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2. 11. 25. 선고 2021가합2752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제18조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개별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별지 1 원고들 명단 '입사년도'란 기재 각 해당 일부터 피고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같은 별지 '퇴직연월일'란 기재 각 해당 일에 퇴직하였다.

나.

정부는 2015년경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개정에 따라 정년연장과 함께 인건비 상승 문제 발생 및 한정된 예산에 따른 청년고용창출에 부정적 영향 발생이 예상되자 임금피크제 시행과 함께 신규채용을 창출할 것을 피고를 포함한 공공기관에 권고하였다.

다.

피고는 2015. 5.경부터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컨설팅을 거쳐 2015. 7.경 임금피크제 도입 추진반을 신설·운용하였고, 2015. 8.경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설명회 및 피고 전직원 워크숍을 개최하였으며, 2015. 9. 21. 임금피크제 추진현황에 대한 노사협의회 보고를 받아 2015. 10. 2. 임금피크제 도입안을 확정한 다음, 2015. 10. 7.부터 2015. 10. 8.까지 'B 노동조합'(2015. 10. 13. 기준 피고 전체 근로자수 258명, 조합원 수 187명, 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협의하였다.

라.

이 사건 노동조합에서 2015. 10. 13. 임금피크제 도입 찬반 투표 결과 투표율 82.9%, 찬성률 76%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피고와 노동조합은 같은 날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노사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체결하였다.

마.

피고는 2015. 10. 22.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임금피크제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을 정한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제정하고, 2016. 1. 1.부터 원고들을 포함한 피고 직원들에게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다(이하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바.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이 내부교육전담 및 내부 인력 양성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C인력개발원을 신설하였고, 2018. 9.경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을 위 인력개발원으로 이전하였는데, 이에 따라 원고들도 별지 2 기재와 같이 보직이 변경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7, 14, 2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가.

피고는 임금이 줄어드는 만큼 근로시간을 단축할지 여부 등 임금피크제 시행의 상세조건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 소속이지만 임금피크제 시행에 반대하는 개별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를 받지 못하였고, 비노조원들과는 개별적인 동의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협상조차 제대로 시도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 시행을 통보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는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

나.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 개시 당시 피고의 직원보수규정에 따라 '누적식 연봉제'를 적용하여 개별적으로 연봉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이후 '누적식 연봉 책정 유지'라는 근로조건 하에 근로계약을 갱신 체결하면서 근무를 계속하여 왔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들과 같은 개별 근로자들과의 근로계약보다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도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동의를 전혀 받지 않았는바, 이러한 경우 취업규칙의 적용은 배제되고, 그보다 유리한 기존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

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후 이 사건 합의는 2년의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그 효력을 상실하였고, 이후 피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에 관한 후속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다. 나아가 피고는 2017. 3. 10. 이 사건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합의 이전 2014. 9. 29. 자 단체협약과 동일하게 재차 피고의 직원보수규정에 의한 임금 지급만을 규정하고,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에 의한 임금지급에 관하여는 규정을 두지 않았으며, 이에 더하여 제8조(근로조건의 저하금지), 제68조(임금저하금지) 등 조항을 통해 차별 없는 '누적식 연봉제'를 적용하도록 하고 이로써 종전 피크임금형 연봉제 적용은 무효화하는 조치를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배제하고, 차별 없는 누적식 연봉제를 적용하여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라.

원고들 대부분은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에서 피고로 전적하였는데, 전적 당시 D 근로자와 동일한 처우를 보장받았고, 만 61세의 정년 연장도 보장받았으며, 이러한 조건들은 원고들의 개별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통해 위 정년 연장 합의 등 개별 근로계약의 내용을 형해화시켰다.

마.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자신들이 맡았던 업무와 비교할 때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였고, 자신들의 후배들과 비교하더라도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였는바, 이는 연령만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원고들을 차별한 것으로 헌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배되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8조가 규정하는 '동일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합리적 이유 없이 삭감된 임금이 아니라 기존의 근로계약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위와 같은 정당한 임금과 실제 지급받은 임금간 차액인 별지 1 원고들 명단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금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절차상 하자 존재 여부

