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26. 2. 12. 선고 2025노1071 판결

근로기준법위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은 독자적인 판단과 책임 하에 E 주식회사 신축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신축공사'라고만 한다)에서 형틀공사를 한 것이 아니라 H의 지시를 받고 하였다. F 등 17명(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고만 한다)은 H의 지시를 받아 철근가공작업을 하였는데, 피고인은 형틀시공을 하였을 뿐 철근가공작업은 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자들이 한 철근가공작업은 피고인과는 무관하고, 피고인은 F과 면담을 한 사실이 없으며, 일당을 22만 원으로 정한 사실도 없다. 이 사건 근로자들의 사용자는 H 또는 주식회사 G(이하 'G'이라고만 한다)이고,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전남 장성군 B에 위치한 C의 대표로서 상시 1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4. 5. 25. ~ 2024. 6. 7.까지 화성시 D에 소재한 E 주식회사 신축공사 현장에서 근로한 F의 임금 3,080,000원을 포함하여 별지 첨부한 범죄일람표와 같이 총 17명의 임금 총 합계 39,380,00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간의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들어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바,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도15915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는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여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등 참조).

다)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의 사용자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근로자들의 사용자가 피고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자들의 사용자가 피고인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의 사용자임을 전제로 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①

이 사건 근로자들 중 1명인 F은 수사단계에서 '업무지시는 피고인이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원심법정에서도 '이 사건 근로자들은 피고인을 보고 들어간 것이다'라는 취지로 증언하기는 하였으나, 위 F의 수사단계 및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신축공사 과정에서 사용자로서 이 사건 근로자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휘·감독을 하였는지를 알 수 없다.

②

이 사건 근로자들이 작성한 임금 대리수령 동의서의 확인자 및 현금수령확인서의 확인자가 각 피고인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여기에는 근로자 F의 서명만있을 뿐 피고인의 서명 혹은 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 임금 대리수령 동의서 및 현금수령 확인서가 피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작성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③

피고인과 G의 현장소장인 H의 대화 녹취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2024. 5.23.경 H에게 "아니 (철근)사람들 어떻게 해?"라고 묻자, H가 "사람 대기 해보라고 그래."라고 답하며 피고인에게 지시를 한 사실, H가 2024. 6. 1.경 피고인에게 "철근 반장한테 전화해가지고 전체적으로 안 내리고 그러니까 있잖아, 싹 내리라고 그래. 벽돌 다빼라고 그래."라고 지시를 한 사실, H가 2024. 6. 2.경 피고인에게 "4시에 끝나잖아. 3시 반 정도에 내일 아침에 와가지고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물건을 넣어버려. 잉? (중략) 그러니까 싹 해서 일단 집어넣고, 내일 아침에 와서 일을 할 수 있게, 웅성웅성하지 말고. 그리고 아주 한쪽 구간은 포기를 해버리라고, 아예. (중략) 그러니까 그렇게 정리를 해."라고 지시를 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증거기록 제50~55쪽). 위 대화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도 이 사건 신축공사와 관련하여 H로부터 지시를 받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H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별도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업무상 명령을 하거나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 관하여 일정한 권한 과 책임을 부여받았다고도 볼 만한 증거가 없다.

④

F의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더라도 H가 이 사건 신축공사 현장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잘못된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고치라는 등의 작업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공판기록 제141~142쪽).

⑤

J(피고인의 배우자이다)과 F의 대화 녹취록에 의하면, J이 "소장(H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이 우리 철근 일을 우리가 시킨 게 아니라 소장이 시켰잖아요. 일일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사장님 일 시킬 때."라고 말하자 F이 "예."라고 대답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증거기록 제77쪽), 이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업무상 명령을 하거나 그들을 지휘·감독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⑥ J과 철근 팀장 L의 대화 녹취록에 의하면, J이 "책임자는 H잖아요. 소장은. H가 일을 시켜서."라고 말하자 L이 "응."이라고 대답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공판기록 제118쪽), 이와 같은 대화 내용도 위에서 본 사정들과 부합한다.

⑦

피고인과 G 사이에 하도급계약이 체결되었는지가 분명하지 않고(피고인은 H의 요구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 설령 하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더라도 그 계약내용에 이 사건 근로자들이 한 공사부분 및 그 임금지급의무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46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과 같고,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일수(재판장) 조혜정 김창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