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16. 5. 27. 선고 2015노45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단체협약에는 퇴직금에서 운송수입금 미납액을 공제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음에도 피고인이 관계기관의 회신을 신뢰하여 근로자들의 퇴직금에서 운송수입금 미납액을 공제하고 위 퇴직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것은 위 회신을 자의적으로 유리하게 해석한 결과일 뿐이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착오를 일으킨 데 대하여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법률의 착오가 범의를 조각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대구 달서구 C에 있는 D 주식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상시근로자 51명을 고용하여 택시운수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고정1057』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2. 7. 14.부터 2013. 9. 9.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E의 퇴직금 672,674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014고정1058』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2. 2. 10.부터 2013. 10. 3.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F의 퇴직금 858,425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피고인은 원심에서, 노사 간 단체협약에서 근로자들이 회사에 납입하여야 할 운송수입금 미납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정하였고, 관계기관으로부터 공제 가능한 임금에는 퇴직금이 포함된다는 회신을 받은 바 있으며, 운송수입금 미납액을 급여, 퇴직금, 연차비에서 공제하는 것은 택시회사들의 통상적인 관례인데, 근로자 E, F이 미납한 운송수입금이 피고인이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을 초과하므로, 위 근로자들의 운송수입금 미납액을 피고인이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에서 공제하면 피고인이 위 근로자들에게 미지급한 퇴직금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2)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단서와 이 사건 회사의 노사간 단체협약에 따라 공제가능한 임금의 범위에 퇴직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다만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운송수입금 미납금을 공제할 수 있는 임금의 범위에 대하여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그 범위에 대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지는 않은 점, 피고인이 운송수입금 기준액 미달분에 대해 임금 등에서 공제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문의하여 관계기관으로부터 "단체협약에 공제관련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고 할 것이며, 이때 공제 가능한 대상금품은 임금 및 퇴직금 등 임금에 해당하는 금품에 한정된다"는 회신을 받기도 한 점, 퇴직금은 후불 임금의 성격도 있는 점, 피고인에게 운송수입금 미납액의 공제 대상인 임금의 범위를 규범적으로 정확히 해석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 동종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퇴직금에서 운송수입금 미납액을 공제한 사례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한 퇴직금의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를 다툴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퇴직금 체불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공제 가능한 임금의 범위에 퇴직금이 포함되는지 여부

이 사건 회사와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D 주식회사 분회가 체결한 2013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서(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제26조 제2항 제4호에서 "노사가 정한 임금 공제액 및 운송수입금 미납액은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으며 모자랄 경우 유가보조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단체협약은 임금에 대하여 제4장에서 규정하면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 각종 갑근세 등과 운송수입금 미납액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퇴직금에 대하여는 제3장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단체협약 제26조 제4항에서 "일일 운송수입금은 월 정산하여야 하며 일일 운송수입금 기준액 부족액에 대하여는 당일 가불 처리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운송수입금을 월 단위로 정산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미납된 운송수입금을 공제할 대상도 원칙적으로 월 단위로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한 점, ③ 근로자 F의 근로계약서에도 운송수입금 미납금을 '급여'에서 공제한다고 규정한 점, ④ 이 사건 단체협약 제23조에서 운송수입금 미납금 외에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한 갑근세 등 또한 월 지급되는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을 전제로 규정되어 있는 점, ⑤ 퇴직금은 비록 후불 임금의 성격도 있으나 퇴직 후 근로자의 안정적인 생활 보장을 위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특별히 그 지급을 보장하고 있는 점, ⑥ 운송수입금 미납액의 임금 공제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전액지급원칙의 예외에 해당하므로 그 적용 범위는 엄격히 해석하여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정한 운송수입금 미납금을 공제할 수 있는 임금의 범위에 퇴직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2)

피고인이 운송수입금 미납액을 퇴직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오인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형법 제16조에서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 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717 판결).

나)

판단

먼저 피고인의 범의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피고인은 퇴직한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모두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범의는 넉넉히 인정된다.

다만, 피고인은 F과 E에게 지급할 퇴직금에서 운송수입금 미납금을 공제하고 이를 전혀 지급하지 아니한 것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단서 및 이 사건 단체협약 제26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이 오인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뿐이다.

그러나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건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관계기관에 문의하여 받은 회신이라면서 수사기관과 원심법정에 제출한 질의회신은 그 기재 내용으로 볼 때 2005년경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등 이 사건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이전의 유사 사건에서 직접 질의하여 회신한 것이라고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질의회신 선례집 등 일반적인 자료에서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퇴직금에서 운송수입금을 공제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사 택시 업계에서 일부 그러한 사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만연히 이를 따른 것을 두고 위법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F과 E에게 지급할 퇴직금에서 운송수입금 미납액을 공제할 수 있다고 오인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밖에 피고인의 행위정황과 인식능력 그리고 피고인이 속한 사회집단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3)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피고인에게 범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범의 및 법률의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