피해자가 신호봉을 들고 있지는 않았으나 빨간색 반사조끼를 입고 수신호로 신호수 역할을 하고 있었다.”라고 진술하고 있는바, 굴착기가 유도자 기능을 수행하던 피해자를 충격한 이 사건 사고와 유도자 미배치의 주의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 제38조 제1항 제3호에 의하면, 사업주는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별표 4에 따라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 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사용하는 차량계 건설기계의 종류 및 성능, 운행경로, 작업방법이 포함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라 수행할 의무가 있는데, 이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 작성의무의 주체인 사업주에 도급인이 포함되는지 의문이 있고, 피고인 D로부터 각 해당 작업을 수급한 B과 피고인 B이 각각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작업을 수행하였으므로, 도급인인 피고인 D에게 구체적인 작업계획서를 작성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설령 피고인 D가 B의 미흡한 작업계획서를 보완하도록 조치하는 등 작업지시를 하지 않은 채 굴착기 운전기사가 작업을 개시하도록 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작업계획서를 부실하게 작성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E이 후방카메라를 확인하지 않고 스피커로 후진 안내도 하지 않은 채 만연히 굴착기를 후진한 과실로 발생한 것이므로, 안전보건규칙 별표 4의 기재사항을 포함한 작업계획서가 제대로 작성되어 작업이 수행되었더라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A, C의 업무상 과실이 E의 과실과 경합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나아가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고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령

가)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은 제38조 제2항, 제63조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도급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73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이 업무에 관하여 제167조 제1항을 위반하는 경우 그 법인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나)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2항, 제4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굴착, 채석, 하역, 벌목, 운송, 조작, 운반, 해체,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별표 4에 따라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존하여야 하며,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별표 4의 구분에 따른 사항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 이 사건 굴착기에 해당하는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은 제38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고, 별표 4는 위 작업에 관한 사전조사 내용으로 “해당 기계의 굴러 떨어짐, 지반의 붕괴 등으로 인한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해당 작업장소의 지형 및 지반상태”를, 작업계획서 내용으로 “사용하는 차량계 건설기계의 종류 및 성능, 차량계 건설기계의 운행경로, 차량계 건설기계에 의한 작업방법”을 각 규정하고 있다.

또한, 안전보건규칙 제200조 제1항은 “사업주는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운전 중에 해당 차량계 건설기계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부딪칠 위험이 있는 장소에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아니 된다. 다만 유도자를 배치하고 해당 차량계 건설기계를 유도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 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차량계 건설기계의 운전자는 위 유도자가 유도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 규칙 제40조 제1항 제3호는 “사업주는 제200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유도자를 배치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하여 신호하도록 하여야 하며, 운전자는 그 신호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관련 법리

가)

업무상과실치사죄에 있어,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으나,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등 참조).

나)

사업주에 대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66조의2, 제23조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위 법 제23조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구 안전보건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887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죄는 성립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1906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동일한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일부를 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사업의 사업주에 있어서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에 규정된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인 위 법 제68조 제3호, 제29조 제3항 위반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구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구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등 참조).

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는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를 위험의 종류, 작업 내용, 작업 장소에 따라 제1 내지 3항에서 나누어 규정한 뒤, 제4항에서 "사업주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하여야 하는 조치(이하 ‘안전조치‘라 한다)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여 이후에 사용하는 ’안전조치‘라는 용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 내지 3항에 따른 안전조치로서 고용노동부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약어 정리를 하였고, '보건조치'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같은 법 제39조 제1항에서 같은 방식으로 정리하였다.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와 관련하여 위와 같은 의미의 '안전조치',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은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사업주에게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었고, 위 법 시행규칙 제30조 제5항은 위 도급사업주가 하여야 할 조치는 안전보건규칙의 내용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었으므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의 도급사업주의 의무는 안전보건규칙으로 구체화되는 수급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와 동일한 내용으로 해석되었다.