사업장에 적용되는 복무규율과 근로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의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 그 명칭을 불문하고 이는 취업규칙에 해당한다(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다27413 판결,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8다301527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 · 변경할 수 있고,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고 할 것인바, 그 동의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뜻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은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근로조건을 정한 것으로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제정은 실질적으로는 기존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하는데,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필요하고, 이 사건에서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피고 전체 근로자 258명 중 과반수인 187명으로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 총회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안건이 가결되어(투표율 82.9%, 찬성률 76%) 위와 같은 절차적 요건이 구비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 밖에 이러한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에 앞서 취업규칙 시행에 관한 상세조건을 미리 확정하여야 한다거나, 그 시행에 동의하지 않는 근로자들 또는 비노조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를 받아야한다고 볼만한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사전에 상세조건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개별적인 동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만으로 위 취업규칙인 임금피크제 운영규정 제정에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개별적인 동의를 받지 않아 취업규칙 적용이 배제되고, 기존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참조).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및 제97조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8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들은 피고 공단에 입사할 당시 개별적으로 '연봉제적용 동의서를 작성하고, '근로자에 대한 연봉 및 시간외수당 등 보수 관련 사항은 피고 보수규정에 따른다'는 내용이 포함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 이후 원고들의 임금은 피고 직원보수규정에 따라 '전년도 업무실적 등을 기초로 매 1년 단위로 연봉을 변경하되(제7조 제1항), 연봉 변경 시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연봉액의 조정만으로 연봉계약을 갈음하며(제7조 제2항), 직원의 기본급은 전년도 책정된 연봉을 기준하여 「평가군별 평균기본연봉 × 임금인상률」 의 산식으로 산정된 해당연도 조정액을 전년도 연봉에 가산하는 방식'으로 매년 산정된 사실(제20조 제1항, 별표 3), 피고는 원고들에게 매년 연봉을 책정하여 통보하고 그 통보한 내용대로 급여를 지급하였고 원고들은 매년 책정된 연봉을 별다른 이의 없이 그대로 수령해 온 사실이 각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인 '임금'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의 근로조건 중 임금에 관한 부분은 직원보수규정 등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적용되어 왔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내용으로 하는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제정, 시행으로 임금에 관한 근로조건도 이와 연동해 변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누적식 연봉제'도 직원보수규정 제20조 제1항 등에서 정한 내용에 불과하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누적식 연봉제'에 관한 구체적인 개별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임금에 관한 근로조건은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로서 원고들의 개별적인 동의가 없더라도 원고들에게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이 사건 합의 유효기간 만료 또는 2017. 3. 10. 자 단체협약 체결로 임금피크제가 무효화되었는지 여부

살피건대,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21. 1. 5. 법률 제178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2항은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 그 유효기간은 2년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유효기간을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은 이 사건 합의가 단체협약으로서 유효기간이 2년이라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2015. 10. 13. 체결된 단체협약인 이 사건 합의가 2년의 유효기간이 경과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보더라도, 피고는 2015. 10. 22. 이 사건 합의를 토대로 취업규칙인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제정하고, 이를 토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으므로, 피고는 임금 피크제 운영규정을 적용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기초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이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에 필요한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을 거쳐 제정되었으므로 이는 적법한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사후적으로 이 사건 합의의 유효기간이 도과하였다는 점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효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을 제19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2017. 3. 10.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이에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실, 위 단체협약은 임금 등에 관하여 제6장에서 제66조(임금의 정의 및 구성), 제67조(임금의 원칙), 제68조(임금저하금지) 등 일반적인 사항만 규정하고 달리 임금피크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노동조합 총회 결의와 이 사건 합의를 통해 도입, 시행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이후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일반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임금피크제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았더라도 달리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에 임금피크제 폐지 등에 관한 어떠한 내용의 협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이를 들어 기존에 시행 중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무효화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이 2017. 3. 10.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고, 기존 '누적식 연봉제'를 재도입한 것이라는 취지의 원고들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전적 당시 정년 연장 등 합의를 실질적으로 형해화시켜 무효인지 여부

갑 제7호증, 을 제1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D은 2008. 12.경 피고에게 C관리사업을 양도하는 협약을 체결하였는데, 피고는 위 협약 당시 D과 사이에 '정부의 지침과 관련 규정 내에서 전적 인력의 처우수준을 최대한 보장한다'고정한 사실, 원고 E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D 재직 중인 2009년 피고로 전적하였는데, 전적 당시 '동일 직급 및 경력을 유지하고, D과 동일 수준 보수를 인정하며, D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기로 노사합의한 것을 감안하여 피고 정년도 61세로 연장한다'는 것을 처우조건으로 정하여 전적한 사실이 각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 정년을 보장하는 것일 뿐 전적 당시 약속한 정년을 감축하는 내용이 아니다. 또한 피고와 D 사이 양도 협약에 비추어 피고가 위 원고들에게 기존 D 근무 당시 보수를 유지해주겠다는 것도 정부의 방침이나 경영 환경과 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기존 보수의 감액을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약속으로 볼 수도 없다.

한편 위 원고들의 주장을 피고가 위 원고들에게 전적 후에도 계속하여 D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처우를 약속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으로 이해해보더라도, D이 정년을 기존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2년 연장하되, 퇴직 2년 전부터는 기존 임금의 65%, 퇴직 1년 전부터 퇴직 때까지는 기존 임금의 60%를 받기로 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위 원고들의 조건이 정년이나 임금 측면에서 D보다 불리한 조건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전적 당시 정년 연장 합의 등을 실질적으로 형해화시키는 것이라는 취지의 원고들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마.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성별 · 국적 ·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근로기준법 제6조). 여기에서 '차별적 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당해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동일 가치의 노동'이라 함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 · 경력 · 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62193 판결 참조).

