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피고는 원고 E에게 2,333,583원 및 이에 대한 2023. 2. 16.부터 2026. 1. 8.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원고 A, B, C, D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원고들이 부담하고, 원고 E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의 10%는 원고 E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대한석탄공사법에 따라 정부와 한국산업은행이 자본금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다. 피고의 설립 목적은 석탄광산의 개발을 촉진하고 석탄의 생산, 가공판매 및 그 부대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피고는 태백시 소재 F광업소, 삼척시 소재 G광업소, 전남 화순군 소재 H광업소의 3개 광업소를 운영하였으나, 2025. 6.경 모두 폐광하였다.
원고들은 G광업소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던 사람들로, 원고들은 피고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바 없었고, 피고로부터 각 업무를 도급받은 이른바 협력업체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
G광업소의 형태
G광업소는 피고가 광업권자로 되어 있는 삼척시 I리 부근 16개 광구의 석탄을 채굴하기 위한 광업소이고, G광업소에는 J생산부, 중앙생산부, K생산부의 3개 생산부(이른바 갱)가 존재한다.
각 생산부에는 하나 이상의 갱구(抗口)가 존재하고, 광산근로자들은 그 갱구로부터 이어지는 갱도를 따라 여러 하부 갱으로 입갱하며, 그 하부 갱에서 굴진, 채탄, 보갱 등의 작업을 시행한다. 하부 갱에서 채굴된 석탄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석(폐석)은 필요 자재 등과 함께 갱도를 통하여 갱구로 이동된다.
G광업소의 도급계약
피고는 G광업소 등에서 직접 고용한 근로자들로 하여금 석탄 채굴 등의 작업을 하게 하면서 1990년대부터 경영합리화라는 명분으로 채굴작업 등의 일부를 도급주어도급업체의 근로자들로 하여금 채굴작업 등을 하게 해 왔는데, 2011년경부터 각 광업소별로 협력업체와 채굴작업 등에 관한 도급 형식의 계약을 체결한 후 협력업체에 고용된 형태의 근로자들로 하여금 그 일부 작업을 수행하게 하였다.
이러한 일부 작업에 대한 도급 계약을 위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준시장형 공기업인 피고는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2조 제5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한 전자입찰을 거쳐 낙찰자를 결정하여 왔다.
피고가 도급 준 작업들은 통상 1년이나 1년 미만의 기간 단위로 입찰이 이루어지고, 입찰 결과에 따라서는 도급업체가 변경되기도 하였다. 이 경우 새로이 낙찰받은 도급업체는 기존 업체의 근로자 대부분을 신규 채용하는 방식으로 기존 업체로부터 기존 근로자들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였다.
관련 민사사건의 경과
G광업소 등에서 근무한 피고의 협력업체에 소속된 근로자 등은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에서 피고와 위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제2심에서 청구의 인용범위가 다소 변경되었으나 피고와 피고의 협력업체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되었으며, 피고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에서 2022. 8. 19.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19. 2. 21. 선고 2013가합1084 판결, 서울고등법원(춘천) 2022. 4. 29. 선고 2019나50494 판결,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2다236613 판결].
관련 규정
이 사건과 관련된 피고의 직원임금규정 등의 주요 내용은 별지2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근로자지위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확인의 소에 있어서 확인의 대상은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일 것을 요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거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확인은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2다17585 판결). 또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원고들이 협력업체에 고용되어 있음을 매개로 사실상 그와 같은 관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일 뿐 처음부터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한 것은 아니어서, 원고들의 협력업체와 맺은 고용계약 관계가 종료하면 피고와 사이에 성립한 근로자, 사용자 관계도 종료하게 된다(대법원 2001. 6. 1. 선고 2000두5357 판결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5. 12. 11. 당시 피고가 운영하였던 광업소는 모두 폐광하여 원고들은 각 협력업체와의 고용계약 관계가 이미 종료되었거나 각 광업소에서의 근로제공을 이미 중단한 상태에 있으므로, 원고들이 피고의 협력업체에 고용되어 있음을 매개로 피고의 근로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존부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다.
원고 A, B, C, D의 근로자 지위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두3420 판결 등 참조).
광업법 제11조 제2항은 채굴권자가 타인으로 하여금 채굴권을 대신 행사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여 광업권자의 전책임하에 광업을 경영한다는 광업자영주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광업권자가 이러한 법률상의 제한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한편 광산사고로 인한 책임 또는 근로기준법상의 책임 등을 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노무도급의 형식을 빌려 비록 광업권자와 광부 사이에 도급업자를 개재시켜 놓았다 하더라도, 실질상 광업권자의 강력한 지휘·감독과 통제 아래 채탄작업이 행해지는 경우에 있어서의 광부의 입장은 도급업자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일면 광업권자와 고용계약을 맺은 것으로, 그들 간에 근로자, 사용자 관계에 있다고 보아 광업권자에게 퇴직금 지급채무와 같은 위 노사계약상의 사용자로서의 직접 책임도 지워야 한다(대법원 1979. 7. 10. 선고 78다1530 판결 등 참조).
광업법이 이처럼 광업자영주의 원칙을 채택한 이유는 유한한 자원인 광물이 낭비되어서는 안 될 국민경제상 중요한 기초라는 점과 함께 지하자원 탐사, 채굴의 곤란성과 위험성, 국가에서 특허하는 공법적인 성격과 광업에 대한 국가의 감독 필요성, 광업의 효율적 발전 등을 고려한 것이다.