그런데 현행법인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사업자가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하는 장소를 "도급인의 사업장"으로 확대하여 도급인의 관계수급인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책임을 강화하였고, 도급사업주의 의무에 관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과 달리 도급인이 취해야 할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 범위를 시행규칙에 위임하지 않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약어로 정리된 '안전조치', '보건조치'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규정하였다. 다만,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산업안전보건법 또는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관계수급인에게 그 위반행위를 시정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고 관계수급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그 조치를 이행하여야 하도록 규정하였다(동법 제66조 제1항).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연혁 및 입법취지, 각 규정의 내용 및 체계, 용어정리에 비추어 볼 때,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으로 구체화되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도급인과 근로자를 고용한 수급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및 제38, 39조에 따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의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도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모두 직접 이행하지는 않더라도, 동법 제66조 제1항에 따라 최소한 수급사업주에 의하여 그러한 안전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 제1항에 의하여 수급사업주에게 해당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도록 시정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관리·감독하고, 불응 시에는 직접 이행함으로써 산업안전보건법령이 정한 안전조치의 이행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도급인에게 부과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판단

가)

주의의무의 내용

위 법령 및 법리에 의하면, 사업주인 피고인 B의 대표자 피고인 A와 도급인인 피고인 D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 피고인 C은 산업안전보건법 제38, 67조에 따라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방호조치 등을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 사건 더스트 습식 작업은 수급인인 피고인 B의 근로자 피해자와 M이 더스트에 물을 뿌리고, 또다른 수급인인 B의 근로자 E이 차량계 건설기계인 굴착기를 사용하여 물과 더스트를 혼합하고 이를 차량에 싣는 작업을 함께 수행하므로, B의 대표자는 굴착기를 이용한 작업에 관한 안전조치를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야 하고, 피고인 A는 유도자를 배치한 상태에서 근로자를 작업하게 할 업무상 주의의무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의무가 있으며, 피고인 C은 수급인인 B과 피고인 B에 의하여 위와 같은 안전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위 수급인들에게 해당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도록 시정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 관리·감독하고, 불응 시에는 직접 이행함으로써 산업안전보건법령이 정한 안전조치의 이행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

주의의무위반 여부

(1)

작업계획서 작성의무 위반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피고인 C은 수급인의 근로자가 굴착기를 사용한 작업 시 작업방법이 위험한 경우 위험방지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수급인인 B이 그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였는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시정을 요청하거나 직접 작성하였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 및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였다.

①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별표 4에 따라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존하여야 하며,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별표 4의 구분에 따른 사항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 이 사건 굴착기에 해당하는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은 제38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고, 별표 4는 위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 내용으로 “사용하는 차량계 건설기계의 종류 및 성능, 차량계 건설기계의 운행경로, 차량계 건설기계에 의한 작업방법”을 각 규정하고 있다.

②

이 사건 사고일인 2021. 3. 25. B 명의로 작업계획서(이하 ‘이 사건 작업계획서’라 한다)가 작성된 사실은 인정되나, 작업계획서는 불량한 작업방법 등에 의한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것이고,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2항은 작성한 작업계획서의 내용을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업주인 B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 근로자인 E에게 그 내용을 알림으로써 불량한 작업방법 등에 의한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였어야 함에도 위 작업계획서는 근로자인 E에 의하여 작성되었다.

③

이 사건 작업계획서의 작업내용란에는 ‘더스트 습식(청소)’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작업방법이나 작업순서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작업장소 및 운행경로란은 공란으로 비워져 있을 뿐만 아니라 작업반경과 운행경로 등이 지도로 표시되어 있지도 않으며, 작업 전 확인 및 조치, 운형경로상태 등 점검항목도 양호 또는 불량으로 표시하도록 형식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④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의 경우 작업계획서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에는 ‘사용하는 차량계 건설기계의 종류 및 성능’ 외에도 ‘운행경로, 작업방법 등’이 포함되어 있고, 피고인 D의 직원 AA은 경찰 조사에서 ‘더스트 습식 작업은 본인이 지시하였다. 소량인 경우 톤백에 담아 처리하거나 청소차로 처리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양이 많아 굴착기를 이용하여 습식작업을 하였다. 굴착기 배치는 AQ이 하였고, 더스트를 옮기는 장소, 집중적으로 굴착기 작업을 할 곳 등은 본인이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 사건 굴착기의 운행경로와 작업방법을 결정하고 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피고인 D는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거나 적어도 이를 검토하여 필요한 경우 B에게 해당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시정을 요청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E이 작성한 작업계획서는 작업 중 굴착기 운전석에 비치되어 있었을 뿐 작업 시작 전에 B 또는 피고인 D에 제출되지 않았고, 피고인 D 안전보건팀장인 AB은 경찰 조사에서 ‘작업허가신청서는 안전보건팀이 확인하나, 작업계획서는 굴착기 운전석에 비치하고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 D는 E이 작성한 작업계획서를 검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