다)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 · 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 · 훈련(제3호), 배치 · 전보 · 승진(제4호), 퇴직 · 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한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는 ①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② 근속기간의 차이를 고려하여 임금이나 임금 외의 금품과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차등을 두는 경우, ③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 ④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 · 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는 제4조의4에 따른 연령차별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헌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위반 여부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으로써 대상 근로자들의 경우 오직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일응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1 내지 13, 15, 16, 22 내지 2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근로자들에게 지나치게 불이익하여 그 내용상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전제로 헌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및 안정, 청년층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도입된 것으로,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 또는 보장하여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이로써 절감되는 재정을 신규 고용 창출에 제공하여,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청년일자리를 창출하여 모든 세대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제도이다. 피고도 고령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부의 권고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이러한 임금피크제의 유형에는,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정년연장형'이나 근로자의 정년퇴직 이후 계약직 등의 형식으로 고용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고용연장형' 뿐만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정년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정년보장형'도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에 대한 정년 보장을 목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한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사유인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2)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매해 임금피크제 절감 금액을 활용한 신규채용 목표인원을 정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별도정원을 설정하여 위 절감 금액을 활용한 신규채용을 실시하였는바, 이를 통해 실제 채용된 인원이 2016년 3명, 2017년 3명, 2018년 2명, 2019년 2명에 이르고, 이는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을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피고는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제정하여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 그 경력, 능력, 자격 등을 고려하여 별도의 직무를 부여하도록 하였고(제11조 제1항), 임금 피크제 대상 근로자에 대하여 퇴직 후를 대비하여 교육·창업 및 구직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13조). 피고는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연계하여 2016. 1.경 임금피크제 중장기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적합 직무를 별도 선정 및 개발하여 해당 직무에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을 배치하였으며, 2016. 9.경 조직진단 외부용역을 통해 임금피크제 및 전문위원 대상 직무를 도출하였다. 피고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이 내부교육전담 및 내부 인력 양성업무를 수행하도록 C인력개발원을 신설하고 2018. 9.경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을 위 인력개발원으로 이전하였다(다만 원고들 중 일부는 희망에 따라 현업 부서에 배치되었다). 원고들은 위 인력개발원에서 교수요원으로 강의업무 등을 수행하거나 수석전문위원, 전문위원, 전문역 등으로 근무하면서 업무상의 전문지식 전달, 컨설팅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이러한 업무내용에 비추어 원고들의 업무강도는 종전보다 경감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피고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에게 별도 직무를 부여하고, 직무전환에 필요한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등 근로제공의 내용 측면에서 임금 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도 시행하였다.

(4)

피고는 취업규칙 제15조 제6항을 신설하여 2020. 1. 1.부터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근무시간은 1주 32시간의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8시간씩 근무하되 매주 금요일 근무를 면제하는 방안을 시행하는 등 근로시간의 측면에서도 임금 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원고들 중 일부는 취업규칙 제15조 제6항 신설 이전에 퇴직하여 근로시간 단축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상대적 불이익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필요성이나 합리성을 부정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 위반 여부

가)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의 원고들 자신들을 그 비교 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로 원고들이 제공하는 노동은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시행 후의 임금은 시행 전보다 삭감되었으므로,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학력 · 경력 · 근속연수 등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근로 제공의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그 가치가 같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대하여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즉 같은 시기에 같은 근로환경에서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는 서로 다른 근로자나 근로집단 사이에서 임금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제공되는 근로의 내용이나 제공하는 근로자가 동일하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에 제공된 원고들의 근로와 시행 후에 제공되는 원고들의 근로는 그 근로 제공의 시기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비교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원고들의 주장대로라면, 근로 내용의 차이가 전혀 없음에도 매년 임금이 인상되는 것이나 사업주의 경영 실적에 따라 임금이 변동되는 것도 모두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 위반이라는 것이어서,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또한 원고들은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원고들과 동일 직급, 동일 직군에 종사하고 있으면서도 출생연도의 차이로 원고들과 같은 시기에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지 않아 기존 임금을 그대로 지급 받은 피고의 다른 근로자들을 그 비교 대상으로 하여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위반하였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 보건대,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2) 나)항에서 살핀 제반사정들에다가, 아직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다른 근로자들도 결국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원고들과 다른 근로자들 사이의 상대적 불이익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필요성이나 합리성을 부정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바.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할 수 없고, 달리 원고들의 임금 산정에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배제할 근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미지급 임금 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윤(재판장) 강민기 김재승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