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선정당사자)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 제62조에 따라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공법인이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 공공기관이다.
피고의 구 ‘무기계약근로자 운영세칙’은 ⓐ 1종 대형면허 소지자, ⓑ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임원 수행경력 1년 이상, ⓒ 무사고 운전경력 10년 이상이라는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운전원을 정규직(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2015. 12. 31. B, C, D을, 2017. 3. 27. E을 정규직 운전원으로 신규 채용하였다. 한편, 피고는 정규직 운전원만으로는 업무용 차량 운전업무에 소요되는 인력을 충당하기에 부족하여 외부업체에서 고용한 근로자를 파견받기도 하여, 선정자 F의 경우 2017. 9. 1.부터 ㈜G 소속 파견직 운전원으로 피고의 업무용 차량 운전업무를 수행하였고, 선정자 H의 경우 2015. 12. 16.부터 ㈜I 소속 파견직 운전원으로 피고의 업무용 차량 운전업무를 수행하였다[이하 원고(선정당사자)와 그 밖의 선정자를 구분하지 않고 ‘원고’라고 표시한다].
고용노동부가 2017. 7. 20.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함에 따라, 피고는 내부에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운영직 종합관리방안’에 관하여 외부 컨설팅을 받은 다음, 2018. 8. 1.부터 피고의 비정규직(파견직) 운전원들을 일정한 공개채용절차를 거쳐 정규직(무기계약직) 운전원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하였다.
그에 따른 공개채용절차에서 피고는 ⓐ 1종 대형면허 소지자, ⓑ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임원 수행경력 1년 이상, ⓒ 무사고 운전경력 10년 이상이라는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사람의 경우 ‘가급 운전원’으로 채용하고, ⓐ 1종 대형면허 소지자, ⓒ 무사고 운전경력 10년 이상이라는 2가지 요건을 갖춘 사람의 경우 ‘나급 운전원’으로 채용한다고 공고하였는데, ‘가급 운전원’은 채용요건을 충족한 응시자가 없어 신규 채용하지 않았고, 원고 A, J, F, H, K, L 6명을 ‘나급 운전원’으로 신규 채용하였다(그 중 원고 F, H은 기존의 파견직 운전원이었다). 피고는 2018. 11. 12. 원고 M, N을 ‘나급 운전원’으로 신규 채용하였다.
그 결과 피고의 기존 정규직 운전원 4명(B, C, D, E)의 경우 2018. 8. 1. 기준으로 ‘가급 운전원’의 채용요건을 충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급 운전원’으로 직급을 부여받은 반면, 원고들 8명의 경우 신규 채용 당시를 기준으로 ⓑ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임원 수행경력 1년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급 운전원’으로 신규 채용되었다.
피고는 2021. 6. 29. ‘운영직 관리세칙’을 전부 개정하여 운전원에 대하여 ‘가급’, ‘나급’ 직급 구분을 폐지하고 단일호봉제를 시행하면서 ‘입사 후 재직기간’에 따라 단계별 호봉 승급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인정 근거] 갑 제1~6호증, 을 제1~5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급 운전원’과 ‘나급 운전원’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직급을 구분하여 급여에 차등을 두는 것은 부당한 차별로서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한 균등대우원칙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되므로 무효이다.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정당한 임금으로서 각 신규 채용일부터 이 사건 소 제기일인 2021. 7.
24.까지 가급 운전원과 나급 운전원의 임금 차액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2021. 6. 29. 운전원에 대하여 ‘가급’, ‘나급’ 직급 구분을 폐지하고 단일호봉제를 시행함으로써 종전의 불합리한 차별이 해소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기존 ‘가급’이 호봉 산정에서 여전히 불합리한 우대를 받고 있으므로 불합리한 차별은 시정되지 않은 채 여전히 남아 있다.
관련 규정과 법리
임금의 결정․계산․지급 방법, 임금의 산정기간․지급시기 및 승급(昇級)에 관한 사항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할 사항이다(근로기준법 제93조 제2호). 취업규칙이란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사업장에서의 근로자에 대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한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해서는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자에게 폭 넓은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 대법원 1993. 11. 9. 선고 93다7464 판결 참조).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성별․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근로기준법 제6조). 여기에서 ‘차별적 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해당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이 사건에서는 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진 2018. 8. 1.부터 운전원 단일호봉제 시행 전인 2021. 6. 28.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는 운전원 신규 채용 당시를 기준으로 ⓑ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임원 수행경력 1년 이상이라는 요건이 ‘가급’과 ‘나급’으로 직급을 구분할 합리적인 사유가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고, ⅱ) 운전원 단일호봉제 시행 이후인 2021. 6. 29.부터의 기간에 대해서는 기존 정규직 운전원들의 경우 정규직 근무기간 전부를 호봉 산정에 반영하는 반면, 원고들의 경우 정규직 채용 전의 외부 또는 파견직 운전경력을 정규직 호봉 산정에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지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다.
운전원 직급 구분이나 단일호봉제에 따른 호봉 승급 기준에 관해서 규정한 피고의 ‘운영직 관리세칙’은 소속 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 근로조건을 정한 것으로서 그 법적 성질은 ‘취업규칙’에 해당하므로,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해서는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피고에게 폭 넓은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원고들은 피고의 운전원 직급 구분이나 단일호봉제에 따른 호봉 승급 기준이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분쟁은 남녀고용상의 불평등에 관한 문제가 아니므로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은 적용될 수 없다.
피고와 같은 공공기관 내에서 ‘임원용 차량 운전업무’와 ‘일반 업무용 차량 운전업무’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운전원에 대하여 신규 채용일을 기준으로 ⓑ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임원 수행경력 1년 이상이라는 요건으로 ‘가급’과 ‘나급’으로 직급을 구분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들의 정규직 채용 전의 외부 또는 파견직 운전경력을 정규직 호봉 산정에서 전부 또는 일부 반영하는 것이 필요한지 여부에 관해서는 각자가 보다 중시하는 가치요소에 따라 여러 가지 판단이 가능하며, 이는 해당 공공기관에서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성과 오랜 기간 근무해온 기존 직원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지 규범적으로 일도양단적인 판단이 가능한 사항이 아니다. 예를 들어, 공무원 채용에서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국가공무원법 제47조 제1항의 위임에 따른 공무원보수규정(대통령령) 제8조 제2항 [별표 15] ‘공무원의 초임호봉표’는 일부 민간근무경력의 인정․반영비율을 직급별로, 분야별로 구체화하여 차등을 두고 있다. 만일 국가기관장이 소속 공무원에 대한 호봉 획정에서 이러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면 이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하며, 따라서 법령에 따라 호봉을 재획정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국가공무원이 아닌 공공기관 채용 근로자에 대해서는 민간근무경력의 인정․반영비율을 강제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으므로, 호봉 산정 시 민간근무경력의 인정․반영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재량사항이다.
따라서 운전원 직급 구분이나 단일호봉제에 따른 호봉 승급 기준에 관한 피고의 규정이나 조치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한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적 처우를 한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
결론
원고(선정당사자)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