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택시 운송업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 A은 2004. 2. 20.부터 2020. 8. 26.까지, 원고 B는 2015. 10. 26.부터 2020. 8. 27.까지, 원고 C는 2017. 6. 9.부터 2020. 8. 31.까지 피고 소속 택시기사로 근무한 사람들이다.
피고는 2020. 4. 1.부터 같은 해 5. 20.까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피고 소속 택시기사들이 피고에게 납부해야 하는 사납금을 176,000원에서 156,000원으로 2만 원 감액하였는데, 위 감액한 금액을 합산하면 원고 A은 405,000원, 원고 B는 420,000원, 원고 C는 375,000원이다(이하 위 금액을 통틀어 ‘이 사건 미지급금’이라 한다).
피고는 ‘선급금’이라는 항목으로 2020. 8.분 임금에서 이 사건 미지급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원고들에게 각 지급하였다.
피고의 대표이사인 E은 원고들의 2020. 8.분 임금에서 이 사건 미지급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로 공제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원고들에게 임금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기소되어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다. 이에 대하여 E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으나 2022. 1. 18. 같은 금액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춘천지방법원 2021고정185호), E이 항소하였으나 2023. 2. 3.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으며(춘천지방법원 2022노85호), E이 상고하여 현재 상고심 진행 중에 있다(대법원 2023도3005호).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14, 17호증, 을 제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이 사건 미지급금 및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들의 퇴직일 중 가장 늦은 날인 2020. 8. 31.로부터 14일이 경과한 2020. 9.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과 ‘피고가 1일 2만 원씩을 근로자들에게 선지급하고, 근로자들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받으면 피고가 선지급한 금액을 피고에게 반환하기’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하였고, 이 사건 합의에는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피고가 선지급한 금액을 피고에게 반환하거나 피고가 임의로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임금에서 선지급한 금액을 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피고가 2020. 8.분 임금에서 이 사건 미지급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원고들에게 각 지급한 것은 이 사건 합의에 의한 것으로, 이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임금을 선지급한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미지급한 임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건 합의는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한 해제조건부 사납금 인하인데, 원고들이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기 전에 임의로 퇴직한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조건 성취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위 조건은 성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조건 성취를 이유로 선지급한 금액의 반환을 구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의 2020. 8.분 임금에서 이 사건 미지급금을 공제한 것은 정당하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은 근로자들만 피고가 선지급한 금액을 피고에게 반환하도록 하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들에게는 반환 의무를 면제하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
구체적인 판단
이 사건 미지급금은 임금의 일부를 선지급한 것이라는 주장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노사가 2020. 4. 3. ‘2020년도 월급제에 관한 임금협상 4차 회의’를 개최하여, 이 사건 합의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미지급금이 임금의 일부를 선지급한 것이고, 이 사건 합의에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피고가 선지급한 금액을 피고에게 반환하거나 피고가 임의로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임금에서 선지급한 금액을 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의하면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임의로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 중 일부를 공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사용자는 같은 항 단서에 따라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여 지급할 수 있지만, 그 예외의 경우를 넓게 인정하게 되면 임금을 생계수단으로 하는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다219540, 21955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임금 중 일부를 공제할 수 있는 경우는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이 사건 합의가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을 경우 피고가 선지급한 금액을 피고에게 반환’하는 것에서 나아가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와 근로자들 사이에 적용되는 단체협약 제45조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 금액은 근로자 본인이 승인한 금액에 한정된다. 그러나 을 제2호증의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미지급금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에 관하여 원고들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그밖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들의 퇴직이 신의칙에 반하여 조건 성취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합의를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한 해제조건부 사납금 인하라고 보기는 어렵고, 원고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기 전에 퇴직한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조건 성취를 방해한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반환의무 면제가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는 주장
원고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된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은 근로자들이 피고가 선지급한 금액을 피고에게 반환하는 것은 이 사건 합의에 의한 것일 뿐이고, 원고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 받았음에도 퇴직을 이유로 피고가 선지급한 금액을 피고에게 반환하지 않은 것도 아니므로, 원고들이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을 이유로 피고에게 선지급금을 반환하지 않은 것이 다른 근로자들과의 형평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미연(재판장) 이보라 고병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