유도자 배치 주의의무 위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A, C은 피해자가 굴착기를 사용한 작업을 행함에 있어 반드시 유도자와 함께 작업하게 하거나 그와 같은 안전조치 없이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방지하는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 및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가 있음에도, 피해자가 E이 작업지휘자나 유도자 없이 단독으로 굴착기를 사용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장소에서 더스트에 물을 뿌리고 있고, 나아가 그러한 상태가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임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등으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

①

안전보건규칙 제200조 제1항은 “사업주는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운전 중에 해당 차량계 건설기계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부딪칠 위험이 있는 장소에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아니 된다. 다만 유도자를 배치하고 해당 차량계 건설기계를 유도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 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차량계 건설기계의 운전자는 위 유도자가 유도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 규칙 제40조 제1항 제3호는 “사업주는 제200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유도자를 배치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하여 신호하도록 하여야 하며, 운전자는 그 신호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사고 목격자인 증인 N은 “피해자가 신호봉을 들고 있지는 않았으나 빨간 색 반사조끼를 입고 수신호로 신호수 역할을 하고 있었다.”라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B의 현장소장인 V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에게 안전요원으로 신호수 역할을 하라고 지시하였다. 다른 차량과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게 통제하는 역할이다.”라고 진술하였는바,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작업현장 주변을 통행하는 차량에 대하여 일시적으로 신호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안전보건규칙에서 유도자를 배치하게 한 이유는 운전자로 하여금 위 유도자의 유도에 따라 차량계 건설기계를 운전하게 함으로써 차량계 건설기계와 근로자가 부딪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작업현장 주변의 교통을 정리하게 할 목적이 아닌바, 피해자가 일시적으로 작업현장 주변을 통행하는 차량에 대하여 신호수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하여 이를 위 규칙에서 정한 유도자라고 할 수 없다.

③

증인 E은 ‘굴착기에 대한 신호수 역할을 하는 자는 없었고, 피고인 B이나 D로부터 피해자가 신호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으며, 작업 전 무전기, 깃발 등 신호 연락용 도구를 받지 않았다. 피해자와 수신호 같은 것을 약속하지도 않았다. 처음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도 (피해자와 M이) 호스 연결과 함께 빗자루 청소와 모든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B, 피고인 B 및 피고인 D는 유도자라고 주장하는 피해자와 굴착기 운전사인 E 사이에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하여 신호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았고, E은 피해자의 신호에 따라 굴착기를 운전해야 하는 것으로 안내받지 못하였으며, 사건 당시에는 성명불상자의 요청에 따라 굴착기를 후진하기도 하였다.

④

피고인 B이 작성한 작업허가신청서에 피해자가 현장안전관리자로 기재되어 있고, 보수작업 투입인원 현황서에도 피해자가 현장안전관리자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V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는 안전요원으로 현장에 갔다. 안전요원은 일반 청소작업자와 같이 물을 뿌리고 청소하는 작업을 하면서 작업현장에 간 2명 중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관리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작업 인원이 2명 이상인 경우 그중 한 명을 책임자급으로 기재한다.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현장 경험이 좀 더 오래된 사람을 현장안전관리자로 선정한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작업허가신청서 등에 피해자를 현장안전관리자로 기재되었다고 하여 피해자가 안전관리 업무만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고, 청소작업자인 피해자에게 굴착기 유도자의 업무도 병행하게 한 것이라면, 그 자체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⑤