구체적 판단
원고 A, B, C, D는 각 L에 소속되어 원고 A은 2020. 2.부터 2022. 4.까지 '주방', '청소' 업무를, 원고 B은 2020. 2.부터 2023. 2.까지 '경비' 업무를, 원고 C는 2020. 2.부터 2022. 4.까지 '보일러', '청소' 업무를, 원고 D는 2020. 2.부터 2023. 2.까지 '경비' 업무를 각 담당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 대하여 차액임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데, 앞서 든 증거, 을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광업법이 광업자영주의를 채택하여 임대차계약을 엄격히 금지하고 도급계약의 형식을 취한 경우에도 광업권자에게 사용자로서의 직접 책임을 지우도록 한 취지,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에서 근무하였다 하더라도 업무의 내용과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들에게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고, 채굴 등 광업활동에 관련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한하여 피고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주방', '청소'와 '보일러' 업무는 근로자들을 위한 취사, 사무실과 그 주변의 청소, 목욕탕, 보일러의 관리 및 청소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경비' 업무는 본관건물 또는 각 생산부 초소 해당구역 내 도난방지를 위한 순찰활동, 외부인 출입 통제, 물품 반출입 확인 및 통제, 시설물 화재 조기 발견, 진압 및 화재 예방, 동절기 진출입로 제설작업 등을 내용으로 하는바, 이는 채굴작업 등 광업활동과는 무관하고, 다른 산업 영역에서도 외주 또는 위탁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업무에 해당한다.
또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작업내용 중에는 피고의 직원임금규정상 직종분류와 일치하거나 손쉽게 어떤 직종이 동종 또는 유사 직종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위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피고의 직접 고용 근로자들에 의해서도 수행되는 광업활동과 달리 협력업체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고 있어 임금을 비교할 동일 직군을 찾기 어렵다. 위 원고들은 피고의 지원기능원 중 '사무원' 또는 '경비원'을 비교대상직종으로 하여 임금 등 차액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사무원'은 사무보조 업무를, '경비원'은 화약류 호송 및 하역 시 주변 경계 근무, 관리 및 취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므로, 피고의 직접 고용 근로자들과 위 원고들의 업무내용이 뚜렷이 구분되어 위 직접 고용 근로자들의 임금을 기준으로 위 원고들의 임금 등 차액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위 원고들의 근무형태의 실질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위 원고들의 작업에 대해 구체적인 업무지시, 근태관리 등을 통해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하였다거나 위 원고들이 근무한 L이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피고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명목적·형식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 E의 차액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갑 제2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E는 2017. 5.부터 2021. 5.까지 피고의 협력업체인 M에서 선탄작업을 수행한 사실이 인정된다. 앞서 본 G광업소의 도급 형태, 피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입갱 절차, 업무 수행 방식 및 피고의 업무 관여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협력업체들은 형식적으로는 피고와 매년 입찰을 거쳐 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의 이행을 위해 소속 근로자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후 그 근로자들로 하여금 피고의 광업소에서 도급받은 작업을 이행하게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의 사업부서나 노무대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오히려 피고가 위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지급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와 각 협력업체 사이의 입찰을 통한 도급계약은 '위장도급'에 해당하고 원고 E와 피고 사이에는 직접 피고가 원고 E를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 E에게 피고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따라 정당하게 산정한 임금과 위 원고들이 협력업체들로부터 실제로 지급받은 임금 사이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이하에서는 원고 E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있는 부분에 한하여 기재하고, 나머지 항목에 대하여는 다툼이 없는 것으로 본다.
기본급 중 본급
원고 E는 '선탄원'으로 직종을 분류하여 임금 등 차액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앞서 든 증거, 을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의 직종 분류 중조차원·기관차운전원·고정기운전원 등으로 구성되는 '운반기능원'은 갱내 채굴작업 자체는 아니지만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그 후행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뜻한다 할 것인데, 원고 E가 수행한 선탄작업은 갱내에서 채굴되어 운반된 석탄 중 폐석 등 이물질을 선별하는 작업으로서 그 실제 업무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갱내 채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후행 업무라 할 것이고, 해당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석탄의 출하나 장비의 반입을 할 수 없게 되어 직접기능원의 작업이 불가능하거나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작업에 해당하므로, 원고 E가 수행한 선탄작업은 운반기능원 직군의 각 직종에 준하는 작업으로 보인다. 또한 선탄작업은 별도의 동력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탄차 등을 관리하는 업무와 유사한 점이 있어 원고 E의 직종을 운반기능원 중 '고정기운전원'으로 분류함이 타당하나, 원고 E가 스스로 더 낮은 본급을 적용하여 차액임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므로, 그 액수에 관해서는 위 원고의 주장에 따르기로 한다.
기본급 중 근속가급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 E는 2017. 5.부터 2018. 2.까지, 2019. 3.부터 2020. 2.까지, 2021. 3.부터 2021. 5.까지 M에서 근무한 사실이 인정되고, 달리 고용보험자격이력내역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 원고 E의 근속기간을 산정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피고의 직원임금규정 제13조에 따르면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의 근속 1년당 <별표 1-2> 근속가급표에서 정한 근속가급이 지급되어야 하는데, 원고 E의 경우 일정 기간 근무 공백이 발생하였고 이와 같이 피고와 사이에 형성된 묵시적 근로관계의 연속성이 상실된 경우에는 근속기간을 통산하여서는 안 될 것이므로, 원고 E는 피고에 대하여 근속가급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 E의 근속가급 산정방식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소결론
앞서 본 피고의 임금 관련 규정에 따라 지급되어야 할 임금, 원고 E의 기 수령 임금 등을 종합하여 위 원고가 피고로부터 추가로 지급받아야 할 임금은 2,333,583원이다(구체적 산정 내역은 별지3 인용금액계산표 기재와 같다).<1>
따라서 피고는 원고 E에게 2,333,583원 및 이에 대하여 위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23. 2. 1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1. 8.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이 사건 소 중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원고 E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며, 원고 A, B, C, D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각 기각한다.
판사 이승호(재판장) 황정현 안세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