피고인 B의 3월 작업내역에 의하면, 2021. 3. 21. 이전에는 더스트 습식 작업에 1명이 근무하다가 이후 2명이 근무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AA은 경찰 조사에서 ‘2021. 3. 21. 이전에는 더스트 습식 작업 인원이 1명으로 되어 있으나, 다른 현장에서 작업이 끝나면 (물 뿌리는) 작업자를 교대해 주기도 하고, 더스트 습식 작업이 끝나면 다른 현장의 일을 하였다. 2021. 3. 21. 작업 인원이 2명으로 바뀐 이유는 1~2시간 안에 끝나는 양이면 1명을 배치하였는데, 처리량이 많고 작업시간이 길어져 2명을 배치한 것이다. 더스트 습식 작업 시 중장비 통행이 많을 경우 차량 통제 등 위하여 본인 또는 협력업체 현장소장이 유도자 역할을 하였다. 더스트 습식 작업 중 명확히 유도자를 배치한 것은 아니나 안전관리자가 안전관리도 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작업자와 교대로 작업을 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AB도 경찰조사에서 ‘피해자가 선임자여서 현장안전관리자로 지정되었다. 현장안전관리자는 작업에도 참여한다. 실질적인 관리감독자는 현장소장 V이나 작업현장에 계속 있을 수 없어 현장안전관리자를 지정한다.’라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 D는 평소 굴착기가 사용되는 더스트 습식 작업 시 청소작업자 1명 외에 굴착기 유도자를 추가로 배치하지 않았고, 이 사건 무렵 청소작업자 2명을 배치한 것도 굴착기 유도자를 배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업량이 늘어나서였으며, 피해자는 선임자로서 형식적으로 현장안전관리자로 지정되었을 뿐이다.

다)

피고인 A, C의 주의의무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C은 해당 작업에 대한 위험 예방대책이나 운행경로 및 작업방법 등에 대한 작업계획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B의 작업계획서를 검토하지도 않은 채 피해자로 하여금 굴착기를 사용한 작업을 하게 하고, 피고인 A, C은 피해자가 유도자 등이 배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굴착기를 사용한 작업을 하게 하거나 그와 같이 굴착기를 사용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에도 계속될 것을 인식하고도 이를 방치한 상태에서 작업하게 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인 A, C의 위 의무 위반의 각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 사망의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①

이 사건 작업현장은 양측에서 원료 운반용 벌크트럭(BCT)과 일반 차량이 이동하는 차량 도로로 사용되는 장소의 일부이고 작업반경 내에서 차량이 수시로 오고갔으므로, 굴착기가 작업을 진행하던 중 다른 차량의 통행을 위하여 자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있는 근로자와 접촉할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된다. 실제로도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는 벌크트럭이 나오는 상황에서 반대쪽에서 봉고 트럭이 진입하자 벌크트럭을 정지시킨 후 봉고 트럭을 진행시키고 있었고, E은 성명불상자로부터 다른 차량의 통행을 위하여 굴착기를 이동해줄 것을 요청받아 후진하다가 피해자를 충격하였다. 만일 피고인 A, C이 이 사건 작업현장에 굴착기의 작업반경을 표시하여 청소작업자를 포함한 근로자가 굴착기와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굴착기 유도자를 배치하여 다른 차량의 통행이 필요한 경우 유도자의 유도에 따라 굴착기가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더라면,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 C이 B이 작성한 작업계획서를 검토하여 굴착기를 사용하는 작업에 따른 위험예방대책과 그 운행경로나 작업방법 등이 포함된 실질적인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더라면 E과 피해자가 위와 같은 이 사건 작업현장의 특성을 숙지하고 일정한 작업반경을 설정하여 피해자는 그 범위 내로 접근하지 않고 E은 그 범위 밖으로 굴착기 이동 시 주변을 더욱 면밀히 살핌으로써 사고 발생을 방지하였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③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사용하는 차량계 건설기계의 운행경로, 작업방법 등에 관하여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야 하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2항은 작성한 작업계획서의 내용을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작업계획서에 포함하여야 하는 내용과 근로자에게 알려줄 의무에 관한 규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에 따라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근로자에게 알려주었더라면 사업주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사고 위험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거나 요구함으로써 사고 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④

이 사건 사고가 위와 같은 피고인 A, C의 과실과 E이 굴착기 후진 시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상당인과관계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케 한 유일한 원인이거나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나 제3자의 과실 등이 경합하여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도 이를 인정할 수 있는바(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도17648 판결 참조), 피고인 A, C이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E의 과실만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도 없다.

다.

소결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그중 피고인 C, D에 관한 부분은 그와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C, D에 대한 유죄 부분과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는바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 C, D와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A, 주식회사 B, 피고인 C, 주식회사 